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호학과 학사편입 2년으로 단축 '집중간호학사' 제시
교육부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 했는데 2년 교육과정 가능한지 의문"
"근무여건 개선 없이 간호사 양성만 늘린다고 인력난 해결 안돼"

[라포르시안] 간호대학에 학사편입 후 졸업까지 3년이 소요되는 현행 간호학과 학사편입제도를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도입 등을 통해 단기간에 우수한 간호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간호사 공급을 늘려도 병원 현장의 간호인력 부족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간호학과 학사편입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도입을 통해 우수한 간호사를 확보하고, 의료현장의 간호사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삼육대학교 간호대학 김일옥 학장이 ‘우수 간호사 확보를 위한 학사 편입제도 개선’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일옥 학장은 ▲고령화 사회 ▲감염병 유행 ▲질병의 복잡화와 의료기술 첨단화에 따른 우수 의료인 양성 필요성 ▲간호사의 활동범위 확대 등으로 간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높은 이직률과 낮은 근속률로 활동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김 학장은 우수한 간호인력 확보의 일환으로 간호 학사 편입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간호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졸학력자가 간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은 ▲대졸자특별전형 ▲학사편입 등 두 가지가 있다. 대졸자특별전형은 전문대 졸업자 또는 대졸자를 위한 간호전문대 신입학 전형으로, 1학년으로 입학해야 하기 때문에 학위 취득까지 4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간호계가 문제로 지목하는 제도는 학사편입 제도다. 당초 학사 편입은 3학년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간호학과는 2학년으로 편입해 3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김 학장은 “설문조사 결과 전체 간호학과 중 93.5%가 3년 학사편입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적·시간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간호대학에 입학하면 4년 후에 간호사가 될 수 있지만, 4년간 다른 전공을 이수한 학사가 간호대학에 학사편입을 하면 졸업까지 3년을 합쳐 결과적으로는 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학장의 설명이다.

또다른 문제는 학사편입학 정원이다. 현재 간호학과 학사편입학 정원의 30/100까지 허용돼 있다. 그러나 대학의 전체 편입학 정원수가 2/100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간호학과에 편입학 하는 인원은 소수에 그친다. 

김 학장은 “간호학과 편입학을 받는 대학의 91%가 20명 이하 정원만 확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인원으로는 한 학급단위를 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따라서 선발된 소수의 편입생들은 2학년으로 들어가 3년간 간호학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가은 타 전공 학사가 간호학과로 편입하면 교육 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고려해 국내에서도 간호학사 편입학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적어도 기본 요건을 충족하고 운영을 희망하는 대학에 40인 이상 한 학급 규모의 정원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고등교육법에 별도의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학사 편입제도를 개선하면 기존 학부 및 학사편입에 비해 2년에 간호사 양성과 공급이 가능해 국가 보건의료서비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며 “청년 실업 해소 및 장기근속으로 인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전 전공과 간호학 전공을 통해 다양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력 개발이 가능하다”라며 “간호사는 새로운 분야의 진출 기회가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건의료 산업에 참신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호계의 주장에 교육부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교육의 질 담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태경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과장은 “우수한 간호 인력 양성이 돼야 된다는 거에 100% 공감한다”라며 “질병이 복합화되고 의료 기술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져 전문대학의 간호사 양성 체제를 3년에서 4년으로 전환했는데, 과연 2년 또는 짧게는 1년 6개월 만에 전문 간호 인력 양성이 가능한 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확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간호사는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의 간호학과 전공자에게 면허가 나간다”며 “그러나 단기 집중 과정을 운영하면 교육의 질 부분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을 방법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간호대학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한 간호대학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근무환경·처우 개선 먼저 이뤄져야 활동 간호사 늘어날 것"

현장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공급 증가뿐 아니라 근무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러 통계가 간호사 배출 확대로는 병원의 간호인력난을 해소할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간호등급제 실시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대형병원 병상 확충 등으로 간호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2008년 이후부터 간호대 입학정원을 해마다 대폭 증원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작성한 '통계로 본 우리나라 간호사 배출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간호교육기관 수는 2006년 127개에서 2015년에는 203개로 10년 사이 76개 대학에 간호학과가 신설됐다. 2015년 기준으로 간호대학 입학 정원은 1만8,869명으로 2008년(1만1,775명)과 비교해 7,094명이 늘었다.

2013년에는 전국 3~4년제 간호대 1학년 재학생이 2만3,000여명 규모로 늘었고, 이에 따라 2017년부터 2만3,000여명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배출이 확대됐다.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노동력 갈아 넣기'로 양질의 간호 불가능

간호사 노동력 '갈아 넣는' 인력대책...진짜 문제는 그들의 '절망'

모순적인, 너무나 모순적인 한국 의료인력 구조

이처럼 간호사 배출 규모가 절대적으로 증가했지만 병원의 간호인력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과 경력단절 후 취업하지 않는 유휴 간호인력이 넘쳐나고 있다.  

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간호사면허 소지자 41만 4983명 중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1만 5293명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1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간호사 이직률 조사결과를 보면 민간중소병원이 22%~43%에 달했다. 지방의료원과 지방 사립대병원도 이직률이 각각 18%~23%, 15%~28%로 높은 이직률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일부 공공병원이나 민간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직률은 40%를 넘을 정도였다. 

병원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적정 간호인력 확충을 실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보건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간호학사 편입학 정원 확대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수반돼야 간호사의 이직률과 퇴직률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활동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근무환경 개선과 인력 양성이 같이 가야 간호인력 부족이란 악순환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계 역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이재덕 교수는 “편입 제도 개선으로 간호사 양성을 늘린다고 해서 활동 간호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양성을 많이 해도 간호사들이 떠나게 되는 여건에서는 아무리 배출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덕 교수는 “근무여건 개선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수가 개선을 통해서 간호사 보수 수준을 현실화시키고, 의료기관들이 법정 간호사 정원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다양한 근무 형태를 비롯해 교육 전담 간호사 제도 확대 등 근무여건을 충분히 마련해야 간호사들이 만족하면서 현장에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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