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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재난시대, '보건안전' 방역조치의 기본권 제한은 정당한가법원, 방역패스 일부 시설 적용에 제동
복지부 "미접종자 보호의료체계 여력 확보 위해 필요"
"공공복리 목적이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 원칙 내에서만 인정"

[라포르시안] 정부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의 학습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향후 정부가 추진할 방역패스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끊이질 않을 감염병 재난에 대비해 방역정책 수립과 집행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에 대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지난 4일 일부 인용했다.

앞서 정부는 작년 11월 초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시작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12월 6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식당, 카페, 학원, 영화관, 독서실, 스터디카페, PC방 등으로 확대한 바 있다. 

법원은 보건당국이 방역패스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한 시설 가운데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의 시설에 한정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학습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복지부의) 처분은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학원·독서실 등에 접근하고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 진학·취직·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은 학습권이 제한돼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또한 "백신 접종자에 의한 이른바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어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 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근거로  12월 중순 기준 12세 이상 전체 백신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15%(1000명 중 1.5명), 12세 이상 전체 백신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07%(1000명 중 0.7명)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보건당국은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법원의 판단 이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행정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3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과 관련해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인용 결정을 함에 따라 3종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본안 판결시까지 중단된다”며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살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전문가들도 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보였다. 법원이  의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방역정책 취지와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번 판결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나 개별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의학적 또는 과학적 관점에서 이해가 부족한 면도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방역패스 적용과정에서 소통과 설명 노력이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돌아봐야하며, 사법부에서도 방역 전문가와 당국의 충분한 의견을 청취해야한다"며 "사법적 판단의 영역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판단이 크지만 방역은 앞으로 일어날 인명손실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기에 이런 면을 충분히 설명할 준비가 저희들도 되어있어야겠다"고 했다. 

방역조치 따른 국가보상청구권 규정 필요...국가가 기본권 보호의무 다해야   

하지만 법원이 내린 이번 판단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방역패스의 감염병 유행 차단 효과 부분이 아니라 방역정책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시각이다. 법원이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은 건 학습권과 직업선택권, 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 여부라는 점이다.  <관련 기사: [시민건강논평] 방역패스, 배제와 비난 아닌 '시민 연대' 필요하다>

앞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방역정책을 시행해 반발을 사고 있다. 

방역과 역학조사를 위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그치질 않았다. 

감염병 재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속한 방역 추진을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생략한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방역조치로 인한 심각한 영업손실을 입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기본권 침해 논란을 더 키웠다. 

특히 법원이 방역패스 제동을 건 게 방역조치에 대한 의학적 이해부족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는 문제다. 공공복리 목적 방역조치라면 기본권 제한마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건 인권감수성 부족 문제는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방역 조치와 기본권 제한의 법리적 정당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3월 한국헌법학회가 '코로나19 시대의 기본권 보장'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방역정책 추진에 따른 기본권 침해 사례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학술대회에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소영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15년의)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정에 영향을 주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속한 정보공개를 통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하지만 거대하고 긴절한 공익을 위한 경우일지라도 정보주체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라면 공익적 목적 달성에 한 최소한의 정보값만 공개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법전원 박진완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이란 발표에서 국가 방역조치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위반적 국가행위로 인해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합당한 손실보상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시민의 공공성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보상청구권을 규정해 놓지 않은 것은 '입법적 불비'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현행법상 소상공인의 영업장소 및 운영 시간 등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조항이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가의 방역조치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위반적 국가행위로 인해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힌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장기간 지속된 영업중지‧제한이 영업기반의 상실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결과에 있어서는 재산박탈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청구권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재산박탈은 적절한 시기에, 알맞고 정당하게 보상이 되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도 주장했다.
 
방역조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나 영업손실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 정당한 보상과 기본권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공포로 정부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동의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류성진 교수는 학술지 <법학연구>에 게재한 '코로나19방역조치와 기본권 제한 법제의 정당성'이란 논문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류 교수는 논문에서 "정부의 강력한 방역조치는 보건안전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의 심각한 제한이기도 하다."며 "문제는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이러한 정부의 조치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 집합금지명령을 통해 거의 모든 집회나 시위가 허용되지 않거나, 핸드폰 GPS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통해 내밀한 개인정보와 동선이 공개되는 등의 위헌적이고 위험한 조치들을 국민들이 무조건 감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국가는 영업제한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라든지, 경제적 차이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교육격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 기본권 보호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시스템과 기본권 제한을 가능하게 하는 판단 기준이 감염병 재난 시대라고 바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아무리 보건안전이라는 공공복리의 정당한 목적을 가진 정부의 조치라고 해도 과잉제한금지의 원칙, 과소보호금지의 원칙,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고 되짚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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