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복지부, 총파업 5시간 남기고 극적 타결
간호등급 차등제, 병상수 기준에서 환자수 기준으로 개편
"법개정과 예산확충 뒷받침될 수 있도록 국회가 책임 다해야"

사진 왼쪽부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 왼쪽부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라포르시안] 감염병 전담병원 등 전국 136개 의료기관의 총파업을 불과 5시간 앞두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 간 노정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려했던 보건의로노동자 파업 사태를 피했다.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처우개선에 대한 노정간 합의를 이뤄내면서 향후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충이나 보건의료인력 처우개선 등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 부담과 법제도 개선이 따라줘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실행까지 넘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후 3시부터 복지부와 13차 노정교섭을 시작해 오늘(2일) 새벽까지 11시간에 걸친 마라톤교섭을 가진 끝에 마지막 남은 5가지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마련, 나순자 위원장과 권덕철 장관이 오전 2시 노정교섭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정교섭 타결에 따라 오늘 오전 7시부터 예정돼 있던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 파업을 철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노정교섭에서 공공의료 확충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과 관련해 의미있고 성과있는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교섭 타결 내용을 보면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및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기준 마련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에 생명안전수당 지급 제도화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 지정 운영 ▲공공병원 신축·이전신축·증축 지원 등에 합의했다.

보건의료인력 관련해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 제도화 ▲2026년까지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전면 확대 시행 ▲교육전담간호사제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 ▲2022년 1월부터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관리료를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시행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제도개선 등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교섭 타결 내용을 보면 오는 2024년까지 4개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고 3개소 추가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감염병 대응 인력기준 개선을 위해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당 간호사 배치기준을 9월까지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부족한 간호인력에 대해서는 전담병원 및 협력병원 등이 직접 채용하고, 감염병전담병원은 지정된 기간 동안 새로운 인력기준을 적용하고 손실보상금을 조정한다.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 지원금(생명안전수당)을 제도화하고,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드는 재정은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로 지원하기로 정했다.
 
보건의로노조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함께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의 기준과 보상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주먹구구식 감염병 대응체계를 벗어나 제대로 된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의료인력 갈아넣기식 대처와 임시파견인력 위주의 땜질식 인력운영을 극복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공병원 확충·강화 관련해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 책임의료기관을 조속히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울산, 광주, 대구, 인천, 동부산, 제천 등 지역주민의 강한 공공병원 설립 요청이 있는 곳은 공공병원 설립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해 확정하기로 노정이 합의했다.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는 가칭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보건의료인력 확충 관련해 노정 간 다양한 합의가 이뤄졌다.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등 실태조사와 적정인력 연구로 보건의료인력에 대해 간호사, 의료기사 등 우선순위를 정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력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간호사 1인당 병상수를 기준으로 한 간호등급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ratios`) 기준’으로 상향 개편하는 방안을 2022년 안에 마련하고,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에 대해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2022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2026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전담간호사제 관련해 국공립의료기관은 올해 수준으로 지원을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교대제 근무 시범사업에 포함해 2022년부터 시행하고 이후 전면 확대하기로 복지부와 합의했다.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사관리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2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노정간 합의에 따른 국공립병원의 야간간호료 등 인건비 지원은 개별기관이 총액인건비 관련 규정 적용 예외를 신청하면 반영하기로 했다.

의료기관내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 규정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2023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타 의료인의 면허를 이용해 시행하는 의료행위를 비롯해 대리처방, 동의서 작성, 처치·시술, 수술, 조제 및 복약지도 등에 대해 면허범위 외 불법의료행위를 지시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등 처벌 강화 및 근절대책 마련에도 합의가 이뤄졌다.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간호인력 교대근무제를 포함한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해 2022년 3월 내에 시행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규모·범위·대상 확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해 병원 현장에서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병원계, 간호계, 노동계가 함께 참여하는 시범사업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다.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노정합의에 따른 생명안전수당, 예바타당성 조사 면제, 교육전담간호사제, 총액인건비 적용 제외, 공익적 적자 지원 관련 내용은 당정협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의로노조는 "오늘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무총리실이 부처간 역할조정 등 지원을 약속했다"며 "노정합의를 실제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책임있는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법개정과 예산확충이 반드시 뒷받침될 수 있도록 국회가 책임있게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노정교섭 타결로 산별총파업은 철회하지만 의료기관별 현장교섭은 계속 진행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7일까지 1주일간을 현장교섭을 완전 타결하기 위한 집중교섭기간으로 정하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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