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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절실"'국제간호사의 날' 맞아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촉구
"감염병 간호인력기준도 무용지물 ...인력기준 법제화 절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노동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주최로 지난 7일 낮 12시30분부터 서울 보신각 앞에서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문화제가 열렸다. 사진 제공:의료연대본부

[라포르시안] '국제간호사의 날'을 앞두고 환자 건강권과 간호사 노동권 쟁취를 위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지난 7일 낮 서울 보신각에서 '간호사가 나타났다!'라는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문화제를 주최한 의료연대본부 등은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한국의 공공의료가 얼마나 부실한지, 의료진 희생만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의 다가올 감염병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오늘 문화제는 간호사가 적정 환자 수를 돌볼 수 있도록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요구하며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외치는 간호사, 병원노동자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일반 시민, 환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인력 수급 종합계획과 임금 결정 등의 내용과 함께 환자 수에 따른 간호사 최저 인력 배치기준을 규정해 놓았다. 일반병동, 중환자실, 외상응급실, 수술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등 근무 장소별로 환자 수에 따른 간호사 인력 최저 배치기준을 명시했다. 

현행 의료법에도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까지 담당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다보니 거의 사문화된 상태다. 간호인력인권법에서는 법적 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징역과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간호인력인권법은 작년 10월 국민의 지지 속에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자수 10만명을 넘기며 청원이 성립됐지만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서 간호대학에 재학중인 이재윤 학생이 예비간호사로서의 현실에 대해 발언했다. 이재윤 학생은 “간호학과가 취업이 잘된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그만두고 있고 현장엔 간호사들이 항상 부족하다는 얘기"라며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정부는 간호대생을 매번 늘려왔다. 간호대 졸업생은 10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 한 해에 2만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오히려 학생은 늘어났으나 교육받을 수 있는 실습병원이 없어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민 대표로 나선 건강세상네트워크 양영실 활동가는 환자의 건강회복에 간호인력기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영실 활동가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환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추가처방과 처치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의료인은 간호사들"이라며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며 끊임없이 인력요구를 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현실을 규탄했다. 

김 간호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환자를 보느라 간호사들이 지치다 못해 현장을 떠났다며 “지금도 헌신만을 바라는 병원과 정부를 보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병원은 (많은 간호사들에게) 내가 당장 그만 두어도 나를 대신할 대체품들을 바로바로 투입할 정도로 소중히 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탄식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감염병 간호인력기준도 의료현장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작년 9월 보건의료노조,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코로나19 병상 운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 병상 운영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배치인력 기준을중증·준중증·중등증 등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증병상은 환자 1인당 간호사 1.80명, 준중증 병상은 0.9명, 중등증 병상은 0.36~0.2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김 간호사는 “감염병 간호인력기준을 시행했던 병원이 있긴했는지 묻고 싶다. 제가 일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은 심지어 이 감염병 간호인력기준 시범병원이었지만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된다. 그 시간은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의 수를 줄이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줄이면 환자의 사망률, 입원 기간, 감염률이 낮아진다. 간호사의 사직률이 낮아지고 숙련된 간호사가 늘어나면 환자분들이 더욱 안전한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법이기에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며 자리에 모인 수많은 간호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인력인권법은 대한간호협회의 간호법과 다른 법안으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제화하여, 인력기준 배치를 적게 한 의료기관은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규정이 들어가 있다"며 "차기 정부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며 거리로 나와 외치는 간호사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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