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휴(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라포르시안]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10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의료기기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제품의 폭발적 수요 증가를 통해 의료기기산업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향후 의료기기산업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위한 지원 방향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 경험 확대 및 보상체계 마련,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전략 품목 지원,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제시했다. 이러한 지원책은 글로벌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고비용이 소요되는 사용경험 인증을 지원하고, 제품 출시 후 실사용 보상체계를 구축해 우리나라 제품이 내수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담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은 미국 중국이 주도하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이 뒤를 잇는 G7 위주의 매우 공고한 구조로 되어 있다. 더불어 규모의 경제로 인해 다국적기업 중심의 인수합병이 이뤄져 후발주자가 전통적인 의료기기를 따라가기에는 기술적 격차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의료기기산업 세계 7개 강국 진입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한 제품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의료기기산업 특성상 기존 시장의 강자를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의료기기산업 세계 7대 강국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개척이다. 각 나라마다 추구하는 정책 목표가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의료기기 품목을 설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집중 육성되는 의료기기는 기존 장비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령 수술기구나 수술로봇 회사는 AI를 탑재해 수술단계마다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거나 혹은 기기 자체가 수술에 개입하고 혹은 원격에서 해당 시술에 맞는 전문의가 참여하는 방식을 개발 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영상진단기술에 강점이 있는 회사는 판독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딥러닝을 통한 판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장비에 적용해 진단의가 최종 판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병원에서 이뤄지는 많은 검사를 집에서도 쉽게 검체를 채취해 즉시 결과를 알 수 있거나 혹은 실험실로 보내진 결과를 개인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시험자 편의성을 높이는 개인 맞춤형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의료기기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자들은 회사마다 지닌 강점을 활용해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들과 경쟁해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기존 강자와의 회피 전락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갖는 강점은 상당히 독보적인 면이 있다. 민족성이 갖는 역동성으로 인해 변화에 민감하고 높은 교육열은 인적자원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세계시장 선도를 위해서는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의료기기산업을 창조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체외진단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기술’이다. 한국의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코로나를 계기로 세계 곳곳에 보급돼 그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과가 아닌 꾸준한 정부 투자와 업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디지털 헬스기술 또한 우리가 잘할 수 있으면서 앞으로 성장 잠재성이 매우 높은 산업분야이다.

세계 유수의 시장분석기관이 향후 20%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은 높은 규제 장벽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임상이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가 충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기술은 의약품 원재료 개발부터 임상, 의료기기 진단·시술에까지 모든 분야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이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적용 가능한 실사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디지털  주도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틀로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플랫폼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산업적 발전과 국민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육성될 것이다.

보건의료는 치료를 넘어 돌봄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원 환자의 치료와 의료보장성이 중점과제였다면 이제는 질병의 예방, 만성질환 관리, 질병 조기진단, 환자 이송, 치료·처치 및 재활, 투약·영양 등이 연계돼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단계를 사람이나 기관이 담당하기에는 물리적 한계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조기진단과 질병 예방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료지원이 이뤄져야한다. 즉, 건강정보뿐만 아니라 연계된 의료지원체계를 제공해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또 필요에 따라 방문형 재활치료나 물리치료가 연계되고, 거동이 불편한 노령 환자에게 방문간호도 제공되며, 이 모든 선택과 지원이 본인과 담당 의사의 지도하에 운영 될 수 있는 플랫폼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보건의료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서 세계 최초이자 시험대로서 막대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예방과 건강관리 그리고 치료 후 돌봄까지의 모든 과정이 통합적으로 운영돼 혜택의 범위를 넓히고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며 적정한 치료와 돌봄을 통해 의료자원의 적절한 배분도 가능하다.

의료기기의 산업적 가치는 새로운 분야, 즉 품목을 특화할 때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큰 산업적 가치를 가질 것이며, 향후 10년 이내 한국만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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