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식탁 / 마이클 모스 지음 /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 펴냄, 2013년

2012년에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돌파했으며, 2013년 10월 말 현재 71억 6천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2025년에는 8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며 2100년에는 109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유엔인구기금(UNFPA)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2055년 87억에 이르러 정점을 찍고는 감소추세로 돌아서 2100년에는 80억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인구전망을 살펴보는 이유는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더스[Thomas R. Malthus(1766∼1834)]가 <인구론(人口論)>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는다.’고 주장하면서 식량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1798년에 8억 명이던 세계인구가 이제 70억 명을 넘어 조만간 열배가 되는 80억 명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새겨보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수필가 문종명씨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는 제한돼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공장에 모여 집단으로 공산품을 만들기는 했으나 상하수도시설이 없어 대도시는 전체가 쓰레기로 오염된 빈민촌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광경을 본 맬더스는 세계인구 증가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한다 해도 20억 이상은 살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화학비료의 개발을 비롯한 과학적 방법을 통한 식량증산의 성공이 맬더스가 걱정하던 식량대란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요인이었다고 했습니다. 더하여 국토면적은 중국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중국과 맞먹는 인도의 국민 대부분이 채식주의자로 가축을 키우기 위한 육식동물을 키우기 위한 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간과되었다면서, 전 세계 인구가 인도처럼 채식위주로 산다면 200억 명까지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주간한국 2009년 12월 25일자, “맬더스 인구론 - ‘인구급증→식량난’ 예측 왜 빗나갔나”)

지금도 지구상에서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역시 적지 않은 나라에서 비만이 건강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마이클 모스의 <배신의 식탁>을 통하여, 이런 역설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모스는 2010년에 해설보도 부문에서 퓰리처 상(Pulitzer Prize)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의 스타기자입니다. 그는 가공식품을 비만의 핵심원인으로 지목하고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몸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경고하고, 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우리의 입맛을 어떻게 길들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워왔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모스 기자는 <배신의 식탁>을 쓰기 위하여 가공식품 대기업의 내부 고발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기밀 서류를 입수하고, 수십 년 전의 기록부터 책이 출간되기 직전까지 해당 기업들의 생생한 정보를 압축했고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매달려야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가공식품은 비만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저자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설탕, 소금, 그리고 지방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요소라고 보았습니다. 누구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전통음식을 좋아하지만, 사서 먹기에는 비용이 문제가 되며 직접 요리해 먹기에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불편함이 따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상이 복잡해질수록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맛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라면 가공식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가공식품 제조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맛을 어느 정도 살리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전통식품을 상품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하여 맛과 식감은 자극적이면서도 혀끝에서 금방 잊혀서 아쉬움을 남겨 반복적으로 그 맛에 끌리도록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가공식품업체는 연구소를 차려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맛을 찾아내려고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품보다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공식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핵심요소는 바로 소금, 설탕, 지방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야말로 사람들의 입맛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라는 사실을 일찍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요소들을 적당히 변화시켜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경쟁업체를 누르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오랜 추적을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게 된 저자는 가공식품 기업의 핵심 재료를 주제로 ‘설탕으로 배신하다’ ‘지방으로 배신하다’ ‘소금으로 배신하다’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눈 글에서 이미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가공식품들이 어떻게 조작된 것인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필스버리 본사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에 있는데, 저도 그곳에 가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는 큰 폭포는 아마도 미네하하폭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미네하하폭포는 이 지역에 살던 다코타족 인디언말로  ‘떨어지는 물’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오논다다족의 전설적인 추장을 노래한 롱펠로우의 시 히아와타의 노래(Song of Hiawata)에 등장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수량이 많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동부와 서부 사이에서 제일 큰 도시인 미니애폴리스는 아이오와주나 위스컨신주 등 중부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가공하는 산업이 발전해 왔습니다. <배신의 식탁>에서 미니애폴리스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만,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아침에 열리는 세미나에 가면 따듯한 커피와 함께 혀끝이 짜릿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설탕이 범벅이 된 도우넛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마다 열리는 약품회사의 제품홍보행사에 빠지지 않았던 것도 어쩌면 그들이 나누어주는 볼펜 같은 선물보다는 그곳에서 먹을 수 있는 도우넛에 중독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애당초 단것에 끌리도록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단것을 좋아하는 것은 동물적 충동 때문입니다. 