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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시대적 흐름 ‘원격의료’, 의료계·의료기업 협업 절실이종희(엔젤로보틱스 이사)

[라포르시안] 최근 언론을 통해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수용 의사를 밝힌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이후 20년 넘게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대형병원 전문의에게만 몰려 동네 병의원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의료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의사가 고스란히 뒤집어쓸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국민들은 원격의료를 경험했고, 이로 인해 ‘원격의료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의협은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 풀이된다. 특히 의료기기산업계는 의료기기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원격의료가 차세대 핵심 산업이자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내세워 원격의료 합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의협 반대로 기술은 개발했으나 정작 사업화까지의 과정이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한 의료인과 앞선 IT 기업들이 많아 이미 원격의료 사업화를 위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남은 숙제는 의료기기산업계와 의료계 간 긴밀한 협업이 아닐까 싶다. 미국은 1993년 ATA(American Telemedicine Association)을 설립하고 ▲원격건강관리(Telehealth) ▲비대면 환자모니터링(Remote Patient Monitoring) ▲가상의료(Virtual Care) 등 의료 IT기술 발전에 따라 촉발된 변화에 대응해 의사·의료기기업체·보험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원격의료 관련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별기업들이 원격의료에 관심 있는 의료진과 협업해 원격의료 연구를 진행해왔다. 또한 2021년 ‘한국원격의료학회’가 창립돼 기업·연구소·대학·병원이 한국 환경에 맞은 원격의료 시행 방법과 기술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격의료에 관심 있는 기업과 의료인 간 협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미 30년 전에 ATA를 구성해 협업을 진행해 온 미국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으나 이 같은 시도는 분명 원격의료 발전에 좋은 신호라 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인과 협력해 현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의료인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규제 마련·보험수가 적용 등 정부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만약 수술용 의료기기를 개발한다면 수술을 하는 의사들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하고, X-ray 장비를 개발한다면 진단의학과 의사들과 협업해야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의료현장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을 위해 의료인들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원격의료 역시 의료인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디지털·인공지능(AI)·IT기술을 이용해 원격의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품을 사용해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제품 장점과 문제점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원격의료 전문 의료인 수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보건소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한 원격진료를 행하기는 했으나 이들을 원격의료 전문가 또는 전문의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격의료 기술과 의료기기 개발기업과 협업 가능한 원격의료 전문의 양성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를 전문으로 하고자 하는 의사들로 구성된 전문학회가 꾸려지고, 이들 학회에서 의료인을 교육해 원격의료 전문의 또는 원격의료 전문 간호사를 배출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원격의료 사고를 줄일 수 있고, 원격의료 전문의만이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대형병원의 유명 전문의에게 원격진료가 쏠리는 문제 또한 해결 가능한 일이다. 

원격의료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들도 이러한 학회를 통해 어떤 질병이 원격의료에 적합하며 관련 질병을 원격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지 등 원격의료 전문의와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원격의료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들도 의료인과 함께 찾아 낼 수 있다. 특히 원격의료 관련 기술·의료기기 활용 방법들을 전문의들에게 지속적인 재교육을 할 수 있다면 원격진료가 활성화되고 의협이 우려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한편 기업 입장에서도 든든한 파트너가 생겨 의료기기 개발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시행 중인 미국 중국 일본 등과 다른 의료 환경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 국가들이 사용한 방법 또는 사용한 의료기기를 이용한 원격의료와는 분명 차이를 둬야한다. 의료기기산업계와 의료계 모두 시대적 흐름이자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원격의료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한국에 최적화된 시행 방안을 찾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긴밀하게 협업 할 때다.

<헬스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며 주목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앞으로 <헬스인·싸>는 의료기기 인허가, 보험급여, 신의료기술평가, 유통구조, 공정경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폭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공유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료기기 제도·정책을 살펴보고, 나아가 의료기기업계 정부 의료계 간 소통과 상생을 위한 합리적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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