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치료병상 확보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병상동원령
"치료 공간 확보해도 인력까지 채워지지 않아...환자 못 받을 수도"

[라포르시안]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하루 7000명 수준의 확진자 발생에도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전담치료병상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코로나19 대응 의료현장에서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기준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111병상, 준중증 환자 치료병상은 455병상, 중등증 환자를 위한 감염병 전담병상은 1만56병상을 보유하고 있어 하루 평균 확진자 수 약 5000명 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통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22개소) 대상으로 준중증 치료병상 402병상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병상 확보방안’에 따르면 확진자 수 추이, 병상가동률 등을 고려해 필요시 원활한 추진으로 적기에 의료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대상으로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추가(허가 병상수의 1.0%, 254병상 예상)로 확보하기 위한 예비행정명령을 시행한다.

중등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수도권 내 200~299병상 종합병원 및 병원급 중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61개 병원 대상으로 허가병상의 5%인 총 692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치료병상을 확보하더라도 환자 치료를 전담할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오늘(5일) 정례브리핑에서 "준중증 병상과 중등증을 한다 하더라도 의료진의 부담은 많다. 특히 의사·간호 인력도 많이 부족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일단은 해당 병원에 최대한 의료인력 확보를 요청을 드렸고, 부족할 경우에는 중수본에서 해당 인력을 최대한 지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중환자 전담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게 정부 판단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5일 KMA-TV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방향성 등을 주제로 실시한 좌담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문제가 지적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환자에 대한 병실, 시설, 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중환자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고,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통해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위드 코로나의 형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담당 의료인력을 확보해 배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간호사만 보더라도 중환자실에 배치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4~5년 정도 훈련을 거쳐야 한다"며 "우선은 중환자 전담인력을 모집하고 중환자 전문 의료인과 약간의 교육을 받은 인력이 팀을 이뤄 중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 준비도 없이 병상만 확충하면 치료공간이 있더라도 중환자를 받을 수 없는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대형병원은 그마나 자체 인력이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교수나 전임의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여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규모가 작은 병원은 더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모집한 파견의료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파견된 외부 의료인력이 투입돼 중환자를 담당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결국은 (비코로나 환자를 담당하는) 원내 의료인력을 추가로 활용할 경우 기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수술 감소 등의 영향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치료 공간을 확보해도 인력까지 채워지지 않으므로 불가피한 의료의 질 하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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