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장기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전신경화증 환자는 검사를 통해 자가항체인 ANCA(앙카)가 검출된 경우 추적관찰 동안 ANCA 연관 혈관염 발생 여부도 챙겨야 한다는 국내 첫 연구가 발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 하장우 전임의 연구팀은 최근 류마티스학 국제 저널인 ‘CER’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전신경화증과 ANCA 연관 혈관염은 둘 다 희귀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신경화증’은 콜라겐이 과다하게 생성·축적되어서 피부 일부분이 비대칭적으로 딱딱하게 변하거나 폐, 심장, 위장관, 신장 등 여러 장기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대표적 합병증으로 폐동맥고혈압과 간질 폐렴,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위장관 배출지연이 있다.

‘ANCA 연관 혈관염’은 현미경적다발혈관염, 육아종증다발혈관염(이전 베게너육아종증) 및 호산구성육아종증다발혈관염(척-스트라우스 증후군)을 포함하며,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있는 모세혈관과 같은 작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전신질환이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주요 장기에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서 고열, 관절통, 근육통, 피부발진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부전, 객혈,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각한 증상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진단이 매우 어렵고 까다로워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늦게 진단받은 환자의 10~20%는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70~80%는 질병의 활성도가 매우 낮은 ‘관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호주 연구팀은 전신경화증 환자의 약 8.9%에서 ANCA가 검출되었고, 간질폐렴이나 폐동맥색전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 및 사망 빈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ANCA 양성 반응이 예후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2004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진단된 전신경화증 환자 중 미국과 유럽의 류마티스학회에서 제안한 전신경화증 진단분류기준에 맞고, 전신경화증 진단 시 ANCA 검사를 받은 환자 중 ANCA 거짓 양성을 보일 수 있는 전신질환이나 약 복용 환자는 제외하고, 총 17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평균 연령이 52세였고, 177명 중 23명이 남성이었다. ANCA는 36명(20.3%)에서 양성이었다. 이는 호주 연구에서 발표한 8.9%보다 높은 수치다. 이를 통해 한국인 전신경화증 환자 중 ANCA 양성률이 백인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호주 연구결과와 달리 한국인 전신경화증 환자에서는 ANCA 양성이 심각한 합병증 및 사망 빈도와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진단 시 ANCA가 검출됐던 전신경화증 환자 36명 중 3명은 추적관찰 동안 폐, 신장, 신경 침범의 증상을 보여 해당 장기의 조직검사를 시행해 ANCA 연관 혈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비율은 약 2.6%로, 호주와 영국 연구에서 조사된 0.23~1.6%보다 높게 나타나 한국인에서는 전신경화증과 ANCA 연관 혈관염 동반 비율이 서양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상원 교수는 “한국인 환자에서 전신경화증 진단 시 ANCA가 양성으로 검출된 환자에서 ANCA 연관 혈관염으로 진행된 비율이 2.6%로 무시할 수 없다”며 “폐, 신장, 신경 등 주요 장기에 ANCA 연관 혈관염과 비슷한 증상이 있을 때는 조직검사 등의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ANCA 연관 혈관염의 동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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