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TF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토론회 열어
국립의전원 설립법 제정 개점휴업 상태
공공병원 자체 취약성으로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

[라포르시안]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공공의과전문대학원(이하 국립의전원)' 설립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행력을 갖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선은 국회에서 국립의전원 설립 관련 법안이 제정돼야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입법 논의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방 공공의료는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필수의료서비스 제공 공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일 여의도 전경령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TF 주최로 열린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 2차 토론회는 이런 어려움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공공보건의료인력 어떻게 양성하고 지원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은 ‘필수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필요성과 과제’에 대해서 발표했다. 

임준 센터장은 "지역 간 건강불평등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고, 이런 건강불평등은 의료자원 불평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특히 의료인력 불평등은 훨씬 더 심화되어 있는데, 모든 자원 자체가 사실 수도권으로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이런 불평등 문제는 일반적인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인력에 집중되고 있다. 사실은 필수의료 인력 자체가 공급되지 않는 구조"라며 "시장이 수익추구적인 목적에서 만들다지다 보니까 시장에서 영리성이 좋으냐에 따라서 인력이 배출되고 배분되다 보니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한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립의전원을 설립해 필수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재활원 등 국가중앙병원의 역량 강화는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의 핵심 과제"라며 "국가줒앙병원에 최우수 의료진 확보를 위해서 (국립의전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의전원 설치법 조기 통과가 필요하고, 국립의전원 교육병원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중앙병원(중앙감염병병원, 국가외상센터 포함)을 오는 2026년까지 방산동에 국립중앙의료원 새 병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위한 간호 인력 확보 방안’이란 발제에서 공공병원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공공병원 전 병동으로 확대하고,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해 공공병원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 관련해 김 교수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필요한 간호사 수를 보면 최소 1만 2천명 이상"이라며 "2021년 국가고시에 합격한 남자 간호사 수가 3504명이고, 2021년 간호대학 남자 입학생이 4800명으로 이를 고려할 때 향후 연간 4000명 이상 남자 간호사 배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남자 간호사 대상으로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해 3년 정도 의무근무기간을 두면 3년차까지 최소 1만2000명 이상 공중보건간호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무근무기간을 2년으로 하면 쵯고 8000명까지 공중보건간호사 확보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공중보건간호사가 의무근무기간만이라도 근무할 경우 공공보건의료기관 간호사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장 내년이라도 도입하면 지방의료원 특히 보건기관 또는 의료원의 부족한 인력충원에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진원단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신옥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
사진 왼쪽부터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진원단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신옥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

"공공의료, 의료취약지 프레임서 벗어나 표준진료·모델병원 역할 정립해야"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국립의전원 설립과 공공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의견이 제시됐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 확충 방안과 국가적 재난의료 중심으로서 공공병원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지방의료원에서) 7억원 가까운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인력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의료진의 낮은 수가와 처우 문제는 공공병원에 있어서는 최소한 (인력확보가 힘든 이유가)아니다"며 "(공공병원의) 의사 인력 부족 원인을 보면 우선 (배출되는) 의사수 자체가 부족하고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들이 없다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개원 쏠림과 성적 순으로만 줄 세워서 뽑는 의대 선발과정의 문제 그리고 공공병원 자체가 무척 취약하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조 원장은 "간호사도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일할 간호사가 없다. (간호대에서 매년 배출되는 간호사 인력이) 2만5천명 정도이지만 지역에서 일할 간호사가 없는 것은 야간근무와 같은 3교대 이런 걸 기피하고 낮은 처우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공공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근무할 만한 좋은 직장이 못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력 확보 방안으로 상급병원과 협력을 통한 인력확보, 공중보건의 파견, 파견의사 인건비지원사업, 공중보건장학제도, 지역의사제, 공공의전원, 공공임상교수제, 해외의사 수입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원책정과 다양한 근무 형태, 직무가치중심 급여체계 수립으로 '일하고 싶은 공공병원'을 만들고, 지역공공간호사제와 공중보건간호사제 등을 활용해 지역 간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원장은 "지방의료원에 10년 이상 있었지만 앞이 안 보인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둘 것인지,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가 해야 될 미션에 비해서 현실적인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제는 되돌아보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접근성 해소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공공의료도 의료취약지 프레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 모형이나 표준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십 양성기관이란 점이 부각될 수 있는 프레임 또는 네이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국립의전원을 만든다는 건 굉장히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공공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제대로 된 투자와 양성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교육 과정이 민간이나 기존 의과대학과는 다른 여러 가지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는 게 기존 의료인력에도 굉장히 큰 파급 효과와 교육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형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전원이라고 하는 제도는 한국에서는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이 찍혀 있는데, 이렇게 실패한 정책으로 중요한 국가 재원이 될 수 있는 공공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립의전원의) 교육 체계를 바꾸면 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의전원이 왜 실패했느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인력 확충에 있어서 일선 간호대학의 교육과정과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최근 10여 년간 지방을 중심으로 간호학과 신증설과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간호학과 입학정원은 2만 50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간호교육기관 중 80% 정도가 부속병원이 없는 실정이다.   

정 위원장은 "부속병원이 없이 교육받고 있는 간호대학의 상당 부분을 지방의료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이 교육병원으로 지정을 받으면서 연계하고, 교육 프로그램 이후에 공공의료기관에서 좀 더 일할 수 있는 간호사를 채용하고 숙련 간호사를 양성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공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국립의전원 설립 필요성은 높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입법 과정과 의정협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토론에 참석한 신욱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그동안 부족한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이 보다 안정적으로 양성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인력 진료 환경과 근무여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며 "장기적으로도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보건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국립의전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작년 9월에 (의정협의를 통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국립의전원 설립과 관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자는 협의를 한 바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립의전원의) 세부적인 학생 선발이라든가 교육 과정이 결정된 바는 없으며, 이런 모든 쟁점 사항은 향후 의정협의라든가 국회 법안 심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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