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간병시민연대 활동가)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

[라포르시안] 오늘은 그동안 간병시민연대가 주장해온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선거 이후라도 이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바라면서 간병  문제의 제도화 정책 방향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본다.

1. 급성기 병원인 일반 병원과  만성기 병원인 요양병원은 조건과 수가 운영 체계 그리고 인력 운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간병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똑같은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이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 먼저 급성기 병원인 일반병원은 가장 먼저 3백 병상 이상의 병원에 대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이는 중증 환자가 몰려 있는 병원이 우선순위이고, 경증 또는 만성환자가 섞여 있는 지방 중소형 병원은 질 관리 기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3.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는 지금처럼 병동별 계약이 아니라 병원 기관 단위 계약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계약 방식을 변경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이 부분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면서 병원이 경증 환자를 골라 받는 왜곡된 행태나 일반 병동의 간호사를 투입해서 편법적인 운영을 하는 것을 막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현재 운영되고 있는 총 7등급의 간호등급제는 그 기준 진체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큰 제도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입원료는 의학관리료 45%, 병실관리료 30%, 간호관리료 25%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낮게 책정된 간호관리료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의학관리료와 함께 입원료 비중이 조정되어야 한다.

5.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요양등급을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서는 노인장기요양법 제26조의 간병비 지급 규정에 따라 간병비를 지원해야 하며 이에 대한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법을 만들고 15년을 시행령과 관련 규정이 없어서 법 이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6.  이와 함께 요양병원의 입원을 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환자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 이건 65세 이하 환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는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요양병원과 사무장 병원으로 통칭하는 불법, 편법적인 운영행태를 제어하고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7.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복지 돌봄 부분에 묶여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의료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게 되지 않으면 현재 약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간병인들을 대체할 인력을 충원할 수 없을뿐더러 제도화를 통해 8시간 노동을 하게 되면 사회적 인력 수요는 산술적으로만 3배인 30만명이 될 텐데 이를 대체할 인력이 요양보호사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에는 환자, 노인, 장애인 등 약자 돌봄에 대한 교육이 있다. 병원 간병인 역할의 80% 이상이 같고, 이미 훈련을 통해 현장경험을 한 그룹이라 초보자를 교육하는 것보다 빠를뿐더러 양질의 돌봄 서비스도 기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8. 간호 인력부터 요양보호사까지 충분한 보상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 받는 임금으로는 모두가 오래 일할 수가 없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서비스의 질과 바로 연결된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면 돌봄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9.  최종적으로는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전 국민 장기요양보험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노인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환자까지 아우르는 전 국민 통합 돌봄 체계의 시작을 계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건강보험 등에 편재된 환자 돌봄 예산을 장기요양보험과 통합하여 운영하고 그래도 부족한 예산은 국가가 조세 지원과 건강보험 또는 요양보험료 인상을 통해서 마련해야 한다. 그래 봐야 개인이 내는 돈은 인간보험이 판매하는 간병비 보험료의 반의반도 안될 것이다.

간병 문제 해결은 수십만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효과와 더불어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이 사회의 돌봄의 짐을 결국 떠안게 될 지금 청년 세대들의 문제이며, 필수 의료를 환자의 사적 계약 돌봄에 맡긴 왜곡된 한국 의료를 정상적으로 다시 만들어가는 일이다. 누구도, 단 한 명도 이 돌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권이 기필코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강주성은? -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건강권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지금은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로 간병 문제제도화를 위한 운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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