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민(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이사장)

[라포르시안] “졸겐스마 급여기준을 전향적으로 확대하고 모든 환자들이 선제적으로 투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후 치료 평가를 통해 효과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제약사에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이사장은 한국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이하 SMA)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의 보험급여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졸겐스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논의 결과에 따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미 급여권에 들어온 SMA 치료제 '스핀라자'의 경우 첫해 6회 투여 후 다음해부터 4개월 간격으로 투약해야 한다. 졸겐스마는 단 1회 투약으로 완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기대감이 크지만 높은 약가 부담은 넘어야 할 산이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진행성 희귀 유전질환으로, 운동신경세포 기능 손상으로 인해 근력 저하 및 근위축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병이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모든 근육이 약해져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며 치료하지 않을 시 SMA 1형의 90%는 2세 전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호흡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SMA 2형 환자 중 30% 이상은 만 25세 이전에 사망한다.

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높은 약가라는 낙인 때문에 환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문종민 이사장은 “비용을 떠나 아픈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저렇게 비싼 약을 맞느니 차라리 죽이거나 입원비 등을 무료로 해주는 게 대다수를 위해서 맞지 않냐고 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말을 듣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졸겐스마를 바이알 당 약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치료 전주기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졸겐스마의 바이알 당 약가는 상당히 높은 것이 맞지만 평생 치료 개념으로 볼 때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단 1회 투여로 끝나는 졸겐스마에 비해 다른 질환 치료제는 평생 투약해야 하는 약들과 비교해 보면 졸겐스마가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비싼 약이 아니라는 설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약가를 볼 때 치료 전주기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보건당국에서 이에 통계를 내고 수치를 집계할 수 있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급여가 적용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은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이사장은 “현재 국내 SMA 환자 추정 수는 약 200명 정도이며, 스피라자 허가사항에 부합하는 환자는 전체의 60~7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졸겐스마는 이보다 적은 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MA 환자는 아데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아예 접종이 불가하다”며 “보험 적용을 해도 급여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환자가 항체 검사를 해야 하고, 항체가 있을 경우 제외되면 실제 투약 가능 환자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졸겐스마 보험급여를 선치료-후지급 시스템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문 이사장은 “일단 급여범위를 넓게 잡고 환자에게 먼저 투약한 후 효과가 있으면 정부가 제약사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라며 “보건당국과 의료진, 제약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치료 효과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제약사가 이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으면 약을 팔아서는 안 된다”며 “약에 자신이 없고 그만큼의 리스크을 감당하면서 제공할 자신이 없으면 팔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을 위해 신생아 선별검사에 SMA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SMA는 증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진단이 너무 늦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신생아 선별 검사에 SMA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료제가 있는 상황에서 어렸을 때 치료하면 효과와 예후는 분명히 달라진다”라며 “생후 6개월 미만의 아이들이 SMA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기관지 절개를 하는데, 같은 기간에 진단을 받아도 치료를 받으면 호흡기를 달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기관지를 절개하고 호흡기를 차는 순간 정부가 기기 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80~100만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신생아 선별검사를 해서 조기 치료를 하게 되면 그 비용들을 절감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환자 삶의 질과 예후가 완벽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건강하게는 아니지만 아프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치료를 받은 SMA 환자들의 기대 수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기 사망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SMA에 대한 설명을 보면 질환 타입에 따라 '몇 세 미만에 사망한다'라고 나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무런 치료없이 방치했을 때의 기대 수명이다”라며 “환자 중에는 스무살이 넘은 청년도 있고 마흔살이 넘은 장년도 있다. 이제는 SMA 환자의 기대수명에 대한 평가를 리셋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SMS 환자도 얼마든지 취업 등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기관지 절개를 한 환자들은 사회생활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공공기업에서 근무하는 환자도 있고, 규칙적 사회생활이 조금 어려워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환자도 있다”며 “SMA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만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의 사회 생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졸겐스마가 유전자 치료제라는 이유로 검토하고 고민할 내용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제는 누구한테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약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마음을 열고 심도 있고 빠른 검토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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