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유전 재발열 증후군 중 CAPS 환자 보호자)

[라포르시안] 유전자 이상으로 면역체계가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물질을 과다 생성해 발생하는 자가 염증 희귀질환인 유전재발열증후군. 이 질환은 영유아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39°C 이상의 고열과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유전성 전신 염증 질환이다.

여러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을 높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장기적인 합병증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주요 증상이 다른 질환과 매우 유사해 진단이 매우 어렵고 오진 가능성도 높다. 

다행히 치료제가 있다. '키너렛'과 '일라리스'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암젠이 개발한 키너렛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약물이고,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처방 받을 수 있다. 매일 자가 주사해야 한다는 불편이 크지만, 유일하게 국내에서 보험등재가 된 약물이다. 한편 일라리스는 식약처 허가는 받았으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일라리스의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라포르시안은 최근 유전자재발열증후군 중 CAPS를 앓고 있는 아이의 환자 보호자 A씨를 직접 만나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들어봤다. 다만 인터뷰에 응해 준 보호자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 아이가 처음 CAPS를 진단 받았을 때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5시간 만에 온몸에 빨갛게 발진이 일어났다.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응급실로 바로 옮겨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대학병원에서도 발진의 원인을 알 수 없었고 그 상태로 퇴원했다. 신생아에게 발진이 많은 경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등 유사 사례를 찾아봤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게 어떤 질환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커가면서도 계속 발진이 사라지지 않아 여러 대학병원과 피부과 명의들을 찾아가 진료받았다. 당시에는 피부에만 집중해 알레르기 검사, 피부 조직 검사 등을 받아봤으나, 정확한 질환을 진단받지 못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피부과를 다시 방문했다. 처음 피부과에 갔을 때는 두드러기 증상으로 여겼는데, 단순한 피부 발진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피부과 교수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더니 감염내과를 거쳐 면역 류마티스 쪽으로 바로 보내줬다. 면역 류마티스 쪽에서는 아이의 증상을 이야기하자마자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ryopyrin-Associated Periodic Syndromes, CAPS)‘ 이라는 질환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전자 검사를 권했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2주 뒤 CAPS 중에서도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이하 CINCA)이라는 질환이란 진단을 받았다. 당시가 생후 2년 4개월째였다.

진단받은 질환이 희귀난치병임을 알고, ‘아이가 이 질환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겠구나’라고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했다. 질환 자체가 100만 명 중 1명에게 발생할 정도로 발생률이 낮다 보니 피부과 쪽에서는 이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태어난 날부터 발진 등의 증상이 있었음에도 진단이 늦은 편인데, 다른 CAPS 환자들도 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 현재 어떻게 CAPS를 치료하고 있나. 

"현재 매일 자가 주사를 해야 하는 치료제를 사용해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약제는 반감기가 24시간 정도기 때문에 매일 주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5주에 1번씩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가서 주치의와 상담하고 약물을 처방받고 있다. 이 주사는 일반적인 독감 주사 등의 약물보다 점도가 높아 약제가 빨리 투여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사 때 통증이 있어 아이가 또한 주사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매일 팔, 허벅지로 돌아가며 주사를 맞아도 오랜 기간 동안 주사를 하다 보니 피부가 딱딱해지고 변색이 된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지금 맞고 있는 주사가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증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나당 용량이 100mg인데, 지금은 몸무게 1kg당 2~8mg을 투여하고 있다. 아이가 더 자라면 하루에 2회 이상 주사를 맞아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 현재 5주마다 외래 진료를 보고, 10주마다 혈액검사, 6개월마다 청력검사, 연 1회 눈 검사 결과를 확인해 주치의가 투여 용량을 조절해 주고 있다. 지금은 80mg을 맞고 있지만, 80mg으로 증상 조절이 안 된다거나 아이가 더 자라면 투여 용량을 증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매일 주사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고통이지만 가족들의 부담도 크다. 항상 가족 중 한 명은 아이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 CINCA 치료제로는 ‘키너렛’과 노바티스의 ‘일라리스’라는 약물이 있다고 알고 있다. 

"지금 맞고 있는 키너렛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약물이고 매일 자가 주사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유일하게 국내에서 보험 등재가 된 약물이다. 한편 일라리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는 받았으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일라리스가 보험 등재 신청을 한 적 있으나, 먼저 보험 등재가 된 키너렛과의 경제성 평가에서 보험 급여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 일본, 북미 등 많은 나라에서는 키너렛과 일라리스를 둘 다 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약제의 급여 평가에 있어 먼저 보험 적용을 받은 약물과의 경제성을 단순히 평가하다 보니 환자 개개인이 가진 불편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 매일 자가주사한 지는 얼마나 됐나.

