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2022년 체제’는 반응(反應)을 넘어 ‘예응(豫應)’으로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이 언제 끝날지 ‘예보’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대강의 추세를 전망할(predict) 수 있을 뿐, 그 끝이 5월인지 7월인지 또는 연말까지도 불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2년간 배운 팬데믹의 본질이 이런 것이 아닌가.

안타깝지만 2022년 출발이 이렇다. 억지로라도 희망을 말해야 하나, 새해 소망과 기대라는 것은 으레 인위적이다. 저 유명한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1월 1일이 싫다”라고 했을 때 그의 진정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2016년 1월 3일 논평 바로가기). 새로워진다는 것은 늘 그래야 하는 일상인 것, 새해라고 일부러 구획하는 것은 한 해 실적을 따지고 예산을 세워야 하는 (지금 누구도 예외가 아닌) ‘회사형’ 인간의 버릇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넘치는 온갖 전망에 혹시 하고 기대를 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희망 섞인 것이지만, 팬데믹의 세계사로 보아 어찌 되었든 마무리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말이 맞기를 바란다. 이유는 한 가지, 세상에 가득한 불평등한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좋겠다.

‘마무리’라고 한들 그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귀 기울여야 한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팬데믹 종식과 무관하게 나라별 유행이 계속되는 사태다. 나라에 따라 국내 조치는 달라지겠지만(지금도 이미 그렇다), 이동이니 배분이니 하는 팬데믹 대응의 글로벌 구조는 한참 더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달라질 것이 있을까? 지난 2년간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한 마디로 하루살이 마냥 ‘반응적(reactive)’이었고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2021년 12월 27일 논평 바로가기). 다만, 올해는 대통령 선거라는 조건이 있으니, 진심이야 어떻든 공약을 내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회는 기회일 뿐, 적극적 개입이 없으면 그 조건은 우연 또는 맥락으로 끝날 뿐이다. 개입이라는 행동/실천은 정치적이며 역사적인 것인바, 현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축적된 물질적 힘이다. 우연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우연의 힘을 넘는 인간 활동의 소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시간의 축적이라는 점이다. 새해 지금 이 시각에도 완고하게 버티는 불평등 구조에 개입하는 일은 일상의 실천이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응적인 동시에 미래를 바꾸려는 능동적 실천이라고나 할까. 앞날을 전망하면서 지금 현실에 개입해야 새로운 경로가 생기고 그것이 곧 미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2022년 또한 ‘코로나 체제’에 속해 있으며, 계속해서 온갖 불평등을 드러내는 시기로 이해한다. 올해 단편적이나마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겠지만, 그것은 코로나 체제와 별개가 아니다. 연속이며 축적이다. 다만, 굳어진 과거가 아니라 진행형인 동시에 개방적이라는 점도 잊지 않으려 한다. 

첫째, 코로나 체제의 불평등을 드러내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과제가 중요하다. 불평등 구조는 ‘전환’과 ‘유동’의 시기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법,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본질과 메커니즘을 놓치지 않아야 현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국가 사이의 불평등과 글로벌 정의 이슈는 더 ‘갈등적’이 되리라 전망한다. 국제적으로는 백신 불평등을 넘어 글로벌 공동체의 존립 가능성을 묻게 될 공산이 크지만, 한국 사회가 국경 바깥으로 시점을 이동해 글로벌 불평등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는 아직 약하다. 그래서 그 토대를 만드는 일이 우리를 기다린다. 

둘째,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 나아가 건강, 공중 보건, 의료 논의를 ‘체제화’하고 ‘정치화’하는 과제. 지금 백신 산업 육성이나 공공병원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건과 의료는 본래부터 정치 그리고 경제와 분리될 수 없다. 병상 늘리기나 인력 증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국가 이념과 국정 철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올해 전망 또한 그리 밝지 못하다. 지금 이래도 가면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는 보건과 의료체계는 고사하고, 고령화와 지역 소멸이라는 새로운 조건에도 대응할 수 없는 체제, 미봉책 아니면 오로지 ‘각자도생’의 레짐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논의와 공론, 사회적 관심의 물길을 새로 내야 한다. 

셋째, 사람 관점과 민주적 공공성의 토대 강화. 포스트 코로나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지금, 국가권력과 전문가가 독점하는 건강체제 모델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 한 가지 대안은 사람 중심이라는 관점, 즉 민주적 공공성에 토대를 둔 건강 레짐이다.

당장 새해에는 이미 곳곳에 난 싹과 실마리를 찾고 정리해 새로운 전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실험의 기초가 될 것이며, 또한 갱신과 개혁의 동력이 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힘’의 원천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제가 ‘반-응’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니, 비전과 전략, 이론이 있어야 변화의 전망에 힘이 붙는다. 지속적 구조와 틀이 존재해야 실천과 행동을 지속할 관계가 형성된다. 외부 자극이 없고 사건/사고가 아니라도 이 준비를 해야 진보의 가능성이 생긴다(발전, 성장, 선진화 등이 아니라 진보다!). 

미래를 미리 사는 삶, 2022년을 ‘반(反, re)-응(應, action)’을 넘어 ‘예(豫, pro)-응(應, action)’의 한 해로 살자고 제안한다. ‘예시적 정치’와도 서로 통한다. 나라 만들기를 넘어 새로운 정치 공동체 만들기라고 하면, ‘2022년 체제’는 언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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