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위험 과대평가…멀쩡한 환자에게 스타틴 복용케 할 수도"

▲ 이미지 출처 : 미 심장협회(AHA) 홈페이지

최근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를 중심으로 심장병 및 뇌졸중 예방에 관한 4가지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고혈압 관련 지침은 며칠 뒤 추가로 발표했다). 그 중 콜레스테롤 관리 지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이에 관해 제기된 문제를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 전문을 번역한 글을 전재한다. 이 기사의 번역은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양병찬 약사가 했다. <편집자주>


지난주, 미국의 선도적인 단체들<미국심장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가 새로운 「콜레스테롤 강하지침」과 「온라인 계산기」를 전격 발표했다. 온라인 계산기는 의사들이 환자의 CVD 위험을 평가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전문가의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점은, "온라인 계산기가 환자의 CVD 위험을 과대평가함으로써, 멀쩡한 수백만 명의 환자들로 하여금 추가로 스타틴을 복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 11월 17일에는 미 심장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 심장전문가가 "새로운 지침의 실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지침은 한 마디로 충격이다. 우리는 이 지침이 광범위하게 실시되기 전에, 잠시 시간을 갖고 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신중하게 재평가해야 한다"라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순환기내과 과장인 스티븐 니센 박사는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 댈러스에서 시작된 미 심장협회(AHA) 연례회의에서는 새로운 지침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토요일 저녁 긴급회의가 끝난 후, 지침 발표의 주역인 두 단체(AHA, ACC)는 "온라인 계산기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심혈관질환 CVD 위험평가를 위한 하나의 진보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콜레스테롤 강하지침은 환자와 의사들에게 '온라인 계산기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침 작성을 이끌었던 시드니 스미스 박사는 "관련 기관들이 계산기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수정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일요일 뉴욕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온라인 계산기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우려가 과연 실질적인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온라인 계산기의 문제점을 처음 주장한 사람들은 하버드 의대의 교수 두 명(폴 M. 리드커, 낸시 쿡)이며, 이들의 주장은 11월 19일자 랜싯(The Lancet)에 사설로 실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작년, 이번 지침의 원저자인 미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두 사람에게 각각 지침의 초안을 송부하고 검토를 요청했을 때였다. 두 사람은 모두 - 약속이라도 한 듯이 - 온라인 계산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회신을 NHLBI 측에 보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적은 최종 지침에 반영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지적이 지침 작성 실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라고 지침작성 태스크팀의 공동의장이자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예방의학과장인 도널드 로이드-존스 박사는 말했다.

리드커 박사와 쿡 박사는 (보도제한이 풀린) 11월 12일(화요일) 오후 4시에 최종지침을 받아보고,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11월 16일 저녁, AHA와 ACC의 회원들은 리드커 박사와 서둘러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브리검 여성병원 산하 심혈관질환 예방센터를 이끌고 있는 리드커 박사는 AHA/ACC의 회원들에게 관련 데이터를 제시하며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11월 17일, AHA/ACC의 관계자들은 한데 모여 리드커 박사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다른 전문가들은 "온라인 계산기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계산 방법에 대한 문제점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는 온라인 계산기가 의사와 환자들에게 적절한 향후대책을 알려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존스홉킨스 대학교 산하 심장질환 예방센터의 마이클 블라하 박사(임상연구소장)는 말했다. (블라하 박사는 이번 지침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온라인 계산기가 환자의 CVD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과대평가)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블라하 박사는 "계산기가 10년 이상 지난 낡은 데이터를 기준 데이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예컨대, 지침 작성자들은 1990년대의 연구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위험인자들(예: 콜레스테롤, 혈압)이 10년 동안 심근경색 및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을 계산했는데,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황은 많이 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저한 변화는 ① 동일한 연령대의 남녀 간에 CVD 위험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②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병 연령이 증가한 것이다. 블라하 박사가 단적으로 말한 바와 같이, 지침 작성 위원회가 사용한 코호트는 구시대의 것이었던 것이다.

이번주에 리드커 박사와 쿡 박사는 최신 코호트(3,000명 이상의 대상자가 포함되고 10년 이상 계속된 대규모 연구)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콜레스테롤 강하지침」과 「온라인 계산기」를 평가했다. 대상자들의 초기 연령, 흡연 여부, 콜레스테롤 수준, 혈압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동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온라인 계산기로 계산된 수치와 비교해 보았다.

