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아니라고 해도 그것은 민영화다

[라포르시안] 민영화의 계절이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민영화 시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다. 국토부가 복수의 철도 운영사업자를 전제로, 철도 관제권 이관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독점을 깨겠다면서 다양한 민간사업자를 허용하겠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토지나 땅을 매각하겠다는 설명과는 다르게 이른바 ‘알짜배기’ 자산이 포함된 것, 경쟁입찰 매각이 원칙이라면서 올해 대부분의 계약이 수의계약이었던 사실이 드러나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특히 고소득자, 대기업, 자산가, 다주택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는 ‘역진적 특혜 감세’(관련기사 바로가기)를 추진하는 중에 세제 확보를 하겠다며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아예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 축소, 공공기관 정원 감축, 자산 매각 등을 주문했다. 모든 공공기관이 예외 없이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하고, 이후 기관들은 주기적으로 추진‘실적’을 점검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및 정부업무평가에 반영된다. 필요하면 우수기관에 대해 추가 인센티브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압박 속에서 공공병원은 가이드라인과 무관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인력 부족으로 수많은 병원 노동자들이 소진되고,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인데, 인력은 충원될 수 있을까? 

거기다가 지방의료원은 대학병원 위탁 운영이라는, 또 다른 민영화 위협을 맞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병원 설립은커녕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에 위탁한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비슷하다.

최근 민영화 우려를 일으키는 정부의 방침들 몇 가지만 봐도,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각기 다른 모습들을 전부 민영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일까?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까? 

밀턴 프리드먼과 함께 민영화를 주창했던 학자 엠마누엘 사바스의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이 ‘민영화’라는 개념을 남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민영화를 위임(위탁 계약, 민관협력, 보조금, 바우처), 매각(판매, 무상이전, 청산), 대체(정부기관 성장 제한 및 사이즈 축소, 규제완화)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그에 속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각각 달라 보여도 모두 민영화라 부를 만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민영화가 단순히 재정적 혹은 관리적 조치를 넘어, 민간 기관과 정부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 입장이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민영화는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을 줄이거나 민간 기관의 역할을 증가시키는 조치다. 즉, 정부에 덜 의존하고 민간 영역에 더 의존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영화를 좁게 해석하며 그것이 아니라 말하지만,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형태가 어떻든 간에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민간 영역, 대체로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다. 기업들의 존재 이유는 이윤추구다.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비싸게 제공하면서, 질은 낮추고 노동자들의 여건을 악화시킬 동기가 있다. 시장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의도대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드물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영역은 아예 공백 상태가 되어버린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사라져 버리고,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와도 거리가 멀어진다. 결과적으로 이익은 소수의 집단에 집중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의 각 개인에게 돌아가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집중된다.

물론 정부 기관도 문제들이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재무건전성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하려 한다면, 시장의 기업과 비슷한 동기가 생길 수 있고,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사적 이윤추구가 아니라 공익 추구를 조직의 정당성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시장의 기업보다 제도적, 사회적 통제를 받고 있다.

그간 민영화의 부작용이 축적된 결과, 세계 각지에서 민영화된 서비스를 다시 공공으로 전환한 사례들이 이미 수두룩하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온갖 ‘개혁’, ‘혁신’이라는 말만 늘어놓으며, 구태의연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내맡겨져 사람들이 고통 받는 영역을 찾아내고, 어떻게 하면 정부가 책임과 역할을 더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기반하여 공공부문을 어떻게 더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 민영화에 대한 대안은 단순히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민영화는 결국 사회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훼손한다. 그러므로 민영화에 대한 대안은 궁극적으로 사회체제의 민주적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듯이 사회체제의 모든 영역에서 사회 권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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