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위드 코로나, 의료 인력을 책임지는 정치

[라포르시안]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2주, 식당과 카페에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북적인다. 10여 명 일행의 테이블을 만나기도 어렵지 않다. 뉴스에서는 호프집 사장이 들뜬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한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하지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모두 늘면서 치료와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은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저희 좀 살려주세요!”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이 가깝지만, 아직 인력 충원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계획에는 ‘병상 확보’ 방안만 들어있을 뿐, 그 병상을 담당할 ‘인력 충원’ 방안이 없다. “병상이 저절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느냐”고,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들으며 분노가 치민다는 간호사는 ‘책임지지 않는 정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코로나 유행 초기인 지난해 2월, 정부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파견 의료인력 지원·운영 지침>을 마련했고, 이후 ‘파견’은 유일한 인력 대책으로 인력 충원을 대신했다. 임시방편이었어야 할 파견이 장기화하면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예산 부족이나 행정업무 과부하로 파견인력 임금이 여러 차례 밀리는가 하면, 원소속 인력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올해 5월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감염관리 지원금>이 뒤늦게 신설됐다. 6월에는 파견인력 임금에 대한 예산지원을 최장 6개월로 제한한 지침개정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인력 충원 독려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토사구팽’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선 간호사들이 일반 환자의 2배 이상 노동 강도의 코로나 환자를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돌보는 동시에, 코로나 대응의 혼란과 인력 파견 그 자체로 인한 혼란까지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보건의료노조가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9월 초 총파업을 예고했고, 노정합의 결과 정부는 9월 말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종합병원인 지방의료원의 경우 간호등급제 1등급 기준 10병상 당 간호사 1~2명에서 코로나 준중증 10병상 기준 9명으로 간호사 수를 최소 4배 이상 늘려야 한다. 일선 간호사들이 그간 감당해 온 노동 강도가 얼마나 살인적이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다시, 지난 11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이유다. 각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가 진전되고 복지부로부터 월 1회 정례협의 약속을 얻어냄에 따라 파업은 결의대회로 전환됐다. 복지부는 11월 중 9개 병원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부분 병원이 정부의 별도 예산지원 없이는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도 정부는 구체적 계획도 예산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력 파견도 병상 확보도 모두 임시방편의 동원형 대책이라는 점이다. 시장적 보건의료체계 하에서 인센티브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대책들. 인센티브가 작으면 아예 작동하지 않고, 인센티브가 ‘충분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보건의료체계의 시장적 속성을 줄이지 않으면 병상 문제와 인력 문제 모두,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체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은 한때 코로나 환자 치료의 90% 이상을 전담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급과 함께 병상 확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서 최근에서야 이 수치는 70% 이하로 떨어졌다.

인력 충원의 경우에도 예산 지원과 함께 병상 확보 행정명령과 같은 규제가 별도로 필요할 것이다. 지원 없는 명령이 문제라지만 명령 없는 지원도 실제 작동한 예가 없다. 코로나 치료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금이나 코로나 대응 의료인력 지원금이 인력 충원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난 10월 말 의료연대본부가 제안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국민동의청원은 10만 명을 달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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