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2021년의 코로나 체제, 불평등과 그 구조를 기억해야

[라포르시안] 2021년을 마무리하는 때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억지로 시기를 나누고 ‘마무리’를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하지만, 어떻게든 우리는 지금을 살아내야 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때를 나누어 성찰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많은 이들이 2021년을 코로나 백신의 해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그렇다. 2021년 1월 4일의 <논평>에서 우리는 올해도 ‘코로나 체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백신의 정의로운 배분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뉴노멀’을 위한 경쟁). 

유감스럽게도 “사회 전체가 ‘코로나 체제’로부터 ‘포스트 코로나’로 이행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위드 코로나’로 바뀌는 듯했으나, 지금 우리가 겪는 그대로 ‘포스트 코로나’는 아직 멀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미 확인한 것처럼, 평시 상태를 벗어나는 위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체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올 후반기 유행이 끝나는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기존 시스템을 평가하고 새로운 체계를 제안하는 힘이 더 커질 것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평시 상태를 벗어나는 위기를 대비하자고 했으나 ‘별도의 대응체계’ 주장은 그냥 흩어지는 주장으로 끝났다. ‘새로운 체계를 제안하는 힘’ 또한 커지지 않았으니, 지금 난맥상은 그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위드 코로나의 정책 실패가 한 마디로 ‘반응(反-應, reactive)’ 중심 사회의 실패로 해석한다. 준비, 대비, 예비에 무력한 정부와 정책, 정치는 일이 생긴 후 반짝 반응하고 그 일이 지나가면 바로 주저앉는다. 공공병원과 인력 확보와 같은 장기 과제는 물론이고, ‘유사시’ 병상 동원 계획 같은 것도 힘을 잃기 일쑤다. 기후 위기 대응이나 여러 축의 불평등은 한참 더 심하다. 

시비하고 실패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영자 지원을 주장했으나, 정책과 정치는 아직도 ‘임기응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기준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준비, 대비, 예비에는 ‘진심’이 없기 때문이다. 

“체제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의사결정 그 어느 것도 불평등과 무관한 것을 찾기 어렵다. 대책이든 결과든 현 체제가 반드시 포스트 코로나 체제와 연결된다는 점도 이미 말했다....(중략)...겉으로는 국가와 경제를 포함해 그 모든 권력이 불평등을 말할 수 있으나, 새로운 구조 개혁을 동반하지 않는 한 그것은 한때를 모면하는 임시방편 이상이기 어렵다.”

다시 강조한다. “코로나 체제는 현존하는 불평등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그 불평등을 더하고 보태는 쪽으로 작동한다.” 2021년 내내 거듭 확인한 그대로다. 예를 들어 장애인, 이주노동자, 홈리스를 둘러싼 불평등은 방역과 백신 접종, 의료, 돌봄 등 모든 국면에서 오히려 더 심해졌다.

반면에, 임시방편을 넘으려는 한 가지 시도인 차별금지법은 꽉 막혔다. 국회 청원도 시위와 농성도 역부족이다. 정부와 정치야 왜 핑계가 없겠는가. 현상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더 키우려는 힘에 대응하는 ‘길항력’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2021년, 백신을 둘러싼 극심한 글로벌 불평등과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의 위력은 끝내 씁쓸하고 아픈 기억이다. 세계 어디서나 나타났던 주권 국가의 국내 정치가 현실을 일깨우지만, 이에 맞서는 도덕과 연대의 힘도 기억해야 한다(8월 16일 시민건강논평 ‘부스터샷, 백신 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국내 정치 때문에도 백신을 양보할 수는 없을 터, 국제 공조를 끌어내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한마디의 글로벌 정의를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 유예를 적극 지지하고,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유럽, 일본 등 다른 고소득국가를 압박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코로나 체제라 해서 국가와 경제 ‘권력’의 선의와 미담을 기대한 적은 없다. ‘뉴노멀’이든 ‘위드 코로나’든, 또는 ‘더 나은 회복(Building Back Better)’이나 ‘더 공평한 회복(Building Back Fairer)’ 어느 쪽 표현을 쓰든,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한해였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힘들이 경쟁하고 각축하며 투쟁하는 것이 공통의 원리가 아닌가. 힘이 불평등하니 당연히 결과도 그랬다.

2021년을 성찰하자면, 완성이나 성취에 이르지 못했다 해서 곧 실패는 아니다. 그 한 가지 예, 정말 오랜 과제인 상병수당이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관련 기사 바로가기), 이는 코로나19라는 조건에서, 그동안 이를 끌고 밀던 사회적 힘을 동력으로 삼아, 정치적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런 모양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 2021년 한해 <시민건강논평>을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022년 새해, 무엇보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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