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급격한 변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방역패스 해제에 이어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2년 1개월만에 해제됐다. 이제는 영화관, 종교시설, 실내스포츠 관람장 등을 포함해 대중교통에서의 음식물 섭취도 전면 허용된다. 25일부터는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조정됨에 따라 4주간의 이행기를 거쳐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없어진다. 

이처럼 방역 조치 해제를 통한 완전한 일상회복 추진이 힘을 받고 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비롯한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방역을 완화할 경우 또 다시 바이러스 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라포르시안은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를 직접 만나,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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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지난 2년 간 지켜왔던 방역 정책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완화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예전에 국내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앞두고 당시 방역 상황이나 백신 접종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의료체계의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4월 및 4월 중하순쯤 피크가 와서 5월을 넘기면서 감소, 7~8월에 끝날 것으로 예측을 했었다. 그런데 정부는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오미크론이 퍼지고 있는데 방역을 완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 동안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방역에 방점을 두고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전략이었고, 몇 번의 유행이 커질수록 방역을 강화하는 선택을 해왔다. 그런데 오미크론 유행이 퍼지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방역 기조가 바뀌면서 당시 방역 전문가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웠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률이 워낙 높고,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변이보다는 낮다는 역학적이고 임상적인 특징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피해자와 희생자가 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방역을 강화할 거라고 예측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에 갑자기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을 연장하면서 방역 정책 기조가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금 유행이 커질 수 있는 조건이 하나씩 성립해가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낮아지지 않는데 사람들의 이동량이나 접촉량이 다시 급격하게 늘기 시작하고,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에 이어 'XE', 'XM' 감염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3차 접종을 통해 얻었던 항체 효과도 5~7월이면 점점 떨어지는 시기이다. 당장 다음달 중순 이후 유행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요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증상이 있어도 확진 검사를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앓거나 아파도 그냥 돌아다니고 있다. 이를 볼 때 확진자 수는 줄어드는데 사망자 수는 일정하게 나오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다.

-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조정된다. 4주간의 이행기가 끝나면 확진자의 기존 7일 자가격리 의무도 해제된다. 등급 조정에 따른 우려는 없나.

= 현재 코로나19에 대해 역학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환자를 격리하지도 못하고 있는 만큼 이미 1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형태로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2급 감염병이 되더라도 감염병의 역학적이고 임상적 특성을 고려해서 격리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등급 조정에 따른 문제는 없다. 다만, 지역사회에서의 확진자 격리 문제는 남아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3분의 1 이상은 격렬한 통증을 호소한다. 그런데 직장 등 지역사회에서 격리를 권고사항으로 남기게 되면 확진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쉬지를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증세 악화로 중환자가 될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격리는 계속 유지해야 되지 않냐는 의견이 조금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 정부는 5월 초에 실외 마스크 해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려되는 점이 있나.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까지 해제되면 고위험군에서의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거의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여부와 크게 상관이 없다. 

문제는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야외나 집회 등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하고 이후 가족 및 친지, 또는 지인 중 고위원군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 결국 고위원군들이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이 연출이 되는 것이다.

- 인수위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지금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도 치료제 공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인데, 대상 연령 확대가 현실적인가.

= 어려운 이야기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 정도인 1,000만명 분의 항바이러스가 비축돼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인플루엔자 치료제에 비해 약가가 20배 정도 비싸다보니 1,000만명 분 정도를 비축하기 어렵다. 비축량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투여 대상을 충분히 넓히지 못한다라는 의미이다. 

현재 먹는 코로나 치료제 약가를 기준으로 1,000만명 분을 비축하려면 약 10조원 정도 소요된다. 100만 명 정도만 비축하려고 해도 한 9,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먹는 코로나 치료제 구매 후 추가 구매량이 들어올 때까지 버티려면 약 200만명 분 정도는 있어야 될 것이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 환자들이 하루 최대 약 40만명 대의 환자가 나왔다. 이 중 20% 정도가 60대 이상이라고 할 때 하루 투여 대상은 약 8만~10만명이다. 비축량이 200만명 분이면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0만명 분은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여 대상 연령을 넓히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12세 이상 환자 모두에게 치료제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70대 환자에서 집중적으로 투여하고 다음 연령대에서는 고위험군 질환을 가진 사람에 한해서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현실적인 국가 방역 정책에 대해 제언한다면.

=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역정책을 펼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 방역의 컨트롤타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 번 느꼈다. 정권 교체와 같은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했다. 

즉, 방역의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전문성을 가진, 독립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장인 앤소니 파우치 박사와 같이 의사 결정을 했을 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 거리두기 해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처음 코로나19 팬데믹이 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이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를 비롯해 사회적으로도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격렬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감염병을 이겨내고 미래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술의 발전이다. 하수 처리 시스템이 발전한 이유 중 하나가 도시가 생성되고 많은 이들이 모여 살면서 수인성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상하수도 시설이 생기면서 많은 이들이 생존하게 됐다.

우리가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까. 마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아주 편안한 마스크를 만들던가 아니면 실내에서 마스크가 없어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환기 및 공조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환기와 관련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호흡기 감염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환기 등 공조와 관련한 투자를 많이 하고 안전한 실내 환경 조성이 돼야 호흡기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다.

또 한가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생각해보면 콜센터, 요양원, 요양병원 등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좁은 공간에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몰아넣은 장소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이런 곳들도 이제는 충분한 개인공간을 보장할 수 있고 환기가 충분한 구조로 다 바뀌어야 한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감염병의 시대는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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