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되고 왜곡된 '진료비 과다징수' 국감자료…임의비급여 문제 본질 간과

뇌종양 환자 중에서 예후가 나쁜 악성 종양이거나 혹은 치료 후 재발한 경우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치료법이 시행되기도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으로 골수종 세포를 가능한 완전히 제거하는 전처치가 필요하다.

고용량의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받게되면 심한 속쓰림 등의 소화성 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 환자에게 경구용 소화성궤양용제 투여가 불가능할 때만 잔탁주사 등의 투여가 인정된다.

다만 잔탁주사의 1일 투여용량은 급여기준에서 정한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고, 투여기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급여기준을 벗어나 처방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급여기준을 초과해 처방한 의약품 비용을 임의로 비급여 처리해 환자 본인부담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불가피한 처방이었더라도 나중에 환자가 진료비 확인신청을 내면 부당징수로 확인돼 환불 결정이 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이 지난 2월 발표한 '2012년 진료비 확인신청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등이 확인돼 신청인에게 환불토록 결정난 금액이 45억4,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불 사유별로는 이미 진료수가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받아서는 안 되는 비용을 임의로 받은 사례가 전체의 40.7%(18억5,000만원)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처치, 일반검사, 의약품, 치료재료 등 보험 급여대상을 임의비급여 처리해 받은 환불금이 35.5%(16억1,000만원)였으며, 이외에도 선택진료비 과다징수 11.9%(5억4,000만원), 신의료기술 등 임의비급여 9.2%(4억1,000만여원) 등이었다.

진료비 환불 유형중 80% 이상이 급여대상 진료비를 임의비급여 처리하거나 별도산정 불가항목의 비급여 처리였다.

아마도 이 중에는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환자 치료를 위해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급여기준이나 허가사항을 초과한 처방과 이에 따른 임의비급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중에 환자가 진료비 확인신청을 내면 부당징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런데 최근 임의비급여와 관련해 '대형병원들이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급종합병원들이 임의비급여를 악용해 진료비를 과다청구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의 국감자료가 배포됐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민주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전국 대형병원들이 환자에게 병원비를 과다 청구해 6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1개 대형병원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6개월 치(2011년 6월~11월) 청구현황을 분석한 결과,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 등을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총 69억2,800만원의 부당이득(건강보험64억1,700만원/의료급여 5억1,100만원)을 취했다.

특히 31개 조사대상 대형병원 중 4개 병원은 부당이득 금액이 조사대상 기간 총 수입액의 0.5%를 넘어 별도로 86억7,400만원의 과징금 폭탄도 맞았다.

병원들이 환자로부터 과다 징수한 항목은 치료재료비용, 의약품비, 검사료, 산정기준위반 등으로 대부분 비급여 본인부담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익 의원은 이를 "대형병원들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진료비를 임의로 비급여 처리해 환자에게 징수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과다징수를 통해 병원들의 부당이득이라고 지목한 것 중에는 제한적인, 혹은 불합리한 급여기준 때문에 발생한 사례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진 입장에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을 벗어난 치료재료 및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자료가 기사화 되면서 마치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환자들을 부당하게 속여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김용익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  

31개 대형병원이 조사대상 기간 6개월간 심평원에 요양급여비 청구 후 심사결정 된 총 급여비는 2조969억원에 달했다.

이 중에서 건강보험 급여비 64억1700만원과 의료급여 5억1100만원이 과다징수로 확인됐다. 전체 심사결정된 급여비의 약 0.3%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부당이득 금액이 조사대상 기간 총 수입액의 0.5%를 넘어 과징금을 받은 4개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의 부당청구 비율은 대부분 0.1%~0.3% 내외였다.

한 대학병원은 이 기간 동안 심사결정된 요양급여비용 1,174억3,600만원 중에서 과다징수로 확인된 금액이 7,000만원으로 전체의 0.035%였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는 데 든 비용이 5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93만8,890건의 보험증이 발급됐고 여기에 55억4,132만원이 소요됐다.

건강보험 관련 업무가 모두 전산으로 처리되고 의료기관의 급여청구도 전산화되면서 보험증이 없어도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장롱 보험증'을 발급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수십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과연 어느 게 더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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