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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 위탁운영 추진 잇따라..."공공의료 포기 다름없어"대구시·경북도·충남도 등 대학병원 위탁 논의 급물살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완전한 오답...과거 실패 사례도 많아"
경상북도는 8월 5일 도청 회의실에서 경북대학교병원과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라포르시안] 지난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선 8기'가 출범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 지방의료원 운영에 대학병원 에 위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의료 인프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건 공공의료 확충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국민의 삶에 직결되지만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간 의료격차가 국가적 문제로 떠올랐음에도 공공병원 확충이 아니라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에 몰두하는 건 정부와 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책임마저 회피하는 꼴이란 비판이 거세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국 각 지자체 가운데 집권여당 소속 지자체장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경상북도는 지난 5일 경북대병원과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핵심은 경북도 산하 김천의료원, 안동의료원, 포항의료원 등 3곳을 경북대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데 있다. 경북도는 협약 체결에 따라 도립의료원 위탁 운영에 대한 타당성 용역과 함께 경북도의회 및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관련 조례 개정, 위·수탁 체결 등의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성일종 국회의원은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단계적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 실무진이 참여하는 위탁운영 추진 전담팀을 구성해 올 하반기 경북대병원 공공임상교수 파견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위탁운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지자체는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을 추진하면서 대학병원과 연계를 강화해 공공병원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져야 할 공공의료의 책임을 개별 기관에 떠넘기는 일이란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전국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재정적자와 의료인력난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으며, 300병상 이하 규모로 필수진료과를 갖추지 못했거나 중증환자를 보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지방의료원을 지역에 공공의료를 책임질 만한 자원과 역량을 갖춘 곳으로 지원·육성하기보다 저소득층 진료 등 보조적 역할을 부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력과 시설 확충에 예산을 투자하기 보다는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지방의료원 위탁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이 ‘공공의료 포기’로 이어질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방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완전한 오답"이라며 "마산의료원 경상대병원 위탁(1997), 이천의료원 고려대병원 위탁(1998), 군산의료원 원광대병원 위탁(1997) 등 이전의 위탁 사례를 볼 때 대학병원은 지방의료원에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위탁 여부와 지원 수준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광대병원은 군산의료원을 장기적으로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수탁해 의료인력 등을 지원하다가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책임경영을 포기하고 위탁에서 철수한 사례도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위탁과 위탁 이후 경영은 지방의료원의 필요보다는 수탁기관의 경영적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 감소, 건당 진료비 상승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지방의료원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 기대감이 잘못된 명분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방의료원의 역할은 첨단 정밀 의료와 중증 환자 치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대학병원과는 다르다"며 "지방의료원의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은 ‘대학병원 따라잡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데 적합한 규모와 인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방의료원 위탁 정책은 사실상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고,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강화하기는커녕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책임까지 회피하는 꼴"이라며 "재정적자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한, 혹은 ‘공공의료 포기’나 다름없는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을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의료원에 종합적·전폭적인 지원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이 위탁 운영함으로써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사인력 수급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지난달 19일 성명을 내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지역 내 미충족 필수의료 현황에 기초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인 지방의 의사인력 수급문제는 단순히 위탁 운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위탁 경험이 있는 지방의료원 사례를 봐도 간헐적 파견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인적 교류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 위탁 운영시 지역 필수의료체계 구축보다 수탁기관의 수익 문제 등 경영 방침을 우선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높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방의료원이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될 경우 지역 보건의료정책 실행주체인 지방정부, 정책수단인 지방의료원, 지역 내 필수의료정책을 심의하는 민․관 거버넌스인 공공보건의료위원회 등 각각의 책임과 역할이 분절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실현될 수 없고, 공공의료 훼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감염병 최전선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다가 경영악화 상황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위탁 논의는 토사구팽"이라며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방의료원 위탁 논의가 아니라 지방의료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지방의료원 정상화와 발전에 전력해야 하며, 지방의료원을 육성해 지역 완결적인 필수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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