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률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라포르시안] 파킨슨병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흔한 신경퇴행질환 중 하나로, 서동, 강직, 안정 시 떨림 그리고 보행 및 균형 장애 등의 운동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상당 기간 양질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약물치료의 표준으로 사용 중인 '레보도파'를 오랜 기간 복용하면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운동증(Dyskinesia)이 나타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내 출시된 신약 '에퀴피나'는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 사용하면 이상운동증 없는 약효 개시 시간(Good ON time)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받고 있다. 라포르시안은 파킨슨병 전문가인 인하대병원 신경과 김률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 환자에게 'Good ON time'이 의미하는 바와 에퀴피나의 효과성와 안전성에 대해 들어봤다. 

- 현재 파킨슨병 표준 치료로 널리 사용중인 레보도파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서동증, 강직, 안정 시 떨림, 보행 장애 등을 특징으로 한다. 60대 이상 노인에서는 약 1% 유병률을 나타낸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정보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1만 6,000여 명에 달한다. 파킨슨병 치료의 기본은 레보도파 치료이다. 레보도파 개발 이후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은 약물 치료로 잘 조절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초기에는 레보도파로 치료하면 질환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레보도파 치료를 시작한 지 5년 이상이 되면 약 75%의 환자에서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약효 소실 현상’과 ‘이상운동증’ 두 가지가 있다. 약효 소실 현상이란 말 그대로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줄어, 약을 복용한 후에도 몸이 굳고 약효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파킨슨병 약물을 하루에 3회 정도 복용을 하는데, 약효가 떨어지면 하루에 약물 복용 횟수를 4~5회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약효 지속 시간이 유지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이상운동증은 약효 소실 현상과는 반대로 약효가 있을 때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이상운동증은 오히려 약 기운이 남아있음에도  환자 팔다리에서 실룩거림, 꿈틀거림 등의 동작이 나타난다. 이 또한 초기에는 이상운동증의 증상이 미미하지만, 심할 경우 팔다리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미칠 만큼 악화된다.

- 이상운동증을 비롯한 합병증이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 약효 소실 현상 및 이상운동증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 파킨슨병 환자는 합병증이 없는 환자보다 삶의 질이 낮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또 파킨슨병이 젊은 나이에 발병하면, 상대적으로 고령에 파킨슨병이 발생한 환자보다 합병증을 더 쉽게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약효에 따라 몸 상태와 기분 변화의 기복이 크다. 이 때문에 하루의 일과를 투약 일정에 맞춰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이나 삶의 질 저하를 흔히 겪는다. 따라서 나이가 젊고,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이상운동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주변사람들에게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라는 게 쉽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이혼을 하는 등의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파킨슨병 치료의 근본적인 목표는 파킨슨병이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약효 소실 현상과 이상운동증을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 이상운동증 발생 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 이상운동증은 약물의 혈중 농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최고용량 이상운동증(peak-dose dyskinesia)’과 약물 복용 후 약효가 시작되거나 약효가 사라지기 시작할 때 각 1회씩 전체 2회에 걸쳐 발생하는 ‘이상성 이상운동증(diphasic dyskinesia)’ 두 가지로 나뉜다. 최고용량 이상운동증이 심한 경우 몸이 춤을 추듯이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 이상운동증을 비롯한 합병증을 치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려면 약물 용량을 높이거나 투여 횟수를 늘리는 것이 기본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상운동증이 심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이상운동증이 심한 환자는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투여 횟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약효 지속 시간이 줄어든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 사이에서 적절한 용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절이 굉장히 어려운 경우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마다 복용량에 대한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약물 조절 외에도 뇌심부 자극수술이라는 수술적 치료가 있다. 뇌심부 자극수술을 하면 약물의 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치료때 발생하는 이상운동증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술을 하고도 5년~10년이 지나면 약물 농도가 다시 높아지기 때문에 수술이 절대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다. 수술이 가능한 몸상태의 환자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한국에자이의 파킨슨병 치료제 에퀴피나는 레보도파의 부가요법으로 사용 가능한 약이다. 레보도파를 복용중인 환자들이 에퀴피나를 함께 복용하면, 약효 지속 시간이 유의하게 개선되면서 이상운동증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약효 소실 현상이나 이상운동증이 있는 파킨슨 환자에게 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물론, 환자마다 개인 차가 발생할 수 있다.

- 파킨슨병 환자에게 ‘약효 개시 시간’과 ‘약효 소실 시간’이 갖는 의미는. 

= 파킨슨병 환자들은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자보다 약물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그 덕분에 초기에는 환자의 삶의 질도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레보도파를 이용한 약물 치료를 오랜 기간 진행하면 약효는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합병증이 발생한다. 파킨슨병 치료에서 약효 시간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말해 ‘약효 개시 시간’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고 ‘약효 소실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약효 소실 시간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이라도 약효 개시 시간에는 스스로 걷고, 집안 일을 하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등 ON/OFF의 상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 임상에서 확인한 에퀴피나의 치료 효과는.

= 아직 에퀴피나 처방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방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에퀴피나를 투여한 환자에서 부작용이 적었다. 파킨슨병 약물 치료 때 이상운동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에퀴피나를 사용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상운동증의 악화 빈도가 적었다. 
에퀴피나의 약효에 있어서는 환자의 개인차가 있다. 환자 대부분에서 약효를 보이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환자도 있는 등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에퀴피나의 임상결과를 소개하면 이렇다, 에퀴피나를 24주간 복용한 환자군(n=274)에서 위약군(n=275) 대비 이상운동증 없는 약효 개시 시간(ON time)의 유의한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또 에퀴피나는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써 레보도파의 약효 소실 시간(OFF time)을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병용 약제의 종류 혹은 운동 동요 증상 정도에 관계없이 유의한 약효 소실 시간 감소를 보였다는 것이다.

- 임상에서 확인한 에퀴피나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떤가.

= 주요 임상 연구에 따르면 에퀴피나 치료 후 발생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유사했으며, 대부분(>90%) 경도~중등도의 증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퀴피나 2년 장기 투여에서도 이전 연구에서 관찰된 것과 비슷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나타냈다. 에퀴피나 복용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이상운동증, 낙상, 구역 등이 보고됐다. 

- 에퀴피나가 국내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나.

=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약효가 소실되고 이상운동증이 발생했을 때에는 스스로 움직이고, 집안일을 하는 등의 일상 생활들이 어렵지만, 약효가 있고 이상운동증이 없을 때에는 스스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파킨슨병 초기 환자들은 약효도 좋고 합병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약효 개시 시간에는 정상인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멀쩡하다. 그러나 5년 정도만 지나면 합병증이 발생하고 삶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안타깝다.  

- 파킨슨병 환자 및 환자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 최근 의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파킨슨병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증상의 정도에 따라 최적의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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