감염병 전담병원 운영기간 중 의료수익 감소율 30% 육박
손실보상금 턱없이 부족한 수준...경영 정상화에 3~4년 소요
"공공의료 확충 못하면 또다른 감염병 위기 상황서 대응 못할 것"

[라포르시안] 3년에 걸친 코로나19 유행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대유행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공공병원이 병상을 비우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확진자 치료 최일선에 나섰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을 비롯해 초기부터 치료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서울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과 적집사병원 등 공공병원의 역할이 컸다.

동시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의료 인프라나 얼마나 열악한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2012년 11.7%에서 2018년 , 2020년 9.7%를 기록하며 되레 줄고 있다. 기관수 기준으로는 공공의료 비중이 2012년 6.1%에서 2018년 5.7%로 축소됐다.

공공의료 비중이 100%에 달하는 영국은 물론 호주(69.5%), 프랑스(62.5%), 독일(40.6%), 일본(26.4%), 미국(24.9%) 등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때마다 공공병원은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거나 퇴원 조치한 후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환자 치료 공간으로 전환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가고 있지만 공공의료 확충 정책에는 진전이 없다. 오히려 경제위기, 물가상승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공공의료 확충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공공병원 의료진 중 상당수가 최근 2~3년 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내몰리다가 지쳐 잇따라 병원을 그만두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공공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이 빠져나간 채 껍데기만 남게 되고, 기관 존폐 자체를 고민해야 할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장기간 방역 최일선에 있었던 공공병원이 코로나 이후 의료인력 유출과 경영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은 고사하고 기존 공공병원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입은 환자 감소와 인력유출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 3~4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국회 박물관에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강은미 의원, 강훈식 의원, 김민석 의원, 신현영 의원, 최연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한국보건의료포럼·대한예방의학회에서 공동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이 처한 현황과 기존 역량 회복과 새로운 공중보건 위기에 대비한 공공의료 역량 강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흥훈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본부 전략기획센터장은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의 현황과 회복을 위한 과제'라는 발제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던 공공병원이 다시 기존 역량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지역거점공공병원들은 2년 여에 걸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기간 동안 진료 및 수술건수, 의사 인력, 필수진료과 개설 등 병원 경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0년에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수술건수는 43.5% 감소했고, 7개 필수진료과 개설률은 2019년 3월 85.3%에서 2022년 8월 80.6%로 떨어졌다. 

2019년 대비 2020년 의료수익 감소율을 보면 감염병 전담병동 운영으로 국립중앙의료과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의 외래와 입원환자가 급감하면서 진료수익이 코로나 유행 이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급한 손실보상금은 이들 공공병원이 입은 실제적인 피해를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수준 진료실적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던 공공병원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입원환자 수 기준 3.6년, 외래환자 수 기준 4.2년이 소요된다. 

이 센터장은 “2022년 하반기와 2025년까지 손실보상금 지급 기간 연장이 필요하며 병상이용률 등 진료기능 회복 정도를 감안해 병원별로 기준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손실보상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을 반영하고, 지방의료원 신∙증축시 국고지원 상한 확대, 공공의료의 사회적 가치 검증 연구 진행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한 지방의료원 경영진들은 코로나19 대응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공공병원의 역량 회복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코로나 손실보상금 지급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켰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지난해에는 손실보상금으로 버텼지만 3~4개월 전부터 적자가 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회복기간) 4년간 재정을 어떻게 확보해 임금을 줄지 걱정뿐이다. (코로나19 대응 같은) 공공업무를 수행하다 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를 투입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 유행으로 열악한 공공의료 현실이 드러나고, 그마저도 감염병 대응으로 소진된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공공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 포럼’(2022년 9월 통권 제311호)에 실은 글에서 "최근의 코로나19 유행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공공보건의료가 없을 때의 사회적 위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고, 그런 면에서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위기가 우리에게는 공공보건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 원장은 "지금은 공공의료기관들의 기능 회복을 위한 국가적·국민적 지원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기능 회복 수준도 코로나19 이전의 기능 회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이 갖추지 못했던 자체 완결적 진료 능력을 장착하는 데에 이르는, 어쩌면 공공의료의 정상화라는 의미의 기능 회복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지금 당장 그런 수준의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갑자기 닥쳐올 또 다른 위기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가는 지금까지와 같은 최소한의 수준으로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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