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하나로 묶은 고3 여학생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지금은 여름방학이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은데 낮에 너무 피곤해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스스로 세워놓은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져 점점 무기력해지고, 우울한 마음이 생긴다고 하였다.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며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어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아예 엎드려 있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수업이 끝나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고, 막상 인강을 들으려고 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잘 안되고, 금세 덮어 버리거나 휴대폰을 붙들고 SNS를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고 답답해 하였다.
 
이 학생은 보는 관점에 따라 수업에 자꾸 집중을 못하니 조용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가 의심된다며 ADHD 평가 후, ADHD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공부가 안되고 집중이 안 되는 상태라고 진단되어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낮에 졸리거나 피곤한 것에 주목한다면, ADHD, 불면증, 우울증 증상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기면증으로 인해 낮 동안에 많이 졸리게 되면서 자고 일어나는 리듬이 깨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기면증의 이차적인 증상이다. 학생이 스스로 졸음을 참기 위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피로회복 목적으로 마신 카페인이 과다가 되면서 증상을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낮 시간에 졸림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경우 이미 타 병원에서 조용한 ADHD 라며 ADHD 진단을 받았거나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ADHD 약물 역시 낮 동안에 졸리지 않고 깨어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기면증 진단을 지연시키고, 쉽게 약물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약을 복용 후 졸리는 증상이 지속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간혹 기면증과 ADHD 증상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있다. 졸림 증상을 경험하기 위해 잦은 주의 집중 전환을 하면서 지내는 등 후천적으로 생겼을 수도 있다. 또한 유전적으로 ADHD 소인을 같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어느 질환이 선행하는지 확인해야 하며, 두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 사이에 상호 작용이 있기 때문에 의사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글: 서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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