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섭(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오강섭 이사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오강섭 이사장.

[라포르시안]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울장애 환자들이 늘고 있다. 질환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오강섭 이사장이 최근 라포르시안과 인터뷰에서 우울증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관리와 제도 강화를 촉구하면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20년 가까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국이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위험 요인으로 우울증이 꼽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와 ‘우울감(blue)’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 환자수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관련 질병코드(우울에피소드·재발성우울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는 64만7,691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만1967명 증가했다. 오강섭 이사장은 우울장애를 포함한 정신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 및 적절한 치료이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이사장은 “단순히 항우울제만으로는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정신치료 및 인지행동치료의 병용 등 환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제공돼야 할 뿐 아니라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각종 교육 및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진료 역량을 전체적으로 조직화하기 위해 국가정신건강위원회와 같은 컨트롤 타워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캠프에 ‘코로나블루 집중관리’를 위한 정책을 제언한 바 있다. 당시 내용을 보면 코로나블루 집중관리를 비롯해, 정신건강 공공의료 체계 강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제도 및 인식 개선 등을 다루고 있다. 

학회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누구나 정신건강에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및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신건강 국가 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 이사장은 “급성기부터 회복기까지 정신질환을 가지 사람들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 정신건강 위원회를 제안한 것이다”라며 “즉, 국민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 경찰 등 공공이 개입한 이송은 20%에 불과하고 대부분 가족이 이송을 전담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점도 국가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그는 “현 제도 하에서는 정신질환자의 가족 부담이 너무 큰 것이 현실이다. 책임의 많은 부분을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라며 “지금도 중증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춰 주는 등 일부 지원 제도가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 급성기 입원부터 회복기 재활까지 국가가 도움을 주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중증 정신질환 환자 수는 증가하는 반면, 치료 상황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정신질환자의 의료이용 현황 및 단계별 특성 연구’에 따르면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2013년 14만3,000명에서 2019년 17만5,000명으로 증가해 연평균 3.4%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1인당 정신질환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1.1%로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환자수 증가에 비해 진료비 증가세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원인으로 수가 문제를 꼽았다.

오 이사장은 “급성기 정신질환 환자들을 위해 많은 수의 의료인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수가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라며 “타 과를 예로 들면 중환자 수준의 인력과 시간이 급성기 정신병동에 투입되는데 비해 수가는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급성기 수가, 신체질환 동반 정신질환자, 중증환자 수가, 입원실 수가 등 정신의학중환자실의 개념에 걸맞는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병동의 감소 원인 역시 열악한 수가를 꼽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보호병동은 1,021개에서 840개소로 18% 감소했다. 통계적으로 정신질환 환자는 증가하는데 정신과 병상은 줄고 있는 셈이다.

오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의 병실 수가가 너무 열악하다 보니 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이 증가할수록 적자라고 생각하고 병실 수를 줄이고 있다”며 “일부 대학 병원 중에는 아예 정신건강의학과 병실이 없는 병원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급성기에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 받기를 원하는데 비해 현실은 병실 부족이 지속되면서 적기에 치료를 적절한 받지 못하고 만성화에 빠지기 쉬운 상태라는 지적이다.

오 이사장은 "낮은 수가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환자의 치료예후는 당연히 나쁠 수 밖에 없다”며 "환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적절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환자들의 치료 예후가 좋아진다. 특히 정신과 입원에 대한 편견도 줄어 필요 시 언제나 자의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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