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1일 의료계 대표자 회의 열고 성명 채택

[라포르시안] 의료계 대표자들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직역 갈등을 조장하고 면허체계를 왜곡해 의료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오후 용산 임시회관에서 ‘긴급 현안 논의를 위한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직후 참석자들은 간호법, 간호·조산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해당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에는 서울특별시의사회를 포함해 16개 시도의사회와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군진의사협의회, 대한공직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의사협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자들은 성명에서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직역 간 갈등과 혼란만 증폭시킬 뿐 아니라 간호사 직역의 이익만 대변하고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법안"이라며 "의료법을 기본으로 보건의료 직역을 통합 규율하고 있는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역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은 각 직역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직역 간 대립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간호법안은 개별 직역에 이익이 되는 내용만 포함하고 불리한 내용을 배제해 의료인 간 또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 업무 범위에 대한 이해 상충과 해석상 대립으로 의료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업무적 감독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고,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 범위를 규정해 의사의 의료행위 업무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며 "그런데 간호법안 등에서는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으로 변경하고,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향후 해석을 통해 업무 범위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간호사의 의료기관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의심했다. 

의사단체들이 지적하는 간호법안의 문제는 ▲간호사 등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복지부장관의 지침 마련 ▲의료기관장의 간호사 등의 일·가정 양립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치 강구 ▲복지부장관 소속 관련 위원회에서의 간호사 등의 근무여건 및 인력의 적정 배치 등의 심의 ▲간호인력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간호인력 지원센터의 설치·운영 등을 규정한 부분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개별 직역 입법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의료법에 명시해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조항을 간호법안에 규정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를 냈다. 

이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단순히 간호사가 환자를 항시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조항을 간호법안에 포함하는 것은 개별직역의 영향력 확대만을 꾀하는 것이며, 해당 서비스의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간호법안 제정 입법 시도가 계속 추진된다면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대표자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