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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복지부 6개월 출입정지’…우리가 옳았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11.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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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embago)'의 사전적 의미는 한 나라가 특정 국가의 항구에 상업선의 입항 및 출항을 금지하도록 법으로 명령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지금은 수출이나 통상금지 등 경제 부문의 모든 거래를 중지하는 조치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언론에서는 엠바고의 의미가 다르게 사용된다. 일종의 '보도유보'를 뜻한다. 어떤 취재 내용이나 보도자료를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보도하자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엠바고는 취재원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고, 특정 출입처 기자들 간에 합의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정해진 엠바고를 깨면 그 언론사에는 페널티가 가해질 수 있다.

본지는 최근 엠바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복지부 및 산하기관 6개월 출입정지' 조치를 당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7일자 기사<복지부, 11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법안 입법예고>를 통해 복지부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10월 11일자로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복지부가 배포한 '주간 보도자료 배포계획'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본지는 이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엠바고를 깨고 추가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물론 이 기사가 보도된 직후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 관계자는 엠바고를 어긴 것에 항의하고, 해당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본지는 출입정지 조치를 당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11일자로 예정했던 원격의료 허용법안의 입법예고를 연기했다. 원격의료 허용법안의 입법예고 연기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언론에서는 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해 재검토 하는 차원에서 입법예고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지의 보도로 입법예고 계획이 미리 알려지고 논란이 일자 어떤 이유에서인지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지난달 29일자로 뒤늦게 원격의료 허용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차하게 엠바고 어긴 것을 합리화할 생각 따위 없다. 다만 그 사안이 엠바고를 지켜야 할 일인가에 대해 생각이 다를 뿐이다. 엠바고를 정할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거나 사안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복잡해 보다 정확한 취재·보도를 위해 기자들에게 보충취재 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거나, 또는 정부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가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경우 등의 이유 말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그런 것과 무관해 보인다. 이미 복지부는 원격의료 허용법안의 틀을 다 갖춰 놓은 상태였고, 이 개정안이 불러올 사회적 논란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면 이 사안에 대해 엠바고를 지킬 이유는 더욱 없다.

복지부는 지난 2010년에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거세게 반발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결국 18대 국회 회기종료로 폐기됐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법안은 앞서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과 큰 틀에서 달라진게 없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진작부터 원격의료 허용법안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복지부도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원격의료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예고 시기를 나흘 앞두고 사전에 알려진 것이 무슨 큰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복지부가 지난달 11일에서 29일로 입법예고 시기를 늦추면서 얼마나 의료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런 절차는 입법예고 시기를 확정하기 훨씬 전에 거쳐야 했다. 논란이 뻔히 예고된 사안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법개정을 밀어붙였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엠바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본지에 무려 6개월의 출입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통보조차 없었다. 뒤늦게 복지부 산하기관으로부터 그런 내용을 듣게 됐고, 복지부에 다시 확인해 출입정지 조치를 알게됐다. 상관없다. 그깟 출입정지 조치 따위. 기자실 이용 제한이라 든지 보도자료 협조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로 불편한 건 복지부의 대응 방식이다. 현행 의료체계는 물론 국민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다는 불순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엠바고를 앞세워 언론을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저급한 속내가 싫다. 본지가 항의하자 출입정지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없다.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와 두 팔 두 발을 갖고 내키면 어딘들 못 갈까. 또 무엇인들 못 쓸까. 비록 가난하지만, 우린 자유로운 독립매체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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