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학회, '그린 엔도스코피 TF' 발족
적절한 내시경 적응증 확립, 1회용 내시경기기 사용 감축 등 추진

[라포르시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급증하는 의료폐기물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2년 넘게 지속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의료폐기물이 급증해 글로벌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의료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없는 경우 지구 환경은 물론 인간 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3월~2021년 11월 사이 유엔 공동긴급조치를 통해 각국으로 배송된 개인보호장비(PPE) 약 8만7,000톤 중 대부분이 의료폐기물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1억4,000여개는 주로 플라스틱인 비감염성 폐기물 2,600톤을 배출했고, 73만1,000리터에 달하는 화학적 폐기물을 방출했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등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은 2021년 한 해 동안 월평균 1560톤에 달했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한 2021년 7월에는 전년 동기간 대비 8배가 넘는 1939톤, 8월에는 전년 대비 9.8배에 달하는 2928톤으로 급증했다. <관련 기사: 코로나19 장기화에 의료폐기물 처리 포화상태 근접>

이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의료폐기물 배출을 감소하는 쪽으로 의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이오영)가 의료폐기물 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시경실 폐기물을 감소하기 위해 지난 5월 '그린 엔도스코피(Green Endoscopy) TF'(위원장 경희대 의대 차재명 교수)를 발족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 정책 노력의 일환으로 친환경 내시경 검사를 표방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발족한 TF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능성위장장애로 인한 다양한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위암이나 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암도 흔해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등 소화기내시경 검사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위암 및 대장암에 대해선 국가암검진으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서 진단 내시경 수요도 상당히 높다. 매우 높다. 최근에는 조기위암이나 조기대장암의 경우 내시경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치료내시경 시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관련 기사: 의사회관 지하에 무단 방치된 흰색 박스..."의료폐기물 대란" 심각성 드러내>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 탄소 절감 노력은 중요하며,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적절한 내시경 적응증 확립과 과다한 1회용 내시경 기기 사용 감축 및 재사용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Green Endoscopy TF에서는 친환경 내시경의 해외 동향과 국내 현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 분석, 논의를 하고 관련 내용의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들과 내시경실에 대한 친환경 내시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국내 친환경 내시경 수준에 대한 다기관 공동연구도 기획하고 있다. 그린 엔도스코피 TF는 의료 분야에서 환경 오염에 대한 이슈와 향후 개선방향도 제시할 계획이다. 

학회는 "향후 이러한 노력이 다른 의료 분야에서도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제 의료분야에서도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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