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대웅제약 신약센터장)

[라포르시안] 최근 대웅제약의 신약개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대웅제약은 합성화합물과 바이오로직스, 줄기세포에 이르기까지 2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과 제2형 당뇨병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 등을 비롯해 임상 3상 및 허가단계 후보물질도 3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15%를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R&D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연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제약 기업 연구센터로서는 드물게 ISO 9001 품질 경영인증을 받는 등 신약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박준석 신약센터장이 대웅제약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25년. 그동안 박준석 센터장은 대웅제약 R&D의 중심에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찾고 혁신신약을 개발해왔다. 라포르시안은 박준석 신약센터장을 만나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방향과 의약품이 갖는 혁신의 의미, 연구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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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

- 대웅제약 R&D 로드맵의 방향은.

= 대웅제약의 신약 후보물질에는 신약합성화합물, 바이오로직스, 줄기세포 등이 있고, 이중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프라잔과 제2형 당뇨병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이 best-in-class이다. 그런데 대웅제약의 R&D 목표 중 하나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속에서 어떤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느냐가 우리의 중요한 의사 결정 포인트가 됐다.

이런 이유로 대웅제약은 약 3~4년 전부터 first-in-class를 타깃으로 Fibrosis(섬유증), Autoimmune Disease(자가면역질환), Cancer(암) 치료제에 대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질환의 원인이나 과학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다. 그래서 상호 시너지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미충족 욕구도 굉장히 높고 시장성도 좋은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 대웅제약이 '계열 내 최초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 first-in-class)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약의 적응증은 이미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앞서 말한 차별적 경쟁력 없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아직까지 적합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기존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해당 질환의 치료에 완벽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과 과제를 설정하고 도전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 과제를 시작할 때부터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통해 타깃을 선택하고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파이프라인 중 허가 단계나 3상시험 단계의 물질들은 대부분 기존 약물의 단점을 극복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이다. 그러나 임상 이전의 더 초기 단계에 있는 물질은 90% 이상이 first-in-class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 자체도 상당히 혁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first-in-class라는 이름표도 중요하지만 대웅제약에는 질환이나 환자에게 필요한 니즈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의 특장점을 연구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혁신의 과정이고, 그 결과물을 우리는 혁신신약이라고 부른다. 

- 펙수프라잔과 이나보글리플로진 외에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로는 어떤 게 있나.

= 이제 막 임상 1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한 먹는 폐섬유증 신약 ‘DWN12088’이 대표적이다. DWN12088은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의 활성만을 선택적으로 감소시켜 폐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시키는 기전으로 글로벌에서는 대웅제약이 가장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임상 2상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면 글로벌에서 혁신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도 기대되는 신약이다. 기존의 자가면역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B cell 또는 T cell 중 하나에 단독으로 작용하는 물질이었다. 반면 대웅제약은 T cell과 B cell을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억제해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신개념 자가면역 치료 후보물질인 ‘DWP212525’와 ‘DWP213388’를 도출했다. 이 후보물질들은 동물실험에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였으며, 임상 1상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적응증이 결정될 것이다. 

대웅제약 연구소 전경.
대웅제약 연구소 전경.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보면 임상 1상을 마치고 기술이전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기술이전도 의미가 있지만 제약 주권 차원에서 제품화까지 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 그런 의견에 환영하고 발전적인 방향이라는 점에서 동의한다. 그런데 글로벌에서 충분히 인정받는 신약 강국의 면모를 보인 후에 그런 것들이 차근차근 이뤄지면 굉장히 자연스럽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대웅제약은 2025년까지 5건 이상의 기술수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5년 이후부터 글로벌 3상도 직접 수행하고 제약 권리를 제대로 찾자는 큰 비전을 갖고 있다. 

- 대웅제약 연구본부는 지난 2019년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으로부터 ISO 9001 품질경영 인증을 획득했다. 기업 및 생산부서가 아닌 연구센터의 ISO 9001 인증은 드문 사례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인증 배경과 효과는.

= 생산은 GMP, 임상은 GCP, 비임상은 GLP에 의거해 업무의 신뢰성을 보증하고 있는데 비임상 이전 단계의 신약 연구개발 과정의 신뢰성을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 ISO 9001 인증에 대해서 주목하게 됐다. 

ISO 9001은 모든 사업 분야의 품질분야에 고루 적용될 수 있고, 특히 연구개발 과정의 품질에 해당하는 설계와 개발에 대한 요구사항이 존재하기 떄문에 연구본부에서 인증을 추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을 통해 인증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 2019년 최초 인증 후 2번의 사후심사를 거치면서 인증을 유지하고 있고, 내년 갱신심사를 앞두고 있다. R&D와 그 결과물인 데이터 신뢰성을 담보하지 않는 한 우리가 개발한 신약에 대한 자신감을 말할 수 없다. 데이터의 신뢰성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야만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대웅제약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ISO 9001 인증으로 내부적으로는 신약센터뿐만 아니라 대웅제약 연구본부 전체의 연구품질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를 확보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외부적으로는 ISO 9001 인증이 경쟁사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파트너사나 규제기관에 우리의 연구산출물이나 기술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지난 2013년 정부는 2017년까지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으며, 2017년에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작년에는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신약후보물질 100개와 1조원대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 후보물질을 5개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간 성과도 있었지만 ‘말로만’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싫은 말도 있고 좋은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신약 개발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본다. 특히 지난 10년간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이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국가가 신약개발 연구비를 지원하려면 평가가 중요하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생기기 전과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이 바로 평가다. 최고의 전문가 그룹으로 포진된 평가 위원들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좋은 과제들만 선정이 됐다. 선정된 과제들은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품질이 높아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부터 진행되는 국가신약개발사업에 10년간 2조 원 이상 연구비가 지원될텐데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량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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