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아주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라포르시안] 임기영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아주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중윤위가 국민 신뢰를 유발하고, 의사의 자율권을 수호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하도록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고 엄정하고 신속하게 징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기영 위원장은 지난 10일 오후 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의료법을 변호사법처럼 손질해서 비윤리적인 의사를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총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캐나다는 특정 의사가 20년 전에 행한 부도덕한 행위까지 알도록 해놨다"면서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지만, 소송이 많아지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윤위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부분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윤위가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사안의 대부분이 성폭행, 추행 등 파렴치범죄이지만 이 같은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못 한다"면서 의협에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료법 뿐 아니라 이외의 사안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의사면허 박탈법 얘기도 나오는데, 의협에 자율징계권을 주면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기영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 중앙윤리위원장 직을 맡은 소감은. 

= 의사는 전문직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규제 기능이 있느냐 여부다. 비윤리적 회원이 있으면 찾아내서 퇴출하는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의사협회는 자율규제권이 없다. 자율규제권을 갖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중윤위를 통한 직업윤리 확립은 의사들의 권익, 전문직 자율권을 수호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기도 하다. 임기동안 중윤위가 국민 신뢰 유발 기구이자 자율권 수호 기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고, 엄정하면서도 신속한 징계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 중윤위의 심의 절차가 궁금하다. 또한 최근 심의 경향은 어떤가.

= 중윤위의 역할은 과거나 지금이나 징계를 결정하고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문가평가제의 시행에 따라 각 시도 전문가 평가단이 징계 사건을 제보 받거나 인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도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면 시도윤리위원회가 일차 징계를 한다. 그 중에서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건이나 당사자가 시도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할 사건의 재심을 중윤위가 맡아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후 중윤위는 이처럼 일차 징계가 아닌 시도 윤리위 징계 결정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나친 비밀주의는 위원회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다는 지적이다. 징계 심의 대상과 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나. 

= 그야말로 바라는 바다. 캐나다와 같이 면허관리기구를 운영하는 나라의 경우, 징계대상자에 대한 청문 심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사전 고지되고, 일반 시민들의 청문심사 참관은 물론이고 언론 방송의 자유로운 취재, 중계까지 허락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인권 침해 등등의 이유로 청문심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징계 결과 공표까지 제약을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 결과 공표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심의 일정과 대상, 심의결과 등을 공개하는 문제는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다만, 공익을 위한 중윤위의 정당한 징계 업무는 국가가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즉 징계대상자가 중윤위의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를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 자율징계권 줘봐야 '제식구 감싸기'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행정처분 요구 건수가 왜 이렇게 적은가.

= 중윤위에 올라오는 징계 요구의 대부분은 성폭행, 성추행 등 파렴치범죄다. 그런나 이런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법 이외 사안도 행정처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의사면허 박탈권 얘기도 나오는데, 오히려 의협에 맡기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징계 대상에게 질의서 보내면 거부하고, 청문 공문을 보내도 거부하면 중윤위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부문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법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은 달라야 한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등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소송이라는 리스크 안더라도 빨리 징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중윤위에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정확한 심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따르는 것으로 안다. 

=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심의에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평가제를 할 때 필요하면 보건소를 대동하여 강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부분은 보건소 혹은 관할 관청의 협조가 없으면 유명무실해진다. 전문가 평가단에 특사경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과연 정부에서 의사 사회에 그런 권한을 줄 지 회의적이다. 

