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은소 교수, 김진철 전공의.
왼쪽부터 이은소 교수, 김진철 전공의.

[라포르시안] 최근 식품, 화장품 뿐 아니라 신약 개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 희귀난치성질환인 베체트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 나왔다. 

아주대병원은 피부과 이은소 교수·김진철 전공의 연구팀이 국내 처음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베체트병 발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베체트병 환자군(9명), 재발성 아프타성 궤양 환자군(7명) 그리고 각 환자군과 적어도 하루 한 끼 이상의 식사를 함께 하는 정상 대조군(16명)의 대변과 타액을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분석(16S rRNA gene sequencing)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리고 베체트병 환자 9명은 비활성기가 되었을 때, 대변과 타액 샘플을 한 번 더 채취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질병활성기때 베체트병 환자의 장내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Bacteroides uniformis)’가 비활성기때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해 있었으며, 반대로 질병의 활성도가 감소되면 함께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는 장내 상재균으로 과거 연구에서 크론병이나 유전적으로 다양한 장기의 암을 유발하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 등과 연관이 있는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베체트병은 반복되는 구강궤양, 외음부궤양, 안증상, 피부증상을 주 증상으로 다른 전신 장기에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질환으로 호전과 재발을 거듭하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과거에는 바이러스, 세균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됐다. 최근에는 유전적 인자, 면역학적 이상에 따른 전신 염증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베체트병이 전신 염증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면역’과 관련이 깊은 마이크로바이오옴의 불균형과 구성의 변화가 베체트병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보면 마이크로바이옴과 베체트병 간의 연관 기전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가 장내에 증가하면서 베체트병 환자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된 ‘단사슬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을 생성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감소 등에 영향을 주면서 전신 염증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은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베체트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을 통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추가적인 동물 혹은 면역학적인 실험연구를 통한 최종 검증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베체트병의 치료제 개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021년 7월 SCIE급 국제저널 Microorganisms(미생물)에 ‘베체트병 환자에서 질병 활성도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Alteration of the Fecal but Not Salivary Microbiome in Patients with Behçet’s Disease According to Disease Activity Shift)'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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