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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의료기기 특화된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 절실해서화석(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바이오헬스산업은 반도체·자동차를 넘어 한국의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보건산업 수출은 빠르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례로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연매출은 24조 원에 달하다. 이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100만대 판매한 실적과 동일하다.

특히 의료기기산업은 디지털과 의료기술 융합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 FDA에서도 혁신 의료기술(Breakthrough)로 지정 받는 의료기기 수가 매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근 팬데믹 대비와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해 규제 완화와 혁신 제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빠르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의료기기산업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좀 더 직접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2020년에는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에 대한 법이 시행됐다. 제약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12년에 시행된 것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의료기기산업계에서는 10여 년 간 노력 끝에 통과된 의료기기 지원법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한 혜택인 조세특례법 등은 이미 다른 법에서 명시한 혜택을 정리한 수준에 그쳤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에 대한 혜택도 허가·심사특례·신속심사 등이 있었지만 의료기기업체가 실제적으로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의료기기보다 앞서 10여 년 전 특별법이 시행된 제약산업은 달랐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에서는 17조 2항목에 약제의 상한금액 가산 등에 대한 우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물론 이미 해당 조항이 마련되기 전에도 정부는 제약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약가 우대 정책을 시행해왔다. 제약·의료기기 각각의 지원법이 동일한 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혜택이 상이하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의료기기산업은 영세한 기업이 많아 산업 육성을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약과 의료기기산업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제약기업에 약가를 우대해 줬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의료기기기업에게도 치료재료 가격 우대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의료기기산업은 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구성된다. 그 분류만 해도 ▲치료재료 ▲의료·진단장비 ▲진단시약 등 다양하게 나뉜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회사마다 기능·성능이 다르고 특장점이 있어 제약 산업에서의 단일한 혜택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기산업 지원을 위해 보다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의료기기산업은 공급 유통망 이슈, 반도체 수요 부족, 높아진 임금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 관세 면세, 반도체 및 주재료의 원활한 수급 지원, 연구개발 인력 보조금 지원 및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직접적인 지원과 더불어 중요한 정부 역할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해왔다. 서울 홍릉에 위치한 서울바이오 허브에서는 수 년 전부터 다국적기업과 함께 바이오헬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행사를 진행해왔고, 또 선정된 기업에게는 상금과 함께 개별 컨설팅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승한 스타트업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다양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민관이 함께 진행하는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성장시켜나가는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한다. 단순히 정부의 일방향 지원보다는 다양한 기업과 열린 협업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기술을 연계하고 스타트업을 발굴해 함께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 역량과 자체 기술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방식은 많은 한계를 가진다. 이미 제약 산업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필수가 됐다. 특히 의료기기는 디지털 기술이 복잡하게 융합되면서 새로운 기술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혈관용 스텐트 국내 제조기업 엠아이텍은 내시경 분야 1위 업체인 올핌푸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보스톤사이언티픽과 함께 일본 수출을 진행했다. 3D 프린팅 국내사인 티앤알바이오팹은 존슨앤드존슨과 함께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영상 진단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도 다국적 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정부 주도의 일방향 지원 플랫폼을 벗어나 경쟁력 있는 민간 협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접근법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적격한 국내기업을 찾아 전문화된 매칭을 지원하고 국내기업과 다국적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몇 해 전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지티닙’을 1조4000억 원에 기술 수출했다. 이는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의 결실 사례다. 지난 십여 년간 제약 산업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정부가 이제는 의료기기산업에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 노력을 보여줄 때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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