비교 결과, "온라인 계산기가 - 인구집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 환자의 CVD 위험을 75~150% 과대평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컨대, 실제 CVD 위험이 4%인 사람은 온라인 검사에서 8%가 나왔다. 이번에 발표된 「콜레스테롤 강하지침」은 CVD 위험도가 7.5%일 경우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CVD 위험도가 4%인 사람은 콜레스테롤 강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온라인 계산기를 이용하여 CVD위험을 평가할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예측모델(온라인 계산기)을 널리 보급하려면 영점조절 오류(miscalibration)를 해결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환자의 CVD 위험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함으로써 상당한 과잉처방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리드커 박사와 쿡 박사는 랜싯에 기고한 사설에서 말했다.

11월 17일 지침작성을 지휘한 스미스 박사는 "쿡 박사와 리드커 박사가 제기한 우려는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강하요법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것은 전문가들이 지난 5년 동안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다"라고 항변했다. (스미스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의대의 교수로 AHA 회장을 역임했다.)

지침작성 실무 책임자는 "리드커 박사와 쿡 박사가 검토한 3건의 코호트는 예외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률은 평균보다 낮다"고 반박했다.

NYT의 논평 요청을 받은 일부 의사들은 "그렇잖아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틴을 미심쩍어 하고 있는 마당에, 온라인 계산기의 오류 때문에 콜레스테롤 관리지침이나 AHA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까 봐 걱정이다"라고 속내를 털어 놨다. "우리는 '대중의 신뢰 상실'이라는 재앙에 직면해 있다"라고 브리검 여성병원의 피터 리비 박사(순환기내과 과장)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된 콜레스테롤 관리지침을 받아든 환자와 의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서, 뾰족한 수단은 없어 보인다. 그저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심근경색의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 환자)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수밖에.

지침을 개발한 전문가들은 온라인 계산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 특히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 과대평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라고 콜로라도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장으로 이번 지침에서 위험평가 부분을 책임졌던 데이비드 고프 박사는 말했다.

지난해에 리드커 박사와 쿡 박사가 문제를 제기한 지 얼마 후, NHLBI는 "우리의 임무는 끝났다"며 지침개발 과정에서 발을 뺐다. 그리고는 AHA와 ACC에 지침 작성 및 발표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다. 이에 대해 NHLBI에서 심혈관질환 관련 학술연구를 지휘하고 있는 마이클 라우어는 "우리는 많은 전문가들의 검토의견과 이에 대한 (지침 개발자들의) 답변을 취합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라 AHA와 ACC에 업무를 이관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의사들은 문제의 '온라인 계산기'를 이용하여 가상의 환자를 테스트해 보고는 "환자들이 과연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니센 박사는 위험인자를 전혀 보유하지 않은 60세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총 콜레스테롤 150, HDL 45, 수축기 혈압 125이며, 당뇨병을 앓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환자의 수치를 계산기에 입력해 보았다. 그 결과 환자의 10년 CVD 위험도는 7.5%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 외견상 저위험군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 콜레스테롤 강하제(스타틴)를 복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니센 박사는 이번에는 60세의 건강한 백인 남성의 수치를 입력해 봤지만, 역시 7.5%의 위험도를 얻었다. "이건 뭔가가 크게 잘못됐다. 이 계산기의 결과를 따른다면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콜레스테롤 치료를 받아야 하며, 65세 이상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은 (사실상)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니센 박사는 말했다.원문 링크 : Risk Calculator for Cholesterol Appears Flawed

양병찬은?

인천에서 태어나 부평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84년)와 동대학원(1986년)을 졸업하였다. 그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다가, 39세의 나이에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였다. 약대 재학시절에는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경영학, 의학, 약학, 건축학 분야의 문건을 번역하였다. 약대 졸업 후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서울대병원의 문전약국에 2년 간 근무하며 전문약품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2005년 5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구로구에서 소규모 약국을 운영하며, 전문번역가와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지식리포터(보건의료, 생명과학 분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5월 이후 임상약학, OTC 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미국, 영국, 일본의 상담서들을 꾸준히 번역 소개해 왔다. 주요 번역서로는 [비처방약품 치료학 (Nonprescription Product herapeutics/ 2007년 7월)], [피플스 파마시], [드럭 머거], [약국 증상별 상담 매뉴얼], [커뮤너티 파마시] 등이 있다. <출처 : 도서 전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북DB(book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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