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신설은 공공의료 확충 해법 될 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31일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경기도에 있는 자인메디병원을 방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31일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경기도에 있는 자인메디병원을 방문했다.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코로나19 감염병 대응과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 정책공약을 내놓은 데 대해 "9.4 의정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신뢰를 깨는 공약"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감염병 대응 및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해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 ▲지역·공공·필수 의료인력 양성 ▲지역 의료기관별 진료 협력체계 구축 ▲전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필수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의대를 신설하고 정원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지난 3일 여당 대선후보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공약'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20년 9.4 의정과 의당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공약 사항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고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기치로 내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방법과 절차가 대단히 잘못됐다"면서 "의대 설립과 정원 증원은 결코 공공의료 확충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에 그칠뿐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를 제시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임상의사 숫자는 OECD 평균보다 조금 적지만 병원의 전체 병상 수는 인구 1천명당 12.4개로 일본(12.8개)에 이어 2위이며, OECD 평균(4.4개)의 2.8배에 달한다"며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고 했다. 

의협은 "게다가 의사 수 증가는 OECD 평균의 3배인 3.1%에 달한다. 의사 밀도는 2017년 기준 12명으로 OECD 국가 중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높다"며 "이런 상황에 공공병상을 더 늘리겠다는 공약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공공의료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확립돼 있지 않다고 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주요한 목적으로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의협은 "이러한 정의에도 같은 법 제7조(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에서 규정하는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등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는 조직 내부 반대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동안 국가가 공공의료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먼저 이런 비합리적인 부분을 고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사 인력의 수급 논의는 의대 입학에서부터 졸업, 면허취득, 전문의 배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차기 정부를 대비한 보건의료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면 무분별한 공공의대 공약은 지양하고, 건강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 정책 마련을 우선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의협은 "무엇보다도,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민과 의사가 모두 만족할만한 정책을 마련해 주길 촉구한다"며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책 추진에 있어서 의료계 패싱은 있을 수 없다. 전문가들과의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의료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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