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모 의약품 영업대행사 대표)

[라포르시안] 올해 1월부터 영업대행사(CSO)에 대한 규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 약사법이 시행됐다. 개정된 약사법에는 CSO의 ▲리베이트 제공 금지 ▲지출보고서 작성‧보관‧제출‧공개 의무 등이 담겼다. 해당 규정은 부칙에 따라 내년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CSO 신고제 도입 ▲미신고 판촉영업자에 대한 업무위탁과 업무 재위탁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다.

연이은 CSO 규제 법안에 관련 업체들은 벌써부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인 의사와의 관계 악화다. CSO 딜러가 의사와 식사를 하고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해당 의사의 이름을 기재해야 한다. 금액의 크기를 떠나서 지출보고서에 자신이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기피하는 의사들은 CSO 딜러들과 식사 후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라포르시안은 현재 CSO 업체대표인 K씨로부터 해당 법안에 대한 생각과 업계 상황을 들어봤다.(인터뷰이 요청에 따라 소속과 이름은 블라인드 처리합니다.)

                                                                                                                       

 

- CSO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내년부터 법의 적용을 받지만 벌써부터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높다. 

= CSO에 대한 시선 자체가 너무 안 좋다. 불법 리베이트로 영업하는 곳이라는 이런 식으로 돼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법 리베이트로 영업하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CSO 딜러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병원 원장들을 만나왔다. 내가 만나온 원장들 대부분 돈이 아쉬운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돈을 줄테니까 약을 써달라고 한다고 해서 쓸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대다수 원장들이 딜러에게 바라는 것은 오히려 릴레이션십(relationship)이다.

사실 지출보고서가 가장 큰 걱정이다. 증빙과 작성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딜러와 의사의 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딜러들만큼이나 많은 의사들도 CSO의 지출보고서 작성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우선 지출보고서에 딜러가 만난 의사의 이름이 노출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비싼 것을 먹는 것도 아니다. 1인당 1만5,000원짜리 식사하면서 매번 지출보고서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불편해한다. 심지어 식사하면서 지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하면 차라리 더치페이를 하자고 하는 원장들도 있다. 지출 보고서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점도 있고 실제로 의사와 딜러 관계를 경직되게 하기도 한다.

- 규제 법안 중 CSO 의약품 재위탁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무엇 때문인가.

=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CSO 재위탁 금지 조항도 담고 있다. 재위탁을 금지한다는 것은 각각의 CSO가 각 제약회사와 의약품 건별로 직접 위탁 영업계약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법인CSO는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많은 제품을 각각의 CSO와 일일이 계약하고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쪽에서도 도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CSO만 재위탁을 하지 말라는 것은 시장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 제약사 간 CSO 수수료율 출혈 경쟁은 없나.

= 크게 없는 편이다. 수수료율이 높은 것만 따진다면 많은 딜러들은 수수료를 많이 주는 회사 의약품 팔려고 할 것이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수수료율이 상당히 낮은 곳이 많다. 그런데 수수료율이 낮은 제약사의  제품도 CSO를 통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수수료율 출혈경쟁이 심한 경우에 해당 하는 곳은 시장에 새로 진입한 제약사 중 일부에 국한된다. 국내에서 CSO가 자리잡은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고 병원에서도 쓰는 약품이 세팅이 돼 있다. 새로 진입한 제약사들은 병원에 약을 넣기가 쉽지 않다보니 CSO 측에 수수료를 많이 줄테니 약을 팔아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회사의 약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기존에 처방하던 약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익을 위해서 약을 바꾸게 할 수는 없다. 

- CSO를 활용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CSO 업체 대표 입장에서 제약사에게 바라는 점은.

= 많은 사람들이 CSO는 수수료 경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제약사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다가 나온 CSO 딜러들은 자신이 다니던 제약사 약을 70~80% 팔고 있다. 제약사에서 나온 지 10년이 넘은 딜러들도 마찬가지다. 제약사의 영업 매출은 자사 영업사원 매출과 CSO 매출의 합이라고 보면 된다. 자체 전문의약품 영업 조직 없이 CSO로만 매출을 올리려는 제약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며, 상당수 제약사들은 자기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던 CSO 딜러가 아직까지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단순하게 수수료를 많이 줄테니 약을 판매해달라고 하는 시대는 갔다. 제약사들이 CSO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사 영업사원들에 대한 관리와 정책을 더 강화하고 CSO를 함께 활용하면 매출 측면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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