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니클로사마이드 기반 숙주표적 항바이러스제 개발 자신
대웅제약이 한 발 앞서 1상 마쳐
"신종감염병 유행 때마다 주목했지만 치료제 개발 사례 없어"

[라포르시안] “바이러스 변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클로사마이드 연구개발에 몰두해 숙주 표적 항바이러스제 CP-COV03 개발에 성공했다. CP-COV03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오상기 대표는 지난 7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각종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는 새로운 기전 또는 기존 치료제의 약물재창출로 보다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존하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은 바이러스 표적치료제이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표적해 세포의 침입을 방지하는 기전이며,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복제효소를 표적해 복제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바이러스 표적 항바이러스제는 변이로 인해 표적이 사라지면 약효가 상실되고,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신종 바이러스 출현시 대처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숙주 표적 항바이러스제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니클로사마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 1958년 바이엘이 구충제로 개발한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 변이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눈물과 실험을 통해 입증되면서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는 숙주세포를 표적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와 상관없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니클로사마이드는 지극히 낮은 체내 흡수율과 지나치게 짧은 반감기 때문에 생체이용률이 낮아 약물 용도변경이나 재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최진호 과학자문위원장.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최진호 과학자문위원장.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최진호 과학자문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니클로사마이드의 인체에 대한 효능은 바그다드대학교 임상을 통해 입증됐지만 생체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숙제였다”며 “우리는 생체진화적 미네랄 기반 전달체 기술로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이용률을 최대 40배 이상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0월 말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CP-COV03이 각종 변이와 상관없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물론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상기 대표는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로는 절대로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숙주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CP-COV03은 21세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상 임상시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이같은 기대가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니클로사마이드의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니클로사마이드 안전성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배포한 자료 속 ‘바그다드 의대 임상에서 안전성 확인’이라는 문구만 인용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이 회사 진근우 연구소장은 “니클로사마이드는 이미 50년 이상 기생충 약으로 처방될 만큼 안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충제로서 니클로사마이드는 생체이용률이 낮았던 만큼,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생체이용률을 40배 이상 높였다면 그에 따른 안전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진근우 연구소장은 CP-COV03 임상 1상에서 니클로사마이드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 이용률을 높였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부가적인 독성이 나올 수가 있다는 부분을 충분히 예상했다”며 “원칙적으로는 복용 정도를 바꾸지 않은 약에 대해서는 임상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의 독성을 더 검증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웅제약이 한발 앞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 임상 1상을 마친 상황에서 아직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CP-COV03가 어떤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월부터 필리핀과 인도, 호주를 비롯해 국내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DWRX2003’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이 중 환자 부족으로 중단된 필리핀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에서 임상 1상은 마무리한 상태다.

다만 임상 1상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분석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니클로사마이드 임상 1상이 지난 4월에 종료됐고 2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단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카모스타트'에 조금 더 집중을 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니클로사마이드 개발 속도가 늦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WRX2003 임상과 관련해 최근에 추가된 내용은 없다”며 “보다 신중하게 진행하다보니 결과 분석이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항바이러스제가 약물재창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하던 약물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 치료제는 대부분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며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로서의 니클로사마이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니클로사마이드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었고,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효과적이라고 언급됐다”며 “바이러스 유행 때마다 니클로사마이드바이러스가 대안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체인저를 논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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