당연히 충동을 제어할 수 있는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가공식품업계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생애주기에 따는 미각 발달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가 미각적으로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데, 아이들은 어른이 좋아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달고 짠맛을 좋아하고, 어른이 그럭저럭 참고 먹는 쓴맛은 완강하게 거부한다고 합니다.(53쪽) 따라서 가공식품업계는 어린이가 주 고객인 식품일수록 더 달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게 마련이라고 하니 우리 아이들을 가공식품으로부터 떼어놓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설탕은 먹으면 먹을수록 포만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허기지게 만든다는 실험결과로, 설탕이 비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설탕이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을 맞게 된 가공식품업계는 업계에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하여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설탕의 함량을 줄이는 대신 소금이나 지방의 함량을 늘려 입맛을 사로잡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문제를 인식한 소비자단체가 캠페인이라도 벌일라 치면 다른 전문가들을 내세워 문제의 핵심을 희석시키는 짓도 한다는데,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이해하기보다는 그 양심불량에 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 같습니다. 가공식품업계의 이런 전략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소비자단체 혹은 언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가공식품의 편의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인스턴트, 즉석요리, 데워서 담아내면 끝’과 같은 슬로건 아래 급부상한 ‘편의성’ 혹은 가공식품은 미국인의 식습관을 개혁하고 미국가정의 주방에 마법을 부렸다.(124쪽)”라는 기사를 쓰는 기자는 가공식품의 편의성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문제를 과연 제대로 보았을까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미국인의 아침식탁에서 빠지지 않은 메뉴인 시리얼에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미각의 지도가 틀린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도 새롭고, 기본 미각이라고 알고 있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더하여 최근에는 우리말로 감칠맛이라고 할 수 있는 우마미(旨味)가 일본어 그대로 공용어로 자리 잡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떫은맛이 더 분명한 맛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지방의 문제점을 정리하는 글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드레브노프스키가 지적했듯이 지방은 홀로 있을 때보다 설탕과 공존할 때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지방이 설탕과 함께 있으면 우리의 뇌는 지방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게다가 우리가 지방을 꼭꼭 숨겨 만든 식품을 먹으면 과식을 막는 인체의 제동장치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만다. 그런데 진짜 마법은 세 번째 핵심 성분, 즉 소금이 더해졌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297쪽)” 지금까지 가공식품이 건강상 문제가 된다고 지적할 때는 흔히 특정성분을 타깃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가공식품업계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성분의 함량을 줄이는 대신 지적받지 않은 성분의 함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맛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주제가 되고 있는 소금은 모든 생물에게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어쩌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이 바다에서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소금의 구성요소인 나트륨이 바로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실제로 실험용 쥐에게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였더니 뼈와 근육의 성장이 부진하고 뇌가 평균보다 작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결과는 아주 작은 양의 나트륨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단맛과 짠맛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고 했습니다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단맛을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생후 6개월까지는 짠맛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 위주로 된 이유식과 짭짤한 이유식을 먹인 아이들에서 소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생후 6개월부터는 두 그룹 간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커가면서 그 차이가 벌어지더라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즉 짠맛을 즐기는 소금중독은 어렸을 적부터의 학습에 따른 결과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근무하던 기관에서 업무와 관련된 경구를 문 앞에 달아두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분이 내걸었던 경구입니다. 마태복음에 있는 말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소금이 비만, 흡연,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 습관을 개선하기 위하여 음식에서 소금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권고수준에 그치지 말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어린이용 가공식품에는 소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핀란드 정부의 정책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핀란드 국민들은 엄청난 양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었는데, 그에 따라 고혈압환자가 넘쳐났고, 그 합병증으로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생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핀란드 정부가 채택한 정책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모든 식품에 ‘고염 식품’이라는 표시를 커다랗게 하도록 의무화했고, 국민들에게 소금을 줄이라는 켐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 결과 2007년에는 1인당 소금섭취량이 과거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내려갔고 뇌중중과 심장질환 사망자 수도 80퍼센트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가공식품업계가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하여 은밀하게 펼치고 있는 각종 속임수를 까발려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이 소금, 설탕, 지방을 교묘하게 조합하여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 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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