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연재 칼럼
[헬스인·싸] 신의료기술 ‘선사용·후평가’ 시행을 위한 선결과제설영수(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바이오헬스 분야 5대 공약으로 신의료기술 ‘선(先)사용·후(後) 평가’ 전환을 발표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의료기기’ 주제가 단독으로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의 성공적인 K-방역과 함께 크게 성장한 의료기기산업 위상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선사용·후평가는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지만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환자에게 시험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오랜 시간 공전을 거듭해왔다. 앞서 의료기기산업계는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신기술 의료기기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고, 다국적기업만이 풍부한 임상자료를 축적해 해당 제도를 이용한 수가 인상 방법으로 이용하며, 신생기업의 허가 후 임상 입증에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작용하는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꾸준히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2017년 안전에 대한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한해 선사용·후평가 시범사업을 지시했고, 약 5년간의 경험이 축적됐다. 지금까지의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성과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이뤄냈지만 4차 산업으로 인한 새로운 첨단 혁신기술 발전,  디지털 치료제와 같이 기존 입증체계로 적용이 어려운 신기술 품목군 및 융·복합 제품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틀로는 더 이상 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갈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선사용·후평가 전환은 시의적절한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 실행 안이 없다면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전과 같은 혼란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선사용·후평가에 대한 몇 가지 우려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안전성 우려다. 시민단체조차 환자가 마루타가 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는 시험적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될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급한 질병에 대한 집중과 선택 측면에서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 후 결과가 좋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할 때 결국 여러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이에 대한 행정·사회적 비용이 생산적이지 않아 시행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물론 사회적 담론을 거쳐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이에 대한 보완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논의가 실행되서는 안 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선사용·후평가는 그간 논의를 통해 앞서 제기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제시됐다. 우선 안전성 문제는 현행 검증방법인 임상적 문헌 고찰에 대한 검증을 허가 때로 바꾸어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제품보다는 주로 임상에서 발간된 논문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것인 만큼 허가와 연계된 심사가 이뤄진다면 굳이 이중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은 논문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절박한 임상현장에서의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한 도입을 위한 특별한 조건을 전제한 제도가 필요하다. 즉, 환자 안전을 위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고 임상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게 사용범위와 대상을 제한해 시행하는 것이다. 마치 임상실험이 이뤄지는 원리와 비슷한 강력한 관리가 이뤄진다면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최근의 첨단기술은 인공지능(AI)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진단보조 그리고 진료자문 역할을 하는 만큼 위해도가 높지 않다. 이 경우 여기에 맞는 검증절차를 거친다면 기술 진보를 산업화시키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손실과 퇴출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급여 양산 통로가 되는 것에 반대하며, 10% 정도의 건강보험 투입 비율을 유지한다면 손실 부담 없이도 신기술을 임상에 적용해 기술을 축적하고 임상자료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안전성 확보와 함께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퇴출 제품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입증 방법을 충분히 합의해 만들어야 퇴출 시 혼란과 행정비용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사용·후평가는 모든 의료기기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점진적 확대를 통해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위해도가 낮은 제품에서 높은 제품으로 그리고 국내 기술력이 높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체외진단의료기기·미용의료기기·디지털 헬스’ 3가지를 추천할 수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경우 이미 시험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인체에 직접 접촉이 없어 비교적 적용이 용이하다. 디지털 헬스 역시 우리나라의 기술  잠재력이 높고 인체 위험이 낮아 저항감이 적어 선사용·후평가 즉시 적용이 가능한 품목 군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품목은 ‘미용의료기기’ 일수 있다. 미용목적 의료기기의 경우 본인 선택에 따른 사용이 이뤄져 질병치료목적 보다는 부작용 범위가 넓지 않고 시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더불어 대부분이 비급여로 이뤄지다보니 건보재정에 대한 손실도 최소화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제품경쟁력이 높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수출전략품목이라는 점이다.

의료기기산업계는 향후 신의료기술 선사용·후평가 제도시행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포르시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