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방역은 완화하면서 굳이 비대면 진료를…이해할 수 없어”
의료계 “모호한 기준·무리한 시행, 원격의료 확대 목적 아닌가”

[라포르시안]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된 의사의 한시적 재택 비대면 진료는 실효성이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 확산을 예방하고, 의사 확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달 30일까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 확진자의 재택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명시된 현행 의료법과도 상충될 뿐만 아니라, 격리된 의사의 기본 건강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의 방역상황 및 진료여건 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로써 의료인 확진자에게 재택진료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재택 근무를 통한 진료 요청이 있더라도 ▲관련 시스템 및 보안조치가 미비한 경우 ▲의료인의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경우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어려운 경우 ▲기타 비대면 진료 수행이 어려운 경우 등에도 의무적으로 진료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이같은 복지부의 조치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A의원 원장은 “복지부가 재택 비대면 진료 예외 사항을 안내했지만 사실상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건강 상태는 어느 정도까지 인지, 안전성 확보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제시가 없어 사실상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방안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해당 예외사항에서도 의무적으로 진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예외사항이 아니면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인지 모르겠다”며 “복지부의 무리한 정책과 모호한 표현으로 의사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를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A의원 원장은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원격진료 허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초기에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해했지만 방역을 풀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그는 “확진된 의사가 전국 지역별로 얼마나 되는지, 확진된 의사 없이는 진료가 안 되는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해서 예외 지역에 대해서만 (재택 비대면 진료를)허용하는 게 당연하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건물마다 의료기관이 있는 정도로 병원이 넘치는데 굳이 확진된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시키는 이유는 원격진료를 녹여가고 있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라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복지부의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의료인 확진이 많이 나오다보니 의료공백 등에 대한 걱정으로 방안을 낸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며 “의사협회는 해당 방안에 우려스러운 점이 많아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적 초재난 상황이나 전시 상황에서 환자가 많고 의료진이 없으면 이해할텐데, 지금은 정부가 방역을 계속 완화하고 있고 확진자도 일반 환자처럼 진료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제외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당황스럽고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방안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지역별 의료진 또는 의료기관 대비 환자 상황 등을 세분화하고 시스템화해서 코로나 치료 취약지역을 구분하고, 의원 원장이 확진되면 해당 의원에서 관리하던 환자는 어떻게 응급시스템으로 연계할 것인지 등에 대한 부분이 정리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는 정부가 아주 필수적인 것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예외지역에 대한 의견이 나왔을 때 전체를 푸는 것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풀어버리면 재택 상태에서 환자를 관리하던 확진 의료인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의료이에게 진료를 받던 환자들에게 더 큰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확진된 의료인에게 비대면 진료 시키는 것은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바른의료연구소 정인석 소장은 “정부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당 방안을 시행한 것 같은데 확진된 의사 중 몇 명이나 비대면으로 진료할지 의문이다.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확진된 의사까지 굳이 비대면으로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전에도 복지부는 의료인이 확진될 경우 일주일까지 쉬지 못하게 하고 3일 만에 진료를 하게 했는데 다른 필수 직역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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