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대응 의료진 소진 상태...의료진 "위드코로나 소식 벌써부터 무섭다"

10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 모습.
10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 모습.

[라포르시안] 정부가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체계 전환을 계획한 가운데 의료계를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른 의료체계 부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영국 등 일부 국가 사례를 비춰볼 때 방역지침이 느슨해지면서 확진자가 급증해 의료붕괴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 25일 공개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방역체계 전환은 11월 1일 1단계, 12월 13일 2단계, 내년 1월 24일 3단계 개편 등 6주 간격으로 3단계에 걸쳐 실시한다.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생업시설 운영제한을 완화하고, 2단계에서는 대규모 행사 허용, 3단계에서는 사적 모임 제한을 해제한다. 

정부는 확진자 추이와 재택치료 안정화 시 단계적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축소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외래진료를 1차의료 중심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입원치료는 종합병원 등을 활용한다. 그러나 중환자실·입원병상 가동률이 80%를 넘는 등 의료체계 붕괴 위험이 감지되면 일상회복 전환을 잠시 중단하고 '비상계획'을 발동한다.

문제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이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방역 대응 의료진이 소진된 상태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진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심하면 의료붕 상황까지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선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유행으로 의료인력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에 따른 의료대응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 일상회복은 이뤄질지 몰라도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로 부담이 가중된 의료체계와 의료인력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일상회복과 위드코로나 소식이 들려오는 데 무섭다"며 "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지 그리고 그 환자들을 간호하기 위해 수많은 숙련된 간호사들을 차출하고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 채워넣을지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겨울철로 접어들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작년에는 거리두기 지침이 유지되면서 예년에 비해 독감 발생률이 크게 낮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해제될 경우 독감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더라도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완전접종률이 70%를 넘어섰고, 실내 마스크 착용은 그대로 유지하는 등 방역관리를 완전히 해제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 그 이유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떻게 보면 일상회복을 위해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가운데 거기에 대한 방역관리를 아무것도 실시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고, 우리가 기대하는 안정적인 방역관리 상황을 넘어서 의료체계 여력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사회적 규제도 풀고 방역조치도 푸는 그런 최상의 길은 전 세계적으로도 지금 찾지 못하고 있고,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라며 "그런 보완조치로서 백신접종 증명제와 음성확인제를 통해 최소한의 위험성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와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명지병원 MJ 버추얼케어센터의 진료 장면. 사진 제공: 명지병원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와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명지병원 MJ 버추얼케어센터의 진료 장면. 사진 제공: 명지병원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재택치료를 활성화해 기존 의료체계에 미치는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중수본에 따르면 대부분 지자체에서 재택치료 대상자 건강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지정 또는 협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93개(수도권 59개소, 비수도권 34개소) 의료기관이 재택치료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손 사회전략반장 "재택치료 확대에 있어서 보건소나 지자체에서 상담·관리를 할 수도 있지만 의료기관에 위탁해 일선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서 재택치료 환자들을 건강관리를 하고 상담해 주는 쪽으로 제도도 함께 포함하고 있고, 이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등도 지금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동네의원이나 병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해서 보건소의 업무 부담이 좀 더 줄어들 수 있도록 계속 의료체계를 설계하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병상 활용 내역을 보면 중증환자가 전체 확진자의 1.6~2% 내외를 차지하고 중등증환자는 20~23%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며 "나머지 70~75%가 무증상·경증으로서 현재 생활치료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재택치료가 늘어난다면 가장 직접적으로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하고 있는 부분이 좀 경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너무 서두를 경우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시간을 길게 보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5일 열린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에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단계적 일상복귀는 2~3개월 내에 되는 일이 아니며, 3~4개월이 아니라 최소 6개월이나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국민이 잘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단계적 모든 조치가 궁극적인 의료체계 회복을 염두에 1~2년에 의원·병원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중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지향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런 의료체계를 위해서는 단순히 병상확보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상, 외래, 의료인력양성 등 중점적으로 다뤄야할 부분이 많다”며 “분명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다. 방역이나 예산에 쏟은 만큼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투자를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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