"2015년 1월부터 치료를 시작해서 시작한 지는 7년 반 정도 됐고, 이에 따라 아이는 7년 반째 매일 주사를 맞고 있다. 그만큼 삶이 떨어진다. 여러 제약사에서 CAPS 질환에 대해 연구 중이고, 어떤 제약사에서는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부분 중 하나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전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효과가 사라지거나 반감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해당 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면 치료 옵션을 한 가지만 둘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더 확보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울러 단순히 매일 자가 주사해야 한다는 물리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약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에 전 세계 약 3,000명의 CAPS 환자들이 모여 있는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을 통해 전 세계 환자들이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질문이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 그룹을 살펴보면 많은 환자가 키너렛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치료 2~3년이 지나면 일라리스로 치료제를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일라리스를 투여하면서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도 CAPS 환자 모임이 있고, 실제로 일본의 CAPS 환자 단체 회장과 두세 번 정도 만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일라리스를 실제로 사용 중인 일본에서는 어떠한 지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일라리스에 대한 치료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 매일 주사를 맞는 것 이외에 어떤 부담이 있나.

"현재 쓰고 있는 키너렛은 보험이 적용된다. 특히 희귀 질환은 산정 특례 적용되어 약값의 10%만 비용을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4주 기준 약 200만 원 정도이고, 산정 특례 적용 시 20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 사춘기가 올 시기이다 보니 아이의 심리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있다. 이미 지금 본인이 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고, 여름이 다가와 피부 노출이 많이 되는 시기다 보니 발진이 밖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약제가 면역억제제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외부 활동이 꺼려진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질병에 대한 노출, 추위에 대한 노출, 감염에 대한 노출 등을 마주해야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제약이 생긴다. 

현재 사용하는 약제는 결국 발진, 고열이 나지 않도록 관리 및 조절하는 약제이다. 치료제를 주사하더라도 발진이나 통증이 100%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추위에 노출되거나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무리하면 발, 다리 무릎 쪽으로 통증이 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모든 CAPS 환자에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 변비와 설사, 복통, 체증 등으로 장 질환이 염려된다. 물론 일라리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매일 주사 맞는 고통 이외의 고통까지 모두 100%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해외 사례들을 볼 때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된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쪽에서 약제를 평가할 때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한다.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도 함께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 아이가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처음 질환을 진단받았을 때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자책하기도 했고, 아버지로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CAPS라는 질환을 진단받았고 완치할 수 없는 질환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하나뿐이라는 불안을 안고 산다는 것이 힘들다. CAPS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약제가 있으나, 희귀난치병 환자 중에서는 그 하나의 약마저도 없어서 치료를 못 하는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질환을 이겨내고 있을 환자와 그 가족들과 비교하면 우리가 가진 어려움은 감내할 만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더 좋은 약에 대해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단순하게 경제성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보험 급여 적용에 관해 토론하고 시행할 수 있는 기로가 있으면 좋겠다. 아이가 차별 없이 생활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중증 희귀질환자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관련해 CAPS 치료 환경에도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증 희귀질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 안에서 급격한 변화가 가능할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CAPS 환자들은 전국 20~30명에 불과한 극희귀질환이라 환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매일 주사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제, 경구용 치료제, 반영구적으로 관리 및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 등을 통해 좋은 치료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은데, 좋은 치료제가 있더라도 보험이 되지 않으면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진다."

- 환자 보호자로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APS는 희귀난치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보다는 조절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잘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그중 하나가 주사 횟수를 매일 투여하는 것에서 더 줄여줄 수 있는 치료제이다. 물론 질환을 진단받고 나서 주사 방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의학 지식이 없는 부모들이 주사 방법을 배워 자가 주사를 하는 것은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 2~3개월에 1번씩 주사하는 치료제를 병원에서 전문 의료진이 주사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질병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확대가 필요하며, 좋은 약이 있을 때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 보험 급여가 고려됐으면 좋겠다. 질환마다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질환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보험 심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사람마다 무릎 통증,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발바닥 통증 등의 증상이 조금씩 다른데, 현재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하나뿐이라 비교가 어렵다." 

-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 가족을 대변해 정부나 제약사 등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단순히 경제성만으로 치료제에 대한 보험 급여 평가를 해서, 더 좋은 약이 있음에도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제한되는 상황을 개선해 주셨으면 한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하나뿐이라, 이 약의 공급이 불안해지거나 아이에게 내성이 생겨 점점 효과가 떨어지는 등의 경우에 대한 불안감이 늘 도사리고 있다. 또 아이가 성장할수록 투여량을 높여야 하므로 이 부분 또한 늘 고민이다. 

제약사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일라리스가 빠르게 보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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