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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혁신의료기기 ‘사후평가·급여등재’라는 뒷바람 받으려면이승미(사이넥스 의료기기 임상개발부 이사)

[라포르시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방안’에서는 몇몇 개선과제와 주요 대책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 규제개선으로 신속한 현장 활용을 돕고자 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비침습)는 인허가 후에 비급여(또는 선별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눈여겨 볼 점은 혁신의료기기의 빠른 시장진입과 임상현장 활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혁신성 인정 범위를 넓히고자 산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소프트웨어 전문평가위원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정 기간 현장 사용을 통해 축적한 임상자료를 근거로 재평가 및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헬스 혁신 인프라 조성을 위해 의료 디지털 융합 신의료기기·서비스 개발 지원을 계획하고 비대면 정서장애 디지털 치료기기·전자약 등을 그 대상으로 정했다.

최근 몇 년 새 AI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와 각종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들이 속속 허가절차를 밟고 있지만 기업 관점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수가를 인정받고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지 여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뷰노가 심정지 예측 AI 의료기기로 신규의료코드를 받는 첫 사례가 되면서 한시적 사용이지만 AI 분야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의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정부 기관과의 논의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디지털 치료기기 10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고, 곧 품목허가 가시화를 앞둔 상황에서 심평원 역시 이에 대비해 건보급여 등재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은 지난달 8일 열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정기세미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급여방안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약품 대비 개발비나 기간이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낮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이에 맞는 수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절감과 효율화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의약품·의료기기와 달리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 스스로 사용하는 의료기기인 만큼 환자 참여도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위해 초기에는 개발비용 수준의 임시수가를 부여하고 임상현장에서의 사용 효용성을 파악해 사후 확인을 통해 원가를 보상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기기업계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방안이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지정 및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급여방안에서 공통적으로 살펴볼 점은 어떤 것일까. 모두 ‘사후평가’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품목허가를 위한 확증임상시험의 결과뿐만 아니라 이후 얻어지는 실사용자료(RWD·RWE)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쓰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임상시험 환경은 지극히 통제돼 있다. 어떤 환자를 포함시키고 제외할지, 어느 수준의 질병 상태를 가진 사람에게 사용할 때 가장 최적의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 모두 계산하고 치밀하게 조직한 가운데 임상시험 내 의료기기 적용이 결정된다. 또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직접 진료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라 할지라도 임상시험에 관여하는 수많은 인력이 그들의 참여도에 관심을 갖고 밀착 관리한다. 우리의 실제 사용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다.

한편,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간혹 병원 한 곳의 데이터만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그 병원의 데이터에만 최적화돼 다른 병원의 데이터가 들어갔을 때 기대한 값보다 낮은 성능을 보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이유들로 디지털 소프트웨어 전문평가위원회를 제안하고 축적된 현장 사용에 대한 결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기회와 규제의 문을 동시에 열어두는 방법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상시험에서 얻어진 높은 수치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제품이 실사용 환경에서 어떠한 결과들을 보일지 다양한 각도에서 예상하고 이를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심리학자인 최인철 교수의 책 ‘굿라이프’에는 맞바람과 뒷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갈 때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올 때 비행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두 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기류로 인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뒷바람의 혜택을 입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맞바람의 저항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뒷바람의 힘에는 둔감하면서, 우리의 삶을 더 어렵고 거칠게 만드는 맞바람의 힘에는 예민하다. 모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붙고 있는 뒷바람은 무시한 채 앞에 있는 맞바람만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규제라는 ‘맞바람’과 사후평가라는 ‘뒷바람’이 분다. 의료기기업계가 불어올 뒷바람의 힘을 한껏 이용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바람의 흐름을 기민하게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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