사실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중윤위에게 보다 확대된 징계 권한을 주는 것이다. 현재 회원자격정지 3년이 최대인 중윤위 징계 수준을 영구제명, 제명 등으로 강화하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면허정지권을 준다면 중윤위 징계 절차를 가볍게 보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사자가 강하게 반발하면 방법이 없다. 차라리 특사경과 같은 권한, 중윤위가 면허에 문제를 제기할 권한을 갖고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협조헐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의사협회나 중윤위에 면허관리권을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비의료인이 윤리위 위원으로 활동한지 9년 가량 됐다. 과거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 현재 4명의 비의료인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명은 변호사, 한 명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공직자, 다른 한 명은 언론인이다. 변호사 두 명은 법률적 조언을 해준다. 변호사 징계 사례 등을 통해 징계 결정에 중요한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징계 결정문 작성 등을 맡고 있다. 또한 공직자 출신은 행정처분에 관한 사항이나 기타 복지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 큰 도움을 준다. 언론계 위원은 사회적 시각에서 귀중한 의견을 주는 등 의료인이 놓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의료인인 윤리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중윤위가 새로 구성되면서 여성 위원과 의학회 추천 의료윤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너무 당연한 얘기다. 중윤위 의료법에 따라 구성됐다. 또 대통령령에 의하면 중윤위 위원은 남녀비율을 고려해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전체 의사 중 여자 의사가 약 28% 정도임을 고려하면 중윤위원 11명 중 최소 3~4명은 여성위원이 임명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실제로 정부 위원회를 포함해 우리사회 모든 위원회가 30% 가량 여성을 포함해 구성한다. 이번 중윤위 구성은 그런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복지부도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여성 비율을 명시하도록 권고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도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차기 중윤위부터 규정을 손봐서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으로 안다.

-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 중윤위에 회부돼도 심사 기간이 너무 길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 중윤위의 처분 역시 솜방망이라는 말이 있는데.

= 중윤위 처분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중윤위가 솜방망이 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규정에 따른 최고 수위 징계가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윤위는 의료법 위반을 포함해 온갖 것을 다 다룬다. 살인을 하고 미성년자를 성추해하는 의사도 다룬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해서 중형이 확정된 사람이라도 중윤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는 고작 회원 자격정지 3년이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차라리 징계를 안 하는게 낫다고 본다. 

'중윤위가 징계를 했는데 고작 회원자격정지 3년이라더라'는 식으로 사회에 알려지면 국민들은 당연히 의사 전체를 '제 식구 감싸기', '철밥통'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징계 종류 및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윤위 규정이 개정돼 앞으로 중범죄자는 제명이나 영구제명식으로 가야 한다. 절차를 마련해서라도 최고 징계 수위는 조정해야 한다.

심사 기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중윤위가 법률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징계 대상자가 민형사상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거의 모두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윤위 출석은 물론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중윤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강하게 반발을 하고 결정에 불복하거나 심지어 소송 운운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징계 담당 기구는 일반 법원 1심으로 인정 받고, 그 결정의 권위를 보호받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오직 법원만이 정당한 징계권을 가진 유일한 기구인 것처럼 기능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최근 범죄 의사들이 잇따라 조명되면서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아지는 등 중윤위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의협은 의사면허관리원(가칭)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여론은 좋지 않다. 중윤위원장으로서 해당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나갈 방침인지 궁금하다. 

=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은 그런 의사들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 사회에서 제거하는 것이 바로 자율규제다. 다만 면허취소 주체는 반드시 의사들 자신이어야 한다. 

사회는 선량한 의사들의 자율규제와 자율정화 의지를 믿고 응원해야 하고, 의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장한 각오로 자율규제를 강력하게 수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과 같이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다. 그 전 단계로 지금 당장은 중윤위가 자율규제기능을 좀 더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의사협회는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 설립 및 자율징계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다. 중윤위원장으로서 자율징계권 부여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면허관리기구는 중요한 문제다. 의사 사회, 정부, 국민 3자간 신뢰가 형성어야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은 서로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지 모르겠다. 인도네시아나 태국에도 면허관리기구가 있다. 우리도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

-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 일본의 유학자 하야시 줏사이의 말이 있다. '작은 선은 큰 악과 같고, 큰 선은 비정함을 닮았다'는 말인데, 의사 사회가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이 비윤리적 행동을 한 회원들을 단지 동료라는 이유로 감싸준다면 그것은 큰 악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읍참마속처럼 해야 한다. 의권수호, 즉 전문가적 자율권이라는 큰 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비정한 결심을 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중윤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중윤위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보호해 주시기 바란다. 그것이 회원 보호이고 의권수호라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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