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음성' 믿고 일상업무 유지 등으로 전파 확산
"민감도 20%까지 떨어져...음성 나와도 증상 있으면 PCR검사 받아아"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1만명대를 넘어선 이후 한 달이 안 돼 10만명대로 커졌다. 거의 매주 단위로 확진자 규모가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1월 3주차부터 확진자수가 급증해 날마다 역대 최대규모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첫 일일 신규 확진자 1만명을 넘어선 일주일 만인 2월 1일 2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3만명대로 커지는 데는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3만명대 돌파 이후 2월 9일 4만명, 10일 5만명을 넘어선 이후 10∼15일 6일간 5만명대 규모를 유지하다가 16일에 9만명대를 기록했다. 1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9만3,045명, 해외유입 사례는 90명이 확인돼 신규 확진자는 총 9만3,135명으로 집계됐다. 

지금과 같은 유행 추세가 이어진다면 2월 말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에 육박할 가능성도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과 질병청 발생 예측 결과에 따르면 2월 말경 국내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에 대응해 방역 최우선 목표를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 PCR 검사 대상을 고위험군으로 제한한 이후 '숨은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3일부터 진단·검사체계를 오미크론 대응 방역의료 체계로 전면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국 모든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PCR 검사를 우선순위 대상자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다. PCR 검사 우선순위 대상자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자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자 ▲감염취약시설 선제검사 ▲신속항원·응급선별 검사 양성자 등이다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 대상자는 호흡기클리닉 등 지정의료기관에서 진료와 함께 신속항원검사(전문가용)를 받거나(진찰료 본인부담, 검사비 무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신속항원검사(개인용)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자가검사키트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정부가 도입한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숨은 감염자'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부터 전문가들은 자가진단키트가 PCR검사 대비 정확도가 크게 낮아 감염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실제로 약국·편의점 등에서 일반인에게 자가검사키트 판매가 허용된 이후 위음성 결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목감기 증상이 생겨 병원을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을 때 음성으로 나왔고, 이틀뒤 일요일에 다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지만 역시 음성이 나왔다"며 "하루 뒤인 월요일에도 증상이 지속해 다시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고 이후 PCR 검사를 받은 결과 지난 14일 양성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나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동료 대부분이 지난주부터 목감기 증상을 보였지만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PCR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자거검사키트로 검사를 해 모두 음성이 나왔다"며 "결국 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천의 한 파출소에서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업무에 복귀한 경찰관들이 PCR 검사를 통해 추가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직원 35명 중 19명이 무더기로 확진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유행 규모가 커질수록 진단키트 음성 결과를 믿고 일상활동을 하는 숨은 감염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유행 규모는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PCR 검사에 비해서 신속항원검사 정확도는 떨어지는 한계는 가지고 있으나 광범위한 대유행 상황에서 중증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감수한다는 것이 검사체계 전환의 주요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의료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 직접 검사를 수행할 때 실제 양성자를 양성으로 판단하는 정확도가 20%대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난16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진단검사의학회에서 검사키트를 검증한 자료를 보면 실제로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정확도, 감염된 사람을 실제 양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40~5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걸 실제로 자기가 검사하는 자가키트 형태로 시행을 하면 민감도가 20%까지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던 시기에는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지금은 워낙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고 PCR 검사 대상이 많아지면서 국내 PCR 검사 역량을 넘어서는 검사 대상자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게 됐다"며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결국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상이 있다면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호흡기안심클리닉과 같은 곳을 찾아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PCR 검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결정을 꼭 받아아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확도와 신속도가 높은 신속 PCR 검사를 일선 의료기관에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속 PCR 검사는 1시간여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오고, 정확성도 보건소 PCR 검사와 동일한 것으로 앞서 시범사업 등을 통해서 확인됐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지난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하반기 정도평가에서 조사된 신속 PCR 제품을 사용한 의료기관은 총 55개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신속 PCR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서울이 14개, 경기 9개, 대구 8개, 인천 6개 순이었다. 

이용호 의원은 "신속 PCR 검사 정확도는 실제 양성자를 양성으로 판단하는 민감도와 실제 음성자를 음성으로 판단하는 특이도가 각각 100%와 99.5%로, 기존 PCR이 각각 95% 이상 수준에 비하면 부족함이 없다"며 "방역당국은 신속 PCR 검사를 일선 동네 병·의원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조속히 검토·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당국은 신속 PCR 검사의 경우 처리 가능한 검사 건수가 제한적이라 대규모 유행상황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PCR 검사와 달리 취합진단검사 기법을 사용할 수 없어 검사수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속 PCR은 현재 응급실 쪽에서는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신속 PCR의 수량을 늘리는 문제도 굉장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신속 PCR 자체가 기존 PCR 검사부분들과 검사 자원들을 함께 활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속 PCR처럼 풀링이 안 되는 기법, 취합검사가 안 되는 검사를 확대하는 부분들도 사실 취합검사가 되는 PCR을 확대하는 것에 비해 확대의 수량적 측면 의미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