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작년부터 중환자 전담병원 운영·이송체계 구축 제안
중증응급환자 구급차도 서울시 운영 3대 뿐
"민간병원에 병상 확충 요구하고 보상하는 가장 쉬운 방법 택해"

[라포르시안] 방역 현장이 아슬아슬하다. 

이달 들어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전환 이후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2,000여 명을 넘어서고 있고, 매일 400여 명대 위중증 환자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감염병 전담병상과 중환자 치료병상이 포화상태 직전까지 다다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잇는 위중증 환자는 495명으로 전날(471명)보다 24명이 늘었다. 사망자도 22명이 추가로 발생해 누적 3137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1일 0시 기준으로 2858명이던 누적 사망자는 16일 0시 기준 3137명으로 보름 사이에 279명이 증가했다. 

정부는 확진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의료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담병원과 중환자 치료병상 확보에 나섰다. 수도권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7개소)을 대상으로 준중증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시행해 52병상(허가병상의 1%)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에 따른 병상 확대로 인한 의료인력 문제는 각 병원의 요청을 받아 중수본 대기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포화상태에 근접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을 고려해 경기도 중환자들을 충청권 이남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수도권 중환자병상이나 중등증병상 가동률이 80%에 근접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병상을 추가로 확충하는 동시에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 등의 병상을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에 중등증병상과 중환자병상을 같이 갖고 있는 거점전담병원, 예를 들면 경기 북부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경기 남부는 성남시의료원, 더 남쪽에는 오산한국병원의 중등증병상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원되는 환자를 우선적으로 입원시키도록 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며 "경기도 쪽에 있는 거점전담병원 중환자들을 가급적이면 병상 여력이 있는 충청권 이남으로 이송해서 수도권 중환자병상 여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기 전 유행 확산세가 커질 것에 대비해 치료병상과 의료인력 확충, 중환자 이송체계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뒤늦게 '땜질실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한중환자의학회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환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중환자 전담병원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관련 기사: 확진자 급증에 병상대란 우려...체육관·컨벤션 임시대형병원> 

대한중환자의학회는 3차 유행이 거세지던 작년 12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 대응 단계별 중환자 진료 전략안'을 짰다. 이를 통해서 ▲1단계: 상급종합병원 및 국가격리병상 기반 대응안 ▲2단계: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 ▲3단계:(체육관, 컨벤션 등을 이용한) 대형임시병원 구축 병행 대응안  등 단계별 대안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 및 국가격리병상에 기반한 대응은 대규모 환자 발생 전 산발적 환자 발생 단계에서 유효하고, 지금처럼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 감염전파 차단, 감염관리 부담 감소 및 기존 의료체계 보호를 위해서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점전담병원 대응 방안은 권역 및 지역별로 공공병원 중심으로 다수 거점전담병원을 구축해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은 비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모두 중단하고, 중환자 이송을 위한 전담 이송체계 구축, 환자배정과 이송을 관장하는 중앙컨트롤 센터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환자 거점전담병원안은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중환자 진료인력 파견을 전제로 하며,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중환자 진료인력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추산 및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거세질 때만 임시대책을 세우고 병상과 인력확충에 나설 뿐 장기적인 의료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의료체계 마련과 투자에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속터지는 방역 의료진..."코로나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이라도 빨리">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KMA-TV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홍석경 교수는 "(중환자의학회 등에서) 대구·경북 대유행 사태가 터지고 나서 일관되게 중환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현장에서 이를 경험하는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서 컨트롤 타워와 함께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후 몇 차례 모임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없다. 중환자 전담병원을 지정해 환자를 담당하게 하고, 최중증 환자들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선별적으로 입원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보다는 유행이 거세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민간병원에 병상 확충 요청을 하고, 그에 따른 비용보상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홍 교수는 "국립병원에 중환자 전담거점병원을 만들어 인력을 뽑고 운영하는 데 정부가 관여를 해서 머리 아픈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상급종합병원에 그 정도 보상을 하고 환자들을 전담하도록 하는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환자의학회 산하 코로나19 TFT에서 지속적으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지만 이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그때그때 유행 규모와 환자 발생에 따라서 중환자를 배치하면 중환자 현황과 병상, 인력에 대한 현황파악이 안돼 효율적인 대응도 힘들어진다. 

홍 교수는 "중환자의학회 산하 TFT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한 건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중환자 이송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며 "'중증응급환자 공공이송체계(SMICU) 구급차'도 작년부터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서울시에서 만든 3대 외에는 없다. 의료자원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인데 의견수렴이 왜 안되는지 너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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