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오(대전서울여성병원장)

[라포르시안] 우리나라는 크게 두 가지 인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는 낮은 출산율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837명에 불과하다. 

또 한가지 문제는 난임 환자의 증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난임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1만9,110명에서 2020년에는 22만8,382명으로 4.2%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초혼 연령이 증가하고 신혼부부의 임신 시기까지 늦어지면서 난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효과적인 난임치료를 통해 임신과 안전한 출산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국가·사회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효과적 난임치료제로 한국페링제약의 ‘레코벨’이 주목받고 있다. 레코벨은 최초로 인간세포주에서 유래된(Human cell line derived) 재조합 난포자극호르몬(recombinant FSH, rFSH)로, 여성의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와 체중을 고려해 환자 별 맞춤 치료 용량을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과배란유도주사제이다.

지난해 7월 대전서울여성병원에서 레코벨을 사용한 체외수정시술을 통해 2.73kg 체중이 같은 건강한 쌍둥이 남자 아기들이 태어났다. 

레코벨을 통한 첫 임신·출산 사례다. 라포르시안은 대전서울여성병원 김우오 원장을 만나 난임 치료제의 효과적 용량 중요성과 부작용 감소에 따른 환자 혜택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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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임 치료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 난임 치료제 개발 역사를 볼 때 난소나 정자를 호르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시기가 1920~1930년대였고 약의 형태로 나온 건 1950년대이다. 당시는 폐경 여성의 소변이나 카데바 조직의 호르몬을 고도로 정제해서 약을 만들었다. 이후 1988년 유전자 재조합 난소자극 호르몬으로 만든 난임 치료용 배란유도제 고날에프가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된 인간세포주 유래 재조합 난포자극호르몬(recombinant FSH)인 레코벨(성분명 폴리트로핀 델타)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약의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장점까지 갖췄다. 이처럼 난임 치료제의 발전 역사는 부작용을 줄이고 가능한 적은 용량으로 기대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 배란 유도를 위한 난소 자극에서 약의 용량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 레코벨은 여성의 항뮬러관호르몬(Anti-Müllerian Hormone, AMH) 수치와 체중을 고려해 개인별 치료 용량을 결정하도록 개발됐다. 기존 난임 치료제는 난소를 자극하는 약의 용량이나 방법 등에 있어서 의사의 경험에 많이 의존한다. 예를 들어 이 정도 용량이면 과배란이 일어난다 등을 스승으로부터 전수받고 임상 경험을 쌓으면서 약 용량을 결정해왔다. 그런데 용량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들이 있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대표되는 고반응군에서는 배란유도제에 저항성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항성을 보이는 용량 미만에서는 난소 반응이 전혀 없기도 한다. 

어떤 환자에서는 일정 용량에서 비례한 난소 반응이 나타나는데 비해 고반응군은 적절하게 반응하는 구간이 좁고 저항성을 능가하는 용량이 조금만 넘쳐도 과배란이 일어나는 난소과자극이라는 부작용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해 난소가 붓고 복수가 차는 문제가 생지만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었다.

- 적정 용량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 2012년 이탈리아의 모데나&레지오 에밀리아 대학 안토니오 라 마르카 교수가 노모그램으로 변수를 이용해 초회 투약 용량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노모그램은 표를 펼쳐놓고 환자의 키, 체중, 피 검사 결과 등 변수를 찾아서 자를 대고 그어야 이제 초회 투약 용량이 결정되는 방식이라 논문으로는 훌륭하다고 해도 실제로 쓰기가 힘든 방법이었다.

이에 비해 레코벨은 약물 용량을 결정하는 변수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인 체중과 난소 기능검사 수치를 압축해서 선별했다. 표를 보고 초회 투여용량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레코벨은 임상 3상 연구에서 기존 약재를 처방한 군에 비해서 적절한 수의 난자를 얻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 반응을 맞추기 힘든 고반응군에서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해 적정 용량 반응을 달성할 확률이 높다라는 것은 중요한 이점이 있는 것이다. 초회 투여 용량을 결정할 때 가이드라인이 있고 이를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다.

- 임상 현장에서 레코벨의 부작용 감소를 체감하는가.

= 난임 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했어도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오면 경과가 짧게는 한 달에서 길면 서너 달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난소과자극증후군은 난소가 붓고 복수가 차는 게 특징이다. 또, 체내 혈관벽의 투과성이 증가로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한 혈관 사고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 이 경우 복수를 빼고 혈장을 보충하고 수분을 공급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저분자 헤파린으로 혈전 예방 치료를 하는데 알부민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래서 복수 천자를 몇 번만 하면 시술 주기 가격보다 더 나온다. 때문에 부작용이 한두달 지나는 동안 복수 천자를 일곱 여덟 번 하면, 환자도 불편하고 비용도 시술비의 몇 배를 넘어버린다. 

전임의로 수련 받을 때만 해도 부작용으로 복수가 차서 온 환자가 꽤 많았지만 요즘은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정도다. 레코벨이라고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안 나타나는 것은 아닌데 데이터상에서 확실히 적게 나타나고 실제 임상 경험으로도 낮은 빈도를 체감한다. 부작용을 높은 확률로 피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장점이다.

- 레코벨을 처방하면서 인상 깊었던 건.

= 기존 약제로 난소과자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배아 이식없이 냉동하고 해당 주기를 넘겨야 했다. 그런데 기존 약제에서 난소과자극으로 고생하던 환자 처방을 레코벨로 바꿨는데 부작용 없이 신선 주기에서 배아 이식까지 했던 경험이 있다. 레코벨로 신선주기를 경험한 환자가 한 두명이 아니었다. 기존 약으로는 당연히 난소과자극을 예상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레코벨을 투여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신선주기를 하게 되는 경우를 보면서 인상이 깊었다. 난소 기능이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았는데 과배란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약 용량을 낮춰서 저자극 시험관을 한다. 그런데 레코벨 용량은 기존 약제에서 저자극을 하는 용량과 비슷하다. 

레코벨로 바꿔서 저자극을 했는데 배아 퀄리티도 좋고 이식도 성공한 경우도 기억에 깊게 남아있다. 임상적인 느낌으로는 레코벨이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한테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 약제는 마우스 세포에서 호르몬을 제조하고 하는데, 레코벨은 사람 유래 세포에서 호르몬을 재조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를 하다 보면 장점이 더 많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난임 치료에서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는가.

= 레코벨 투여 시 페링제약의 ‘메노푸어’나 머크의 ‘루베리스’ 등을 쓰면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다. 과거 이벤트로 뇌하수체 기능이 부전한 환자에게는 난소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안 나온다. 난포자극 호르몬 단독으로는 이상적인 난소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할 때가 있고, 나이가 많아서 난소근이 극도로 약해져 있는 사람 역시 항체 호르몬이 조금 더 도움이 더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배란유도제 메노푸어를 단독으로 처방을 하거나 난포자극 호르몬과 항체화 호르몬이 같이 들어있는 약을 쓴다.

이미 많은 임상연구 데이터에서 입증이 된 부분인데 레코벨은 단독 투약에만 급여가 인정되고 메노푸어와의 병용은 비급여다. 이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가 잘 나오면 병용 투약도 급여가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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