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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형외과 “간판에 '정형외과' 표시는 작게, '통증'은 크게”정형외과학회, 외과와 비교해 수술 수익 분석..."수술 할수록 손실"
"정형외과 수술 수가·급여기준 현실화 절실"

[라포르시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갈수록 정형외과의 볼륨을 줄이고 있다. 인력 충원도 안 하고 시설 투자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대학병원에 수술실이 30개씩 있었는데 요즘에는 두세개 밖에 주지 않는다.”

“정형외과의원을 개원할 때 통증을 내세우고 정형외과를 작게 표시하는 것이 요즘 트랜드다. 인공관절 수술은 60~70만원인데 통증클리닉에서 비급여 주사를 투여하면 30~50만원은 금방이다. 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비급여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정형외과 개원가 원장의 실제 하소연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에 따라 근골격계 퇴행성 질환 및 노인 골절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형외과 수요도 급증하면서 정형외과 수술 기법 및 진료 장비와 재료도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낮은 수가로 인해 필수적 급여 치료보다는 비급여 진료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양새다. 외과 등에 비해 환자당 수술 수익이 낮다보니 대학병원에서도 정형외과에 대한 투자와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것.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전문 원가분석 경영기관에 의뢰해 지방 종합병원·수도권 종합병원·지방 상급병원·수도권 상급병원에서의 정형외과와 외과 수술 수익을 분석한 결과, 환자당 수술 수익 중 재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정형외과는 50~60%로, 외과 30~4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자원 소모 대비 수술행위 수익은 정형외과가 외과의 0.4~0.8배로 낮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병원의 평균 수술실 수익은 377억원인데 비해 정형외과 수술 수익은 65억원, 평균 수술 건당 수익은 16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수술 시간 기준으로 정형외과 수술이 전체 수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였다. 이를 이용해 조사 대상 병원 정형외과에서 수술 수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52%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학회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결론적으로 조사 대상 병원의 정형외과 수술 행위료의 절반이 손실이며, 수술 수가의 평균 손익률 역시 절반이 –52%로, 타 외과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아 더 많은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한승범 보험위원장.

수가뿐만 아니라 급여기준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 보험위원장은 “행위에 대한 보상인 수가만 문제가 아니라 급여기준도 문제”라며 “정형외과 관련 근골격계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수술 시행 시 동시 수술로 분류돼 실제 행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수가가 종합병원급 이상은 70%, 이외는 50%만 인정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산정 불가 재료대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비급여 재료인 유착방지제 등을 사용해서 원가를 보전하는 의료비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정형외과학회는 지속적으로 보건당국에 급여 기준 개선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한정형외과학회는 120개의 급여 기준 검토사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으나, 69개 항목에 대한 답변은 ‘현행 유지’였다. 나머지 51개 항목은 아직까지 검토 중이다.

한 보험위원장은 “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정형외과 수술 수가를 비급여 행위 수가와 재료 수가를 통해 보완하는 현실을 개선해 정상적인 진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형외과 수술 수가 및 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형외가 저수가 문제는 개원가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60~70만원짜리 인공관절 수술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수술장을 갖춰야 하고 서너명의 의료진이 붙어야 하고 기계도 세팅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환자 컴플레인까지 들어줘야 한다”라며 “그런데 통증클리닉을 하면서 비급여 주사를 투여하면 30~50만원은 금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수술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태연 회장은 “수가를 보면 1~2% 올려준다. 물가는 3% 오르고 인건비는 30% 오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돈 문제인데 수가를 정상화하지 않는 한 비급여가 부풀려질 수 밖에 없다. 정형외과 후배들이 어느 길로 갈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수술을 포기하고 비급여로 가려는 후배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적인 이유로 개원할 때 정형외과 대신 통증클리닉을 앞세울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하소연했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정형외과의원을 개원할 때 간판에 '정형외과'를 크게 붙였지만 요즘은 '통증'을 내세우고 뒤에 정형외과를 작게 쓴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들린다”라며 “이것이 요즘 정형외과 개원가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

척추·관절 등 정형외과 질환 치료가 다른 진료과부터 침해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 회장은 “비 정형외과에서 통증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내과에서 류마티스 내과를 하면서 관절 주사나 심지어 관절내시경까지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며 “전문 진료과의 영역을 서로 존중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외과계의 난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지금 상황이 유지되면 결국 5년 안에 전공의 지원율도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제가 있을 때 바로 잡아야지 5~10년이 지나면 늦는다. 정형외과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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