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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의료기기의 공공재적 가치를 더 높이려면이진휴(의료기기규제연구회 이사)

[라포르시안]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져 병상을 구하지 못해 국민들이 불안에 휩싸이자 긴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긴급지원 등 방법으로 병상을 일부 충원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 않았던 이유는 낮은 공공병원 비율로 전체 병원의 90%에 달하는 민간영역의 협조 없이는 병상 확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통해 음압 병동과 코로나 병상을 충원하는 것은 의료가 갖는 공공재적 가치가 분명하고, 이런  기여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에서도 필수의약품은 비록 시장성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국가가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제약사가 이윤이 얼마 되지 않은 제품 생산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면이 있어 그 대안으로 공공제약사 설립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같은 논리로 의료기기 또한 공공재적 가치를 갖고 있는 만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원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는 이윤이 적거나 손실을 볼 때 당연히 시장 논리에 따라 제품을 단종 시키는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가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거나 혹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인공호흡기를 시작으로 체온계·휴대용산소포화기 등 다양한 제품의 수급 불안을 겪으며 국내 제조는 물론 수입허가를 획득한 제품이 없어 부득이하게 긴급승인을 통해 수입을 하거나 인허가를 독려하는 바람에 과다재고 문제와 기존 인허가 심사적체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있었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는 산업적 측면보다는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으로 다양한 제품의 시장 진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한다.

예를 들어 막대 체온계나 휴대용산소포화기는 기존의 국내 시장 규모가 매우 작았다. 하지만 2등급 제품 인증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이 많이 소요되다보니 대부분 회사가 인증을 포기하거나 수입을 하지 않았다. 이는 시장 논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꼭 필요한 시기에 수급 어려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인허가에 대한 복잡성과 많은 소요비용은 의료기기시장 진입장벽을 높여 현장에서 원하는 제품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반면 점차 높아지는 안전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경우 FDA 인증을 받기 위한 가장 저렴한 510K의 신청비가 2022년 기준 1만2,745달러이다. 특히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한 신청비는 37만4,858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허가 복잡성으로 인해 소요되는 자문비용까지 더해지면 기업 부담은 한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유럽 MDR  인증 또한 비용이 2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역시 우리나라 식약처 인허가 및 GMP 인증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지 않다.

결국 의료기기의 공공재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적절한 인허가 비용을 유지하고 투명한 심사를 위한 심사안내서와 공적 영역에서의 지원 제도를 확대해 의료기기 인허가 부담을 줄여야한다. 이 때문에 공적 영역 확대를 위한 의료기기교육원 설립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인허가 자문을 대체할 수 있는 도우미제도·상담제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식약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며 제품 인허가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료기기의 공공재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난립하고 있는 ‘간납사’(구매대행업체)에 대한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 병원은 구매비용만 청구해야하다 보니 거래단계 중간에 간납사를 끼워 넣어 수수료 명목으로 납품가 일부를 수익화 하고 있다. 치료재료 수가란 최소한의 이윤을 가정으로 책정한 만큼 의료기기의 공공재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간납사를 통한 일부 병원의 이윤 편취는 시급히 개선돼야한다.

주지하다시피 의료기기의 공공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인허가 비용의 적정성 유지와 투명한 심사기준을 공개해 업체가 시간·비용을 절감하고, 공적 도우미 제도와 교육을 통한 인허가 자문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의료기기 유통과정에서 간납사와 같은 편법제도를 정비해 건강보험재정이 오롯이 국민을 위해 쓰일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해야한다.

<헬스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며 주목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앞으로 <헬스인·싸>는 의료기기 인허가, 보험급여, 신의료기술평가, 유통구조, 공정경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폭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공유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료기기 제도·정책을 살펴보고, 나아가 의료기기업계 정부 의료계 간 소통과 상생을 위한 합리적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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