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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차기 대선 후보들이 고려해야 할 의료기기 정책 방향이진휴(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라포르시안] 본지는 급변하는 의료기기 제도와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 발전을 모색하고자 <헬스인·싸> 코너를 신설해 관련 업계 오피니언 리더 5명의 기고를 매주 순차적으로 게재합니다. 
<헬스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며 주목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앞으로 <헬스인·싸>는 의료기기 인허가, 보험급여, 신의료기술평가, 유통구조, 공정경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폭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공유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료기기 제도·정책을 살펴보고, 나아가 의료기기업계 정부 의료계 간 소통과 상생을 위한 합리적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보건의료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동시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의료기기 수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산업적 성과 또한 달성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년 생산실적보고에 의하면 국내 의료기기 총생산이 2019년 7조원에서 2020년 1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분을 매출로 환산하면 3조원의 3배 이상인 약 9조원 규모만큼 세계시장 점유율이 성장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문화에서 시작된 한류가 ‘K-미용’이나 ‘K-방역’으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의료산업의 방향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향하고 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일정 시간과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반면 의료기기산업은 투자대비 성과가 크다는 점에서 성장 측면에서의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살펴보면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요인이 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및 정책 수립을 모색해야한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추진력이다. 의료기기산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규제산업이다 보니 안전성 입증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허가와 보험급여 등 불확실성이 큰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 추진과 지원 의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부는 특별법과 전문정책위원회 등을 통해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료기기산업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 정권초기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계부터 학계까지 망라한 전문가 집단을 꾸려 중장기 전략을 짜도록 한 점이 국내 의료기기 수출 확대의 직접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또 위원회 구성과는 별도로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나 의료기기혁신법을 제정하고, 범부처의료기기전주기연구개발지원단을 구성한 것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고취시키고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헬스케어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밑거름이 됐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진단검사키트가 각광을 받은 이유도 이러한 과감한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는 미국 FDA가 한국 코로나 방역 대책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것처럼 민관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행정명령이 아니더라도 정부 요청에 따라 민간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해 즉각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인허가에서 실제 검사결과까지 모든 자원이 집중될 수 있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 특히 코로나 초기 방역의 시작점인 식약처의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부서는 6명의 인원이 세계 각국의 안전성 자료를 입수해 검토하고, 내수부터 수출까지의 모든 진단검사기술을 지원했다. 이러한 정부 노력은 체외진단업계가 신뢰성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수출하는 밑바탕이 됐다.
  
셋째는 자국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 코로나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모든 나라가 자국의 필수 의료기기 수출을 제한했을 때 국내에도 일시적인 공급 중단이 있었다. 이에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필수 의료기기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제시했고, 관련 일부 품목을 선정해 관련 기반산업에 대한 조사와 자급 전략을 추진했다. 수입금지가 장기화됐을 경우를 대비해 자급률을 높이는 목적과 함께 수입 대체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 방안을 마련해 운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국내 의료기기 무역수지 적자가 흑자로 전환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기기제조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중요한 계기도 됐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내 의료기기산업 성과를 토대로 내년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각 후보들이 고려해야 할 의료기기 정책 수립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사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의료산업 실수요자는 임상현장에 있다. 결국 의료기관의 증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의료기관 설립이 정책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으로 의료의 지역적 불균형과 전달체계 왜곡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대선 주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은 모든 국민이 지역에 따라 불평등을 겪지 않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조성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별 거점병원 신설이 필요하다. 다만 거점병원 신설은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기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둘째,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대수준을 맞추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최근 언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원하는 1위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안전성, 2위는 의료전달체계, 3위는 보장성 그리고 4위는 돌봄 서비스로 나타났다. 1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지만 이를 위해서는 고난도의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며, 연구중심병원이나 공공병원에 대한 새로운 역할 설정이 이뤄져야한다. 2위 역시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이나 지역에 따른 의료기관의 불평등 문제로 사회적 합의와 함께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담론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 3위로 꼽은 보장성은 문재인 정부가 70%를 목표로 설정하고 2,000여 개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했지만 실손보험이 주는 영향으로 임기까지 공약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전략을 수정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통한 개인 파산을 국가가 보호하고 더불어 입원비 상한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4위 돌봄 서비스의 경우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인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체계적이고 직접적인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비롯한 물적 인프라 뿐 아니라 간호 및 응급체계 등 사회적 시스템의 재분배가 설계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기술이 접목돼야한다. 결국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환자의 관찰, 정보 전달, 처치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이고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국내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내수시장 활성화와 함께 경쟁력 있는 산업 발전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검토해야 한다.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성공을 이을 품목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미래 시장 수요가 높아야 하고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내재적인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체외진단산업이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고학력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체외진단 특성상 일반 의료기기에 비해 규제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요와 함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은 디지털 정보의 연결과 이용, 게임 산업 발달로 인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한류와 더불어 성장한 미용의료기기 그리고 의료영상기술 등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보건의료정책 방향과 맞는 돌봄, 재활, 의료정보 전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고 키울 수 있는 시장 확대 또한 요구된다. 기술 혜택만이 아니라 산업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하고, 의료기기 품목 분류 고도화를 통한 유통과 직역 간 사용범위 등 조정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해 공산품과 의료기기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처럼 응급환자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방문간호사 등 업무 범위와 역할에 대한 재정비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은 사람의 생명과 연관돼 있으며, 국민 누구나 삶 속에서 그 영향을 받고 있다.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보장한다면 보건의료는 불가역적인 생명을 다룬다. 차기 대선 주자들은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국민 요구와 니즈를 반영하고 나아가 의료기기산업의 전주기적 지원책을 포함한 정책을 마련해 실효성 있는 공약으로 제시해주길 기대해본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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