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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알파고 이후 6년...의료AI 스타트업의 성장 조건박재형(뉴로핏 사업총괄 상무)

[라포르시안] 2016년 우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알파고인 AI에게 1:4로 패하면서 전 세계는 그야말로 큰 충격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그 충격의 나비효과가 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헬스케어산업 중 제약·의료기기분야에서 영업·마케팅·전략업무를 담당한 것은 물론 의료기기업체 대표도 수행했던 필자는 2020년 3월, 의료 AI 솔루션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2년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의료 AI 솔루션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의료 AI 솔루션은 현재 외형적이나 내용적으로 이제 막 시장에 알려지고 조금씩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AI 솔루션 제품의 성장 단계는 ▲기술과 제품개발 ▲성능검증 ▲허가 ▲사용성 확대 ▲임상 및 임상 적용 ▲수가 ▲시장 판매로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허가나 임상 및 임상 적용이 가능한 제품까지 나왔으나 수가 적용에 있어서는 보다 많은 과학적 증거와 임상적 결과가 요구된다.

다만 미국 FDA는 진단과 진료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에 대해 수가를 책정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은 수가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판매의 비즈니스 루틴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아직 시장 개척 관점에서 Awareness(인식)·Trial(시도)·Usage(사용), 즉 ATU 단계로 나눠 볼 때 인식과 시도 사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수가문제 때문에 의료 AI 솔루션의 구매가 이뤄지고 사용되는 부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 AI 솔루션은 진단하는 질환이나 분야별 기술적 편차가 존재한다. 특히 판독 중심의 의료 AI 솔루션은 정확도와 시간 단축 관점에서 현재 시장 요구에 가장 근접해 있고 회사별 성능 편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임상의를 지원하는 진단보조솔루션이나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예를 들면 뇌 MRI 이미지를 이용해 AI 소프트웨어로 뇌의 영역별 부피 값을 빠르게 제공하는 분야의 경우 제품별 정확도 및 성능 차이 그리고 편의성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렇게 진단을 보조하는 분석 솔루션은 현재 당장 임상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보조하기보다는 정량화된 데이터 구축 및 임상연구 활용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의료 AI 솔루션 시장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제품·시장·정책을 감안할 때 사용성 확대에 방점을 두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게도 신제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을 국내에 런칭한 경험이 있는데, 그 때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시장 상황

의료 AI 솔루션 시장도 일단 많은 사용을 통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임상적 활용을 통한 임상 근거 마련을 기반으로 효과성 분석을 통해 보험 수가 적용과 판매까지 이르러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양질의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 활용은 모두의 숙원이기도 하다. 사회에는 많은 공공재가 있다. 특히 의료데이터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는데 중요한 공공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의료데이터의 비식별화 또는 익명화를 통해 데이터 뱅크처럼 국가에서 관리해 기업과 의료기관이 연구와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제품을 개발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공으로의 환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 AI 솔루션은 신의료기술 및 보험수가에 있어 치료 약물 및 재료와 다른 규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유해를 끼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를 통한 진단분야는 치료 약물이나 재료 정도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건 과도해 보인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맞춰 사용성 확대 및 환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의료 AI 솔루션의 ‘선(先)출시·후(後)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프로토타입의 미완성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스마트하기 때문에 그러한 제품은 혹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많은 국내 의료 AI 스타트업이 의료 AI 세션에 참석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당시 작은 바람으로는 이 가운데 몇 개 회사만이라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현실적으로 국내 헬스케어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국가적 지원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국내 의료 AI 솔루션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열심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바로 지금이 정부, 학계, 산업계, 의료계가 모두 합심해 아낌없는 노력과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헬스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며 주목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앞으로 <헬스인·싸>는 의료기기 인허가, 보험급여, 신의료기술평가, 유통구조, 공정경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폭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공유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료기기 제도·정책을 살펴보고, 나아가 의료기기업계 정부 의료계 간 소통과 상생을 위한 합리적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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