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원 낭비 막고 과잉진료 예방 위한 논의 본격화
영상의학회 등 ‘하지 말아야 할’ 검진·시술 리스트 선정
의학한림원, 8일 심포지엄서 주요 학회별 리스트 공개

[라포르시안]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고 적정진료 확산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 시작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은 불필요한 진단이나 검사, 치료 등을 배제함으로써 의료자원 낭비를 억제하고 의료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다. 

2012년 미국 내과의사협회 재단(ABIMF) 주도로 전개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의료비 중 약 30%가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검사나 치료 때문에 발생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관련 기사: 美 의학회 ‘불필요한’ 검진·시술 리스트, 국내 의료계 반응은?>

미국 의료계는 이 캠페인을 통해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적정진료 확산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미국심장학회를 비롯해 영상의학전문의학회, 가정의학회, 소화기내과학회, 임상종양학회, 신장학회, 심장핵의학회,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 등 9개 학회가 참여해 각각 5개씩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를 선정해 공개했다.

미국영상의학회는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로 ▲사소한 두통 환자의 CT, MRI 촬영 ▲피검사 같은 기초검사를 하지 않은 폐색전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CT, MRI 촬영 ▲뚜렷한 병력이 없고 보행 가능한 환자에 흉부X-ray 남발 ▲맹장이 의심되는 어린이 대상의 CT 촬용 ▲여성 난소의 물혹 정도의 흔한 증상때문에 추적검사 용도로 CT, MRI 촬영 권고 등을 제시했다.

미국가정의학회는 ▲저위험도 환자에게 EKG 또는 다른 심장 선별검사 오더 ▲21세 이하 여성 또는 암이 아닌 질환으로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 'Pap smear'(자궁경부도말검사) 시행 등을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로 제시했다.

미국 내 각 학회에서 제시한 '현명한 선택'을 위한 불필요한 검사 또 치료 리스트는 해당 캠페인 사이트(Choosing Wisely 사이트 바로 가기)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Choosing Wisely 사이트 바로가기)

미국에서 시작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캐나다, 영국, 이태리 등 여러 국가로 확산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 학회가 진료리스트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이 나서 ‘적정진료를 위한 현명한 선택 리스트 개발'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논의에 참여한 학회는 대한영상의학회를 비롯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20곳에 이른다. 

이를 통해 영상의학회 등 일부 학회에서 현명한 선택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를 선정했다. 

영상의학회가 채택한 현명한 선택을 위한 리스크는 ▲복통이 없는 환자에서 통상적으로 일반 (plain) 복부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아의 경우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될 때 초음파검사에서 CT를 권고하기 전에는 CT를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부위에 CT검사가 예정되어 있을 경우 일반촬영을 동시에 처방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통이 있을 경우 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경한 발목 염좌가 있는 어른의 경우 발목 X선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등이다. 

리스트 개발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제시한 주요 리스트를 파악하고, 대상 검사와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 후 영상의학과 의사를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리스트를 최종 확정했다. 

학회와 함께 현명한 선택 논의를 주도한 의학한림원은 오는 8일 '의료서비스의 현명한 선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신경정신의학회와 가정의학회, 감염학회 등에서 개발한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의학한림원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제시한 리스트를 통해 의료현장에 적정의료 실현과 과잉 의료 예방을 위한 방안을 보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정의료가 의료인과 정부 당국의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으며 현명한 선택의 국제적인 적정의료활동과 보급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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