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소, 전문의원·요양의원 신설 방안 제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국민 수요 반영한 제안"
대개협 "의협이 잘못된 정책 방향 밀어붙이려 해...폐기해야"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내년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달한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기능별 병상 공급계획 수립 및 시행 방안의 하나로 전문의원과 회복병원 제도를 신설하고 수가를 가산해주자는 내용 때문이다.

전문의원과 회복병원 제도에 대해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반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매우 다른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난 17일 오후 의협 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자리에서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작성 과정과 배경을 설명했다. 

우 소장은 "새로운 길을 갈 때는 매우 불안하다.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정책제안서는 여러 의견수렴 절차 거쳤고, 핵심 내용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필수진료과목 살리기"라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현행 의료전달체계는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이대로 가면 결국 일차의료는 죽는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일 뿐"이라며 "그래서 정책제안서에는 전달체계 관련 내용이 많다. 실패한 길을 다시 가봐야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제3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요양의원은 동네의원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 국민 수요를 반영한 제안이라고 했다. 

우 소장은 "국민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부모를 맡기는 것을 꺼리고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본의 개호의료원 또는 재택의료병상 제도를 참고해 만들었다"며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요양병원보다 더 완화해 의원급에서 장기요양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현행 건강보험법에 간병비 지급 관련한 내용이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간병비를 급여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시대적 흐름으로 예측하고 제안한 것"이라며 "간병비를 요양의원에 지급하면 환자가 올 수 있다.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방안인 '전문의원'은 전문병원 제도를 의원급으로 확산하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1500~2,000개가량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왜 같은 의원을 전문의원과 일반의원으로 나누고 차별하려 하느냐'고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더 투자하는 5%를 인정해주자는 것"이라며 "우리 내부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대학병원에 못지않은 진료성적을 내는 의원급 선생님들이 많은데, 그들을 인정해주는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복병원은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 전에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우 소장은 "의료기관들이 규모의 경쟁만 하다 보니 고령사회에 맞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라며 "회복병원을 도입해야 지역의료가 지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뒷말이 있다. 문제 제기와 토론 제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정책제안서 채택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견수렴을 하고 설명회를 하고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고 하는데, 그냥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것"이라며 "대개협에 8월에 의견수렴 공문이라고 한 장 달랑 보냈다. 이후 진행 과정이나 제안서에서 수정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기우'라고 한다. 과연 회원들이 제안서 내용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전문의원이 등장하면 그렇지 않은 의원은 마치 질 낮은 의원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김 회장은 "요양의원이고 전문의원이고 자격을 갖추려면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그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간호사 등 질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아울러 전문의원으로 지정되면 전문의원이 아닌 일반의원은 질 낮은 의원으로 국민들이 깎아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문의원과 요양의원 개념은 김윤 서울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4년 전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과 유사하다"면서 "이미 4년 전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는데, 정책제안서에 다시 올라온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협과 의료정책연구소는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대회원 설문조사를 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개협은 지난 18일 김동석 회장 이름으로 정책제안서에 대한 입장을 내고 "정책제안서를 즉시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해당 사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회의는 물론 설명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민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