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EMA 등 비교해 큰 차이...인허가 처리기한 길어져
‘심사인력 증원·전문심사 강화’ 위해선 정부지원 절실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에서 의료기기업계는 감염병 및 방역 관련 긴급성을 요하는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가 집중돼 일반 의료기기 인허가가 지연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코로나 국면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의료기기 심사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요인이 없어진다 해도 의료기기 심사적체 및 인허가 지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약처가 만성적인 의료기기 심사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의료제품 심사인력은 총 305명이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 8,000명대, 유럽 의약품청(EMA) 약 4,000명대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관리청(PMDA) 약 566명,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약 1,160명의 심사인력과 비교해도 적은 인원이다.
지난 18일 ‘2022년 제2차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분야 심사원(일반·장애인·대체근로자) 채용공고’를 보면 의료기기심사부 첨단의료기기과·구강소화기기과는 일반전형으로 2명, 체외진단기기과·심혈영상기기과의 경우 대체근로자 3명을 채용 예정이다. 의료기기심사부 내 대부분 과에서 충원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그만큼 심사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력 부족에 따른 심사 적체는 인허가 지연으로 이어진다. 현행 규정에 따라 의료기기 인허가 처리기한은 등급별 차이가 있지만 최소 10일에서 임상 검토가 필요한 경우 최대 80일까지로 정해져있지만 처리기한 내 인허가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인허가 지연을 단순히 인력 부족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우선 업체가 제출한 입증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식약처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고 다시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규제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이 MDR 전환을 선포하며 규제 강화에 나섰으며 국제규격 또한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개정된 규격이 국내 적용되기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길어야 2년을 넘지 않지만 이를 적용하는 규제기관이나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한다.
인허가 지연 해소를 위해서는 식약처 의료기기 심사인력이 지금보다 절대적으로 많아져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인력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사원 자격 요건은 석·박사 인력이지만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보수는 사회 초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충은 둘째 치고 오히려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융·복합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면서 인허가 관련 인력 수요가 많아졌다. 우리 과 직원들한테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심사관 인력 지원도 시급하지만 요즘은 직원들이 기업으로 이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업무가 됐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심사인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심사적체와 인허가 지연으로 귀결되며, 이는 곧 의료기기업체에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식약처 심사인력 증원과 전문심사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
이를 통해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촉진하고 제품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해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