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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탈모 급여화 공약, 가능성도 낮고 부적절하다[뉴스&뷰]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공약으로 검토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공정한 분배에도 어긋나
보장성 확대로 보편적 의료보장 위한 공약 제시해야
사진 출처=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으로 들썩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탈모 치료제 급여화(엄밀히 말하면 급여 확대, 이미 탈모는 실현 가능성도 낮고, 공약으로 적절하지도 않은 사안이다.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측면에서나 급여 결정 구조를 안다면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쉽게 말할 수 없다. 이미 병적인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한 다른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의 공정한 분배에도 어긋난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게 왜 실현 가능성이 낮고, 적절하지 않은지를 하나하나 짚어보자.

탈모 인구와 탈모증 진료인원은 얼마나 =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는 질환이다. 탈모가 생기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트레스나 면역 반응이상, 지루성 피부염에 의한 탈모도 많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탈모 인구 1천만명 시대'라는 근거가 불분명한 통계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잠재적 탈모 환자까지 포함한 추정치라고 하는 데. 그렇게 따지면 탈모인구는 5천만명이 넘는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듯 싶다. 

실제로 탈모 때문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인원은 얼마나 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7월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20년 ‘탈모증’ 질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탈모증 진료인원은 2016년 21만 2000명에서 2020년 23만 3000명으로 2만명 이상 증가했다. 

상별로는 남성이 2016년 11만 7000명에서 2020년 13만 3000명으로 13.2%(1만 6000명) 증가했다. 여성은 2016년 9만 5000명에서 2020년 10만 명으로 5.8%(6천 명) 늘었다. 의외로 여성 탈모증 환자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대 환자가 가장 많다. 2020년 기준 탈모증 질환 진료인원 구성비를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 진료인원(23만 000명 명) 중 30대가 22.2%(5만 2000명)로 가장 많았다. 40대 21.5%(5만 명), 20대 20.7%(4만 8000명) 순이었다. 

탈모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탈모증 치료비는? = 탈모증 치료에도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탈모증 진료인원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12만 6000원에서 2020년 16만 6000원으로 31.3% 증가했다. 탈모증 질환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6년  268억원에서 2020년 387억원으로 늘었다. 탈모증 치료에 연간 400억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화와 유전으로 인한 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병적인 탈모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지루성 피부염이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생긴 병적인 탈모로 병원을 찾았을 때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앞에서 나온 건보공단 자료에서 보듯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탈모증 진료인원이 연간 20만명을 넘고 있다. 여기에 연간 300억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탈모증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진료비는 얼마나 들까. 

탈모증 치료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약물을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위에 도포하는 방식이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2~5% 미녹시딜 용액을 많이 사용한다. 안드로겐 생성이나 이용을 억제하는 경구피임약이나 전신적 항안드로겐 약물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프로페시아'라는 제품명으로 유명한 피나스테라이드 성분 치료제도 많이 사용한다. 여성형 탈모증에도 미녹시딜 성분 치료제를 바르거나 모발이식 같은 수술적 방법을 사용한다. 

탈모증 진료인원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12만 6000원에서 2020년 16만 6000원으로 31.3% 증가했다. 탈모증 질환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6년  268억원에서 2020년 387억원으로 늘었다. 탈모증 치료에 연간 400억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실현 가능성은? = 이재명 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와 일정 비율의 국고지원액을 기반으로 보험재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험급여 범위와 우선순위를 정해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측면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현실성이 없다. 

최근 건보공단이 발표한 '2020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전년(64.2%) 대비 1.1%p 증가했다. 아직도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문케어' 4년차 건강보험 보장률 65.3%...70% 목표 달성 힘들듯>

'킴리아'라는 환자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가 있다. 단 1회 투약으로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는 10명 중 8명, 말기 림프종 환자는 10명 중 4명이 장기 생존할 수 있는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문제는 이 치료제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점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약값만 3~5억원에 달한다. <관련 기사: "효과적인 치료제 있지만 너무 비싼 약값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들"> 

연도별 1인당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50)위 내 질환 건강보험 보장률.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내에서도 이 치료제가 절실한 환자들이 있지만 너무 비싼 약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환자단체가 작년부터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을 계속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급여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단적으로 찢어진 상처부위를 꿰매는 창상봉합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최근 결정됐다. 그동안에는 안면과 목 부위가 찢어져 봉합술을 하더라도 3cm 이상이면 길이에 상관없이 동일한 수가를 적용받았다. 즉 꿰맨 부위가 3cm를 넘어서면 투입 인력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상관없이 공단에서 의료기관에 동일한 요양급여비를 지급한다는 말이다. 

최근 급여기준을 개선하면서 꿰맨 상처 길이를 합산해 실제 손상만큼 급여 인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건강보험 재정 지출 절감이란 차원에서 이런 불합리한 급여기준이 적용돼 왔다. 

'3대 비급여' 중 하나인 간병비 급여화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하루 1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 부담 때문에 가족이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으면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는 것도 모자라 '간병 살인'마저 벌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간병 문제 특집대담] '간병파산·노노간병'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간병 파산'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건강보험이 간병비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간병비를 보장하는 민간보험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는 건 부적절하다. 물론 탈모증도 당사자에겐 큰 고통이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그렇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한 다른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걸 떠나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의 공정한 분배와 효율적인 사용이란 측면에서 부적절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채택하고, 만일 당선된 이후 이 공약을 지키고자 밀어붙인다면 다른 질환과 차별을 초래하고 공정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현행 건강보험 급여 결정구조를 볼 때도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탈모 치료제 급여등재를 위한 최종 관문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다. 

2002년 설립된 건정심은 건강보험제도 운영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건강보험 적용 사안은 반드시 여기를 거쳐야 한다. 건정심은 심의·의결 안건을 놓고 공급자단체와 가입자단체, 공익위원 등이 상정된 안건을 합의로 결정한다. 합의가 안되면 위원이 참여하는 표결로 의결한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건정심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힘들겠지만 상정되더라도 공급자단체와 가입자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살 게 분명하다. 환자 생명과 직결된 시급한 급여 확대 안건이 수두룩한데 탈모 치료제 급여화 안건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가 특정 질환에 대해서 건강보험 적용을 약속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런 식의 보장성 확대 공약은 질환별 보장률 격차를 키우고, 의료공급체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그보다는 현재 65% 수준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확대하고, 보편적 의료보장과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 대해서 공약을 하는 게 